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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답답한 QPR에게 승점 1점은 과분했다

 

'산소탱크' 박지성이 풀타임 출전했지만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는 답답한 경기력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 내용을 놓고 보면 승점 1점이 과분했다. 개막전 스완지 시티(이하 스완지)전 0-5 대패를 떠올리면 올 시즌 행보가 험난할 것이다.

QPR은 한국 시각으로 25일 저녁 11시 케로우 로드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노리치 시티(이하 노리치)전에서 1-1로 비겼다. 전반 11분 시미온 잭슨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며 전반 19분에는 바비 자모라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지브릴 시세의 페널티킥이 골대를 맞췄으나 근처에서 달려들던 자모라가 왼발로 밀어 넣으며 팀이 패배를 모면했다. 시즌 첫 승점을 따낸 QPR의 다음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9월 2일 새벽 1시 30분 맨체스터 시티 원정이다.

박지성 맹활약으로는 역부족이었던 QPR

후반 25분 상황부터 언급하자. 박지성이 QPR 진영 한 가운데에서 볼을 전방쪽으로 길게 띄웠다. 노리치 센터백 움직임이 앞쪽으로 쏠렸던 약점을 간파한 패스였다. 공격수 시세는 상대 센터백을 제친뒤 박지성 패스를 받으려했으나 볼은 상대 골키퍼에게 넘어갔다. 패스 낙하지점을 잘못 판단하면서 자신의 몸에 볼을 트래핑하지 못한 것이 노리치에게 공격권이 넘어갔던 빌미가 됐다. 유능한 공격수라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을 노렸겠지만 시세는 그렇지 못했다. QPR 현실을 말해주는 대표적 장면이었다. 아무리 박지성이 잘해도 동료 선수가 못하면 이렇게 무용지물이 된다.

QPR은 스완지전에 비해서 공격력이 조금 좋아졌다. 잔패스를 줄이고 전방쪽으로 신속하게 볼을 공급하면서 공격 템포가 빨라졌다. 어떤때는 롱볼을 날리며 한 번에 골 기회를 엮으려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투톱을 맡았던 시세-자모라 활약이 저조했다.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받으려는 움직임이 의욕적이지 못했고 위치선정까지 불안했다. 팀에서 패스 정확도 70% 미만을 기록한 선수도 시세-자모라 뿐이었다.(골키퍼, 교체 멤버 제외) 시세는 56%, 자모라는 68%에 그쳤다. 특히 시세는 풀타임 뛰었음에도 패스가 9개에 불과했으며 4번이나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렸다.

노리치 원정은 4-4-2보다는 4-2-3-1을 활용했으면 더 좋았을 경기였다. 4-4-2는 기본적으로 미드필더와 공격수 사이에서 볼을 배급할 선수가 있어야 한다. 중앙 미드필더가 전진하거나 또는 공격수 중에 한 명이 자주 밑으로 내려와서 볼에 관여해야 한다. 그러나 QPR에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박지성은 자신의 중앙 미드필더 파트너였던 디아키테가 잦은 실수를 범하면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데 제약을 받았고, 그나마 자모라가 2선쪽으로 내려왔지만 패스가 여러차례 끊겼으며 시세와의 호흡까지 안맞았다.

물론 QPR의 현실적 선택은 4-4-2였다. 공격형 미드필더 타랍의 스완지전 부진이 결정타였다. 당시 결장했던 자모라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7골 기록했던 공격수였다. 휴즈 감독이 시세-자모라 투톱에 눈을 돌렸던 이유다. 그러나 두 선수는 노리치전에서 궁합이 맞지 못했다. 4-2-3-1이었다면 두 공격수의 불협화음이 없었을지 모를 일이다. 문제는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을 선수가 마땅치 않다. 박지성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이 가능하지만 오히려 수비형 미드필더쪽이 불안해진다. 바튼이 장기간 징계로 빠진 QPR 중원에서 박지성 이외에는 믿을만한 선수가 없다. 이것이 QPR의 답답한 현실이다.

QPR 경기력이 좋아지려면 '박지성 파트너' 디아키테를 벤치로 내리거나 또는 선수 본인이 각성해야 한다. 중앙 미드필더는 기본적으로 볼을 자유자재로 공급하면서 끈질긴 수비를 펼쳐야 한다. 그러나 디아키테는 볼을 다루는 동작이 서툴고 자신감이 없었다. 당연히 탈압박까지 버거웠다. 무리한 드리블 돌파로 팀의 패스 플레이를 저해했으며 수비까지 불안했다. 지난 스완지전에서도 느슨한 수비를 일관했다. 이러한 부진은 자신의 옆에서 활동하는 박지성을 체력적으로 힘들게 한다.

박지성은 노리치전에서 제 몫을 다했다. 전방쪽으로 여러차례 날카로운 패스를 띄우며 팀 공격의 활력을 불어 넣었다. QPR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시도했다.(43개) 전반 37분에는 노리치 박스 오른쪽 안에서 단독 돌파를 시도하면서 스스로 공격 기회를 얻으려 했다. 수비에서는 팀 내에서 태클 1위(5개) 가로채기 2위(2개)를 기록했다. 전반 8분에는 왼쪽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노리치 오른쪽 풀백 마틴의 크로스를 몸을 날려 저지했던 장면이 있었다. 든든한 수비형 미드필더와 호흡을 맞췄으면 더 좋은 활약상을 과시했을 것이다.

QPR은 남은 이적시장 기간에 중앙 미드필더를 보강해야 할 것이다. 박지성과 디아키테는 홀딩맨이 아니기 때문에 특출난 수비력을 자랑하는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해야 한다. 물론 박지성의 수비력은 뛰어나지만 공격적인 장점이 풍부하며 본래 윙어였다. 지금의 박지성-디아키테 조합으로는 QPR의 남은 프리미어리그 36경기 전망이 어둡다.

또 한 가지 지적할 것은 파비우의 수비 실수다. 파비우는 스완지전에 이어 노리치전에서도 실점의 빌미가 되는 실수를 연출했다. 전반 11분 선제골을 넣었던 잭슨에게 크로스를 띄웠던 필킹톤을 마크하지 못했다. 앞으로 QPR과 상대하는 팀들은 파비우 수비 약점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 노리치전에서 교체 출전했던 첼시 출신의 오른쪽 풀백 보싱와 선발 투입 타이밍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QPR의 시즌 초반 전망은 어둡다.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상대가 맨체스터 시티, 첼시, 토트넘 같은 빅6에 포함되는 강팀들이다. 특히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전은 원정 경기라는 부담감이 있다. 지난 시즌 최종전 맨체스터 시티 원정에서 2-3으로 패하면서 상대팀 우승의 희생양이 됐다. 스완지전, 노리치전에서 보여준 모습으로는 강팀을 제압하기 힘들다. 경기력 향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