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이하 바르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의 경쟁은 2012/13시즌 초반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두 명의 슈퍼스타는 '세계 최고의 선수'를 지키기 위한 또는 되기 위한 분투를 펼치고 있다. 메시 독주를 막겠다는 호날두의 끈질긴 노력, 호날두 도전에 흔들림없이 자신의 시대를 지속하려는 메시의 집념이 계속 부딪치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이어졌던 두 선수의 라이벌 구도가 전혀 지루하지 않다.
마침내 웃은 호날두, 여전히 건재한 메시
메시와 호날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1차전에서 나란히 골을 터뜨렸다. 메시는 20일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이하 모스크바)전에서 후반 25분에 동점골, 후반 34분에 역전골을 터뜨리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호날두는 하루 앞선 19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전에서 후반 45분에 역전골을 넣으며 레알의 3-2 승리를 확정시켰다. 공교롭게도 소속팀의 펠레 스코어 역전승을 기여한 공통점이 있다.
호날두의 맨시티전 골은 극적이었다. 후반 45분 왼쪽 측면에서 마르셀루의 패스를 받은 뒤 사발레타를 제치고 박스 안쪽으로 접근하면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고 볼은 맨시티 골망을 흔들었다. 그 이전까지 슈팅 9개를 날렸으나 모두 무위로 돌아갔고 유효 슈팅은 2개에 불과했다. 만약 레알이 1-2로 패했다면 역적으로 몰렸을 것이다. 벤제마가 후반 41분에 동점골을 넣으면서 레알이 간신히 패배를 모면하는 분위기였지만, 호날두의 무수한 슈팅을 견뎌냈던 맨시티를 상대로 레알이 역전승을 거둘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스타는 경기를 해결짓는 기질이 강하다. 호날두의 10번째 슈팅이 레알의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골을 확인한 호날두는 두 손을 위로 치켜 올린 뒤 그라운드에 미끄러지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동료 선수들의 환호를 받았다. 골키퍼 카시야스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호날두쪽으로 달려가 역전의 기쁨을 만끽했다. 최근에 불거졌던 동료 선수와의 불화설이 가라앉은 순간이었다.
호날두는 지난 3일 그라나다전에서 2골 넣었으나 자신의 기분이 슬프다는 이유로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이에 스페인 언론에서는 호날두가 레알 구단에 이적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제기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왕따설'이 불거졌다. 잡음에 시달린 레알은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1승1무2패로 12위에 그쳐 2연패 달성의 적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호날두가 맨시티전에서 팀의 역전승을 지휘하면서 긍정적인 기운을 되찾았다. 아울러 레알이 시즌 초반 부진을 극복하는 터닝 포인트로 작용하게 됐다.
호날두가 웃은 하루 뒤에는 메시가 펄펄 날았다. 모스크바전에서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으며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동점골을 넣기 이전까지는 모스크바 선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지만 후반 25분 상대 수비의 노마크 상황에서 왼발로 골을 성공시켰다. 테요가 왼쪽 측면에서 맥기디를 제치고 골문 중앙쪽으로 패스를 연결하는 상황에서 메시쪽에 모스크바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봉쇄가 풀린 메시의 왼발 슈팅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후반 34분에는 문전에서 알렉시스의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받아내면서 역전골을 작렬했다.
메시는 올 시즌에만 10골을 넣었다.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스페인 슈퍼컵) 레알전 2경기에서 2골 터뜨렸으며, 프리메라리가 4경기에서 6골 기록하며 득점 선두로 올라섰다. 챔피언스리그 모스크바전에서도 2골 넣었다. 지난 시즌 73골의 저력이 올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A매치 파라과이전에서는 아르헨티나의 3-1 승리를 확정짓는 세번째 득점을 올리며 자신의 A매치 6경기 연속골을 이어갔다. 비록 11일 페루전에서 골망을 흔들지 못했지만 한때 대표팀에 약했던 징크스를 극복했다. 월드컵 우승을 제외하면 모든 것을 이루었다.
그런 메시의 거듭된 골 행진이 무서운 것은 자만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8/09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3년 넘게 1인자를 지키면서 매너리즘에 빠질 법도 한데 오히려 자신의 골 기록을 늘렸다. 2008/09시즌 38골, 2009/10시즌 45골, 2010/11시즌 50골, 2011/12시즌 73골로 나날이 골이 많아졌다.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바르사 메시'의 무한질주는 앞으로 언제까지 이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