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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지동원, 잔류보다 임대가 해답인가?

 

선덜랜드가 현지 시간으로 24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스코틀랜드 출신 공격수 스티븐 플레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플레처는 지난 두 시즌 동안 울버햄프턴의 간판 공격수로 뛰었다. 2010/11시즌 프리미어리그 29경기 10골 2도움, 2011/12시즌 프리미어리그 28경기 12골 2도움 올리며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두자릿수 골을 기록했다. 팀이 지난 시즌 꼴찌 추락으로 강등되자 선덜랜드로 둥지를 틀었다. 선덜랜드의 영건 지동원에게 긍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지동원의 주전 도약은 어려워졌다. 선덜랜드가 플레처와 스테판 세세뇽을 투톱으로 활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 세세뇽이 공격을 조율하면서 상대 수비를 흔들고 플래처가 최전방에서 골을 노리는 패턴이 될 것이다. 플레처는 아스널로 복귀한 니클라스 벤트너의 대체자다. 신장 185cm로서 벤트너보다 6cm작지만, 벤트너에 비해서 골 결정력이 뛰어나다. 세세뇽은 선덜랜드의 에이스다. 그동안 이적을 준비하면서 지난달 한국에서 개최된 피스컵에 불참했지만 이적 불발로 다시 팀 전력에 가세했다.

루이 사아, 코너 위컴은 지동원과 더불어 플레처-세세뇽의 백업 멤버로 분류된다. 사아는 자유 계약 신분으로 선덜랜드에 입단했던 34세 노장이다. 기량 노쇠화에 빠지면서 마틴 오닐 감독에게 많은 출전 시간을 얻지 못하겠지만 다른 공격수들에 비해 경험이 많다. 백업 멤버로서 간간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내밀것이다. 위컴은 잉글랜드의 미래로 평가 받는 19세 유망주다. 지난해 여름 입스위치 타운에서 선덜랜드로 이적할 당시 이적료 800만 파운드(약 143억 원)를 기록할 정도로 구단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지동원과 더불어 선발 출전 횟수가 적으며 최근 블랙번 임대설이 제기됐다.

지동원은 측면 미드필더 전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선덜랜드의 좌우 윙어는 제임스 맥클린, 아담 존슨이 맡을 예정이다. 맥클린은 올해 23세의 아일랜드 대표팀 선수이며 지난 시즌 중반 오닐 감독 부임 이후부터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다. 부지런한 움직임과 저돌적인 돌파를 과시하는 공격 성향의 윙어다. 존슨은 플래처와 같은 날에 선덜랜드 이적이 발표됐다. 그동안 맨체스터 시티의 로테이션 멤버로 활약했으나 사미르 나스리, 다비드 실바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선덜랜드로 눈을 낮췄다. 공간 침투에 이은 크로스를 띄우는 패턴을 즐긴다. 두 명의 윙어는 빠른 순발력을 갖춘 공통점이 있다.

물론 지동원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교체 투입을 통해서 출전 기회를 얻을 것이다. 지난 시즌 첼시전,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골을 넣었을 당시 조커로 출전했다. 지난 1월 2일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 팀의 1-0 승리를 이끄는 감격적인 골을 터뜨렸던 경험이 있다. 그 골을 계기로 선덜랜드에서 출전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결장과 후반전 교체 출전을 반복한 것은 오닐 감독 성향에 맞지 않은 선수임을 뜻한다.

오닐 감독은 공격수를 배치할 때 빅&스몰 형태를 선호한다. 지동원은 187cm의 장신 공격수임에도 타겟맨으로 활용되기에는 몸싸움이 약하다. 쉐도우로서의 능력은 세세뇽보다 부족하다. 세세뇽은 지난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오닐 감독 부임을 전후로 폼이 부쩍 좋아졌다.

그런 오닐 감독은 피스컵 성남전이 끝난 뒤 "지동원과 위컴이 좀 더 경험을 쌓으면서 거칠고 힘든 프리미어리그에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동원은 팀 내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향상되었는데, 좀 더 적응을 해서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적이 있었다. 지동원이 프리미어리그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선발 출전 횟수가 2경기에 불과하다.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하려면 지속적인 선발 출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선덜랜드에서는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지동원은 다른 팀 임대를 고민해야 한다. 어느 팀에 소속되었든 경기에 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올림픽 대표팀 주장 구자철이 모범적 사례다. 볼프스부르크에서는 쟁쟁한 멤버들에 가려 자신의 재능을 어필할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그나마 선발 출전했던 경기 중에는 좌우 윙어, 공격수로 뛰었지만 자신에게 맞는 포지션이 아니다. 지난 1월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이후에는 꾸준한 선발 출전 끝에 자신감을 얻으면서 본래의 기량을 회복했다. 5골 넣은 활약상까지 곁들여지면서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고 그 기세가 런던 올림픽 맹활약으로 이어졌다. 적어도 영건이라면 임대는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로 지동원 임대가 성사 될지는 의문이다. 아직까지 선덜랜드의 임대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또는 오닐 감독이 임대를 원치 않을수도 있다. 오닐 감독은 지난 1월 다른 팀의 지동원 임대 제안을 거절했었다. 하지만 지동원이 올 시즌 '폭풍 성장'하고 싶다면 넉넉한 출전 시간은 기본이다. 오닐 감독의 의중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