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이 올림픽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시각으로 8일 오전 3시 45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된 '2012 런던 올림픽' 4강 브라질전에서 0-3으로 패했다. 전반 37분 호물루에게 실점했고, 후반 12분과 19분에는 레안드루 다미앙에게 2골 허용했다. 브라질은 런던 올림픽 5경기 연속 3골을 넣는 괴력을 과시한 반면, 한국은 5경기에서 3골에 그친 득점력 부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태극 전사들은 11일 오전 3시 45분 3~4위전 일본전에서 이겨야 동메달을 획득한다.
[전반전] 호물루에게 실점 허용, 열심히 뛰었지만 성과 없었다
한국과 브라질은 4강에서 선발 라인업을 변경했다. 한국은 박주영-박종우를 선발 제외하면서 4-4-2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지동원-김현성이 투톱을 맡았고 김보경-구자철-기성용-남태희가 미드필더로 나섰다. 8강 영국전에서 부상 당했던 정성룡-김창수는 결장했다. 브라질은 헐크가 빠지고 알렉스 산드루가 오른쪽 윙 포워드로 나섰다. 이번 대회에서 폼이 올라오지 못했던 헐크를 아끼겠다는 의도였다. 두 팀은 올림픽에서 부진한 와일드카드 공격수(박주영, 헐크)를 선발 제외한 공통점이 있었다.
브라질은 경기 초반 수비수끼리 볼을 돌리면서 패스 템포를 늦췄다. 첫번째 이유는 한국의 전력을 탐색하겠다는 것이며 두번째 이유는 시작부터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빌미가 됐다. 한국은 지동원-김현성 투톱을 중심으로 포어체킹을 펼치면서 브라질 공격을 늦췄다. 전반 11분 김현성 슈팅을 시작으로 공격의 포문을 열었으며, 크로스를 시도하거나 측면으로 볼을 공급하면서 공격 패턴을 다양하게 취했다. 당초 브라질이라는 강팀과 겨루면서 선 수비-후 역습을 펼칠 것으로 보였지만 전반 10분 이후부터 정면 공격으로 대응했다.
전반 13분에는 지동원이 문전 쇄도 과정에서 김현성의 패스를 받아 헤딩 슈팅을 노렸으나 상대팀 수비수 발에 의해 목 뒷쪽을 맞으면서 넘어졌다. 실제로는 파울이었으나 주심이 인정하지 않았다. 지동원은 전반 15분 왼쪽 측면에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한국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전반 19분 오재석 백패스가 골키퍼 이범영쪽을 노린 것이 브라질 공격수 다미앙쪽으로 연결되면서 실점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이범영이 앞쪽으로 달려들며 볼을 걷었으나 왼쪽 무릎을 다치면서 한동안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다행히 경기에 나섰지만 주전 골키퍼 정성룡이 팔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라 아찔했다.
한국은 공격시 점유율을 높이면서 수비시에는 협력 수비로 대응했다. 한 선수가 볼을 소유한 브라질 선수를 따라붙으면 다른 선수가 근처 공간에 자리잡으면서 상대 선수의 침투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 했고, 또는 두 명이 함께 압박하면서 상대팀 패스 공급을 어렵게 했다. 근면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끈질긴 수비를 펼치면서 네이마르-다미앙을 봉쇄했다. 브라질이 두 번이나 롱볼을 올릴 정도로 한국 수비진은 두꺼웠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오재석-남태희의 볼 관리가 서툴렀다. 스피드와 개인기가 뛰어난 팀을 상대로 자기 진영과 하프라인에서 볼을 빼앗기는 것은 위험하다. 한 번의 역습 허용이 실점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 불안 요소가 전반 37분 호물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오재석이 오른쪽 측면에서 패스를 준다는 것이 브라질 압박에 걸리면서 역습을 허용 당했고(다른 선수가 볼을 빼앗겼지만 브라질 선수 2명이 있는 쪽으로 패스를 한 것이 위험했다.), 네이마르와 오스카 발을 거쳤던 볼이 호물루의 오른발 슈팅에 의한 골로 이어졌다. 김창수 공백을 실감하게 됐다. 왼쪽 풀백 윤석영이 호물루를 막지 못한 것도 실점의 또 다른 이유. 위치선정이 잘못됐다. 오스카가 한국 진영으로 치고 들어갈 때 왼쪽 공간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호물루를 놓쳤다. 한국은 전반전을 0-1로 마쳤다. 열심히 뛰었던 경기 내용에 비해 돌아온 성과가 없었다.
[후반전] 추가 실점 허용, 한국의 패인 짚어보기
한국은 후반 2분에 페널티킥을 얻을 뻔했다. 김보경이 박스 안에서 윤석영 스루패스를 받았을 때 산드루 발에 걸려 넘어졌다. 명백한 파울이었으나 주심은 페널티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는 패스 시도를 늘리며 동점골 기회를 노렸다. 0-1로 뒤진 상황이라 공격에 욕심내야만 했다.
그러나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후반 12분 다미앙에게 실점했다. 네이마르가 박스 왼쪽에서 찔러준 패스가 다미앙의 오른발 슈팅에 의한 골로 이어졌다. 기성용이 네이마르를 놓쳤고 누구도 다미앙을 마크하지 않았다. 0-2로 뒤진 한국은 후반 13분 구자철을 빼고 정우영을 교체 투입하면서 중원 수비를 보강했다. 구자철 교체는 브라질전을 포기하는 수순과 다름 없었다. 3~4위전 일본전을 준비해야만 했다. 그 이후에는 수비에 치중하면서 실점 줄이기에 나섰지만 후반 19분 다미앙에게 또 실점했다. 후반 25분에는 박주영, 31분에는 백성동을 교체 투입했으나 공격 전개에서 이렇다할 힘을 쓰지 못하면서 패배가 가까워졌다.
무엇보다 선제골 싸움에서 밀리지 말았어야 했다. 심판 판정을 논외하고, 전반 10분 이후 공세를 펼쳤을 때 첫번째 골을 넣었다면 남은 시간 수비에 비중을 두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골이 계속 터지지 않으면서 공격을 시도해야 하는 부담감을 느꼈는지 수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앞에서도 수비 문제를 지적했지만, 상대팀보다 레벨이 낮은 팀이 수비 문제에 시달리면 경기를 이기기 어렵다. 8강 영국전까지는 4경기 2실점을 기록하면서 안정된 수비력을 보였지만 브라질은 이전에 상대했던 팀들과 달리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했다.
기성용-구자철 중앙 미드필더 조합의 공격력도 기대보다 미흡했다.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존재하지 않으면서 수비 부담이 가중됐다. 주 포메이션이었던 4-2-3-1을 쓰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지동원을 원톱에 두기에는 몸싸움이 취약한 약점이 있어서 김현성을 선발 투입시켜야만 했다. 박주영의 이번 대회 부진이 뼈아팠다. 한편으로는 허리와 발가락이 좋지 못했던 박종우가 결장하면서 일본전을 위한 체력을 안배했다. 일본 특유의 패스 축구를 막으려면 박종우 같은 궂은 역할을 도맡을 살림꾼이 필요하다.
김보경-남태희 같은 측면 미드필더들은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했다. 두 선수는 브라질 좌우 풀백 마르셀루-하파엘의 공격 성향을 이용해서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움직임 자체가 좋지 않았다. 드리블 보다는 주변에 있는 동료 선수를 활용한 패스를 통해서 침투를 노리는 패턴에 비중을 두어야 했다. 이번 대회 내내 만족스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측면 공격이 강했지만 런던 올림픽에서는 반감된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아쉬움을 남겼던 한국은 브라질전에서 0-3으로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