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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QPR-스완지, 특급 공격수가 없다

 

축구팬들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주말에 TV와 인터넷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시청하며 최상의 플레이를 보고 싶어한다. 올 시즌은 지난 시즌에 비해 한국인 선수의 꾸준한 선발 출전을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태극 전사가 소속된 팀의 경기력이 좋지 못한 것이 '함정'이다. 그 팀들이 중위권과 하위권에 속했음을 감안해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빅 클럽에 익숙했던 축구팬에게 경기력 측면에서 흥미를 끌지 못한다.

박지성과 기성용이 활약중인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 스완지 시티(이하 스완지)의 지금까지 행보는 순탄치지 못했다. QPR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12명 영입하면서 전력 보강에 의욕적 이었으나 현실은 리그 꼴찌다. 스완지는 지난 주말 위건전에서 이겼으나 그 이전까지 5경기 연속 무승에 시달렸다. 두 명의 한국인 선수는 소속팀 주전으로서 고군분투했으나 팀이 강조되는 축구에서 개인의 힘으로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 QPR과 스완지의 두드러진 공통점은 특급 공격수가 없다.

QPR-스완지 공격수 문제점 살펴보기

축구는 상대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다. 아무리 경기 내용이 좋아도 골이 없으면 소용없다. 최전방에 위치한 공격수에게 골이 요구되는 이유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경우 한때 킬러 부족에 시달리면서 전체적인 경기력이 매끄럽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의 볼 배급이나 공격 옵션끼리의 연계 플레이도 중요하지만, 동료 선수가 찔러준 패스를 골 기회로 만들어내는 공격수가 킬러 본능을 과시할 기회가 많을수록 그 팀의 득점력과 경기력 그리고 결과가 좌우된다.

QPR이 리그 꼴찌에 그친 대표적 원인은 특급 공격수가 없다. 자모라가 7경기에서 3골 넣었지만 최근 리그 3경기에서는 무득점에 그쳤다. 팀이 강등권 탈출을 위해 분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골이 없었던 아쉬움을 남겼던 것. 그보다는 공격수로서 골 기회를 많이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 주변 동료에게 볼을 받을때의 움직임이 떨어지며 스피드가 빠르지 않다. 포지셔닝도 만족스럽지 못한 편. 이 때문에 동료와의 연게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미드필더들의 활동 부담을 가중시켰다. 웨스트햄 시절이었던 2006/07시즌 이후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그동안 자모라의 투톱 파트너로 활약했던 시세의 부진은 QPR 공격력 약화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시즌보다 몸싸움과 파워가 약해지면서 자신감이 결여됐다. 소극적인 움직임을 펼치면서 팀 공격에 이렇다할 기여를 하지 못한 것. 지난 시즌 하반기 프리미어리그 8경기에서 6골 넣었으나 올 시즌 7경기 무득점에 그쳤다. 라치오에서 실패하고 QPR로 이적했던 과거를 떠올리면 지금의 부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닐수도 있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했던 앤드류 존슨은 십자인대 파열로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자모라-시세-존슨의 공통점은 30대 초반의 공격수다. 싱싱한 몸놀림으로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는 전형적인 20대 공격수와 다르다. 모든 30대 공격수가 기동력이 안좋은 것은 아니지만 운동 신경이 떨어지는 시점에 속한다. QPR은 세 선수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수준급 실력을 자랑하는 20대 공격수가 없는 것이 약점이다. 한때는 호일렛이 처진 공격수에 배치되었으나 개인에 의존하는 플레이, 좁은 시야, 연계 플레이 이해 부족으로 임무를 성실히 실행하지 못했다.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젊은 공격수 영입이 필요하다.

스완지는 그라함 부진으로 한동안 경기력 난조에 시달렸다. 그라함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36경기에서 12골 넣었으나 올 시즌 8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지난 20일 위건전에서는 후반 38분에 교체 투입했다. 지난 시즌에도 4번의 교체 투입이 있었지만 위건전 선발 제외는 경기력 침체에 따른 댓가에 무게감이 실린다. 8월 25일 웨스트햄전 이후 6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졌으며 위건전에서는 벤치에서 미추의 원톱 선발 출전을 바라봐야만 했다. 미추가 공격형 미드필더임을 떠올리면 그는 라우드럽 감독의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라우드럽 체제의 스완지에서는 원톱의 득점력에 따라 팀 공격의 위력이 그때그때 마다 달랐다. 좌우 윙어를 맡는 라우틀리지-파블로(또는 다이어)는 이타적인 타입으로서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에 많은 비중을 둔다. 측면보다는 중앙에서 골을 해결지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라함이 최전방에 자주 고립되면서 스완지는 한때 5경기 연속 승점 3점을 얻지 못했다. '그라함을 막으면 승산있다'는 상대팀 전략이 적중했다. 투톱으로 전환하기에는 브리튼-데 구즈만-기성용 같은 미드필더들의 공존이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다. 그라함을 도와줄 쉐도우가 마땅치 않은 것도 단점.

그라함 부진은 올해 여름 스완지로 둥지를 틀었던 미추와 연관 깊다. '스페인 출신의 공격형 미드필더'인 미추의 신상만을 놓고 보면 아기자기한 공격 전개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미추는 경기를 풀어가는 성향보다는 골을 해결짓는 플레이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난 시즌 라요 바예카노에서 프리메라리가 15골, 올 시즌에는 벌써 6골 기록했다. 그라함과의 활동 반경이 겹칠 수 밖에 없다. 위건전에서는 원톱으로서 결승골을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보다는 공격수에 어울렸던 타입이었다. 그나마 스완지는 QPR에 비해서 특급 공격수가 없는 단점을 극복했다. 하지만 줄곧 공격수로 뛰었던 그라함 부진은 팀의 여전한 불안 요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