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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 데뷔골, 아스널 벤치 설움 날렸다

 

박주영이 드디어 해냈다. 23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각) 스페인 비고 발라이도스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프리메라리가 5라운드 헤타페전에서 교체 투입된지 2분 만에 결승골을 넣으며 셀타 비고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양팀이 1-1로 팽팽히 맞섰던 후반 20분에 교체 출전했으며, 후반 22분 박스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미카엘 크론-델리의 왼쪽 크로스를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받아내면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은 박주영의 스페인 데뷔골이자 시즌 첫 골이다. 4년 전 AS모나코 진출 당시 데뷔전 데뷔골을 달성하는 임펙트를 과시하며 붙박이 주전으로 거듭났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데뷔전 데뷔골을 넣은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셀타 비고 홈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렸다. 유독 데뷔전 데뷔골과 인연이 깊다. 반면 아스널에서는 시즌 초반부터 결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10월 25일 칼링컵 볼턴전에서 골을 터뜨렸으나 팀 내 입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박주영 데뷔골은 셀타 비고 임대 이후 2경기 출전만에 이루어낸 성과다. 팀의 승리를 결정짓는 골을 터뜨리며 주전 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스널에서는 로빈 판 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 공격수에 가려졌지만, 셀타 비고에는 이아고 아스파스외에는 딱히 특출난 공격수가 없다. 더욱이 아스파스는 원톱에 적합한 박주영과 달리 쉐도우 기질이 강하다. 헤타페전에서는 골 생산보다는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에 충실했다. 앞으로 박주영과의 공존이 기대된다.

만약 박주영이 헤타페전에서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면 프리메라리가 적응이 점점 어려웠을 것이다. 넉넉하지 않은 출전 시간 속에서 첫 골을 넣어야 하는 부담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또한 프리메라리가에서는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 선수의 성공 사례가 없었으며 이천수(전 레알 소시에다드, 누만시아) 이호진(전 라싱 산탄데르)의 경우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하지만 박주영이 득점을 올리면서 한국인 선수가 스페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축구팬들에게 선사했다.

박주영은 이 골로 아스널 시절의 벤치 설움을 날렸다. 셀타 비고에서 임대된 이유는 아스널에서 지속적으로 경기에 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스널에서 6경기 출전에 그쳤으며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지난 1월 23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후반 38분 교체 투입이 유일한 출전이었다. 나머지 경기에서는 벤치를 지키거나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되기 일쑤였다. 아스널 특유의 빠른 템포을 따라오지 못했던 아쉬움도 있었지만 아르센 벵거 감독에게 잉글랜드 무대에서 적응할 기회를 넉넉히 얻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아스널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변화가 필요했다. 자신의 등번호였던 9번을 이적생 루카스 포돌스키에게 빼앗기면서 30번으로 변경됐다. 등번호 30번은 주전보다는 후보 선수에게 익숙한 숫자다. 아스널에서의 전망이 밝지 않아 보였다. 결국 셀타 비고로 임대되었고 프리메라리가 출전 2경기만에 골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아스널 시절의 어려움을 딛고 '박 선생'으로 불렸던 AS모나코 시절의 에이스 본능을 되찾을 기회를 잡았다.

박주영은 헤타페전에서 킬러의 면모를 과시했다. 후반 22분 골에 이어 31분에는 헤타페 진영에서 동료 선수에게 백패스를 밀어준 뒤 문전으로 침투하는 동작을 취했다. 동료 선수의 패스가 헤타페 수비수에게 차단당했지만,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면서 볼을 받으려는 움직임은 칭찬받을만 하다. 후반 41분에는 박스 오른쪽 바같에서 중앙쪽으로 이동하면서 왼발 슈팅을 날렸으나 볼은 골대 바깥으로 향했다. 알베르토 로포를 완전히 제꼈다면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연출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지만 후반 22분 골이면 충분했다.

첫 골을 넣은 박주영 활약은 최강희호에 반가운 소식이다. 셀타 비고에서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 AS모나코 시절의 기량을 되찾을 것이며 대표팀 입지를 향상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최강희호 출범 이전에 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던 경험이라면 팀 내 입지 회복이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의 최대 고비인 다음달 17일 이란 원정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