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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에게 레알 원정이 특별한 이유

 

'승부사' 박주영(27, 셀타 비고)이 한국 시간으로 21일 새벽 1시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 원정을 치른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진출 이후 처음으로 빅 클럽과 맞대결 펼치게 된 것. 소속팀 선수들과 함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카, 사비 알론소, 카림 벤제마 같은 유럽 최정상급 선수들과 승부를 다툰다.

현실적으로 셀타 비고의 레알 원정 전망은 어둡다. 레알이 프리메라리가 5위로 처졌지만 오히려 셀타 비고와의 홈 경기가 상위권 도약을 위한 기회로 작용한다. FC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같은 선두권 팀들을 따라잡기 위해 어떻게든 이번 경기를 이겨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셀타 비고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원정 3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레알은 홈에서 2승1무 기록했다.

반면 셀타 비고는 무실점을 위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상대팀 공세의 허를 찌르는 역습을 시도할 것이다. 좌우 윙어를 맡을 미카엘 크론-델리,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스의 빠른 돌파와 정교한 볼 배급, 공격형 미드필더 이아고 아스파스의 기교와 골 결정력, 원톱 박주영의 제공권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레알 골망을 흔들어야 한다. 특히 박주영은 라모스-페페 같은 레알 센터백과의 공중볼 다툼에서 볼을 많이 따내야 한다. 아스파스가 세컨볼에 대한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골을 노릴 수 있기 때문.

박주영은 레알 원정에서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그에게 레알 원정이 특별한 이유는 상대팀이 유럽 최정상급 클럽이자 경기 장소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다. 4년 넘게 유럽에서 활약하면서 레알처럼 세계적으로 화려한 명성을 자랑하는 클럽과 맞대결을 펼친 경험이 적었다. 이번 경기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이다.

AS 모나코에서 3시즌 뛰었을 때는 프랑스 명문 클럽들과 맞대결 펼친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 클럽들은 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 리그의 명문 클럽들에 비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의 경쟁력이 뒤떨어진다. 지난 시즌 아스널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서 벤치를 지키거나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나마 지난 1월 23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3월 7일 AC밀란전에 출전했지만 2경기 모두 후반 38분에 교체 투입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과시할 시간이 부족했다.

이번 레알 원정은 아스널 시절과 다르다. 셀타 비고의 주전 공격수로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밟을 것이다. A매치 이란전에서 오른쪽 다리를 다친 것이 변수지만 가벼운 부상으로 알려졌다. 셀타 비고 입장에서 레알 원정이 중요한 만큼 박주영이 결장하거나 후반 막판에 투입할 가능성이 적은 편이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시나리오는 박주영이 레알 원정에서 골을 터뜨리는 것이다. 박주영은 지난달 22일 헤타페전에서 프리메라리가 데뷔골을 쏘아 올렸지만 그것만으로는 주전 공격수 입지를 지키기 어렵다. 공격수는 골로 말하기 때문. 이번 레알 원정에서 골을 넣지 못하면 3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지게 된다. 3골 기록중인 아스파스에게 의존하는 팀의 득점 루트를 풀어줘야 셀타 비고의 중요한 존재로 부각될 수 있다.

하지만 박주영이 상대할 팀은 레알이다. 레알은 올 시즌 세 번의 홈 경기에서 2골 허용했을 뿐이다. '박주영이 상대할' 라모스-페페로 짜인 센터백 조합은 유럽 최정상급 수비력을 과시하며,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는 잔루이치 부폰(유벤투스)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골키퍼' 타이틀에 어울린다. 조세 무리뉴 레알 감독은 이전부터 수비 전술에 강한 면모를 발휘했다. 라모스 또는 페페가 로테이션에 의해 셀타 비고전에 결장할 수도 있지만 백업 센터백 라울 알비올 기량이 두 선수 못지 않다.

그럼에도 박주영에게는 승부사 기질이 남다르다. 런던 올림픽 3~4위전 일본전 결승골, 헤타페전에서 교체 투입된지 2분 만에 자신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데뷔골이자 팀의 결승골을 작렬했던 면모를 봐도 승부를 결정짓는 아우라가 강하다. 레알 원정에서 골을 넣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의 족적을 놓고 보면 사람들을 기대케 하는 자신만의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