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탤런트' 손흥민(20, 함부르크)이 지난 주말 도르트문트전에서 2골 넣으며 함부르크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2분과 후반 14분에 골을 넣으며 분데스리가 챔피언 격침에 앞장섰다. 특히 두번째 골 장면은 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로 부터 '대단한 슈팅이었다'는 호평과 함께 국내 축구팬들을 열광 시켰다. 이날 두 골을 포함하여 시즌 3골 기록하며 분데스리가 득점 랭킹 공동 2위에 올랐다.
손흥민의 시즌 3골이 값진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함부르크의 시즌 첫 승을 이끌었다. 함부르크는 지난 3경기에서 모두 패했으나 도르트문트를 제압하면서 리그 15위로 진입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4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했으며 도르트문트전 2골을 계기로 붙박이 주전을 굳혔다. 둘째는 20세의 어린 나이에 자신의 뛰어난 골 감각과 테크닉을 독일 무대에서 과시했다. 최근 독일 축구에서는 기술력을 갖춘 젊은 영건들이 대거 등장했으며 그 중에는 다른 리그 빅 클럽으로 떠난 선수들도 있다. 손흥민의 지금 기세가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빅 클럽 영입 관심을 받을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 맹활약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초반에도 3골 넣으며 함부르크 공격의 활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나 성적 부진으로 감독이 교체된 이후부터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 폼이 떨어졌고 끝내 교체 멤버로 밀렸다. 올해 4월에 2골 넣었으나 만족스런 시즌은 아니었다. 이때까지는 토르스텐 핑크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가 힘겨웠다.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보다 시즌 3호골 터뜨렸던 타이밍이 한 달 정도 빨랐던 차이점이 있지만 도르트문트전 2골에 만족해선 안된다.
손흥민의 불안 요소는 부상이다. 항상 폼이 좋았을 때 부상으로 신음했다. 2010년 프리시즌에는 9경기 9골 넣으며 자신의 이름을 한국 축구팬들에게 알리기 시작했지만 그 해 8월 5일 첼시와의 친선전에서 왼쪽 새끼 발가락 골절 부상으로 2개월 결장했다. 지난해 8월 28일 FC 쾰른전에서는 시즌 2호골을 터뜨린지 10분 뒤 상대 선수와 공중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이 접질리면서 국가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최대 6주 결장이 예상된 부상이었으나 3주 만에 경기를 뛰었다.
올해 여름에도 부상 악령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7월 20일 피스컵 흐로닝언전을 마친 뒤 뇌진탕 증상을 보이면서 공식 기자회견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증세가 호전되면서 이틀 뒤 성남전에 교체 투입하여 팀의 피스컵 우승을 기여했다.
그럼에도 부상을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축구 선수에게 부상은 치명적이기 때문. 부상은 선수의 실전 감각과 더불어 경기력까지 떨어뜨린다. 특히 유망주는 기초적인 경기력과 전술 이해도, 체력이 완성되지 않은 존재이며 부상이 결코 반갑지 않다. 더 많은 성장을 이룰 손흥민에게 다시는 부상이 찾아오지 않아야 한다.
손흥민에게 필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부상등을 이유로 지속적인 맹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당시 10대 후반의 동양인 선수였음을 감안하면 함부르크의 촉망받는 유망주로 성장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제는 20대에 접어들면서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 유망주에서 팀의 붙박이 주전으로, 더 나아가 분데스리가를 호령하는 강자로 떠올라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전자의 단계를 거쳤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
꾸준함의 중요성은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를 통해 깨우칠 수 있다. 뮐러는 20세였던 2009/10시즌 전반기에 루이스 판 할 감독(현 네덜란드 대표팀)의 신임을 받으며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으로 떠올랐다. 이전 시즌에는 4경기 출전에 그친 유망주였다. 2009년 9월 12일 도르트문트전 2골을 기점으로 오름세의 탄력을 받더니 2009/10시즌 34경기 출전 13골 6도움 기록하며(분데스리가 기준) 팀의 우승 주역이 됐다. 그때의 기세가 독일 대표팀 입지 향상과 남아공 월드컵 득점왕 등극으로 이어졌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는 득점 1위(4골)를 질주중이다.
손흥민은 올 시즌 4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뛰었다. 핑크 감독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프랑크푸르트전 1골에 이어 도르트문트전에서 2골 작렬하면서 한동안 주전 탈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남은 것은 잠재된 축구 재능을 마음껏 과시하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그 기세가 오랫동안 이어져야 한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