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올림픽 4강 진출을 이루었지만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문을 통과했을 뿐이다. 한국의 목표는 3위 이내 입상이다. 4강 상대팀 브라질을 결승 진출을 위한 제물로 삼아야 한다. 승리할 경우 최소 은메달을 확보하게 된다. 8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에 소재한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릴 '2012 런던 올림픽' 4강 브라질전. 국민들은 한국의 승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1. 한국vs브라질, 올림픽 4강에 진출하기까지
한국의 지금까지 런던 올림픽 성적은 1승3무(8강 영국전 승부차기는 무승부 기록). B조에서는 멕시코-가봉에게 득점 없이 비겼지만 스위스를 2-1로 제압했다. 영국전에서는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5-4로 이겼다. 4경기 3골에 그친 득점력 때문에 4강이라는 좋은 성과에 비해서 승리 횟수가 적다. 그럼에도 4경기 2실점을 기록한 수비력이 뒷받침되면서 '쉽게 지지 않는' 경기 운영을 펼쳤다. 영국전에서는 페널티킥을 제외하고 유효 슈팅을 단 1개 내줬을 뿐이다. 수비력이 약하다는 소리를 끊임없이 들었던 이전의 한국 축구와는 차원이 다르다.
브라질은 런던 올림픽에서 4전 4승을 기록했다. 이집트(3-2) 벨라루스(3-1) 뉴질랜드(3-0) 온두라스(3-2) 같은 약팀들을 상대로 3골씩 넣는 최강의 화력을 자랑했다. 공격력에 있어서는 런던 올림픽 No.1으로 손색없다. 많은 사람들은 브라질의 약점으로 4경기 5실점을 기록한 수비력을 지목하지만, 4경기를 모두 이겼던 '승리 본능'을 무시할 수 없다. 1골 내주면 2골 넣을 저력이 충만하다. 다만, 8강 온두라스전에서 네이마르의 시뮬레이션 액션 과정에서 상대팀 선수의 퇴장이 없었으면 3-2로 이기지 않았을 것 같다.
2. 팀이 강한 한국vs개인이 강한 브라질
한국은 개인보다 팀이 강하다. 선수단은 홍명보 감독과 주장 구자철을 중심으로 2009년 이집트 U-20 월드컵 대표팀 시절부터 함께 지냈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와일드카드와 새로운 영건들이 추가되었으나 홍명보호의 취약한 포지션을 메웠다고 봐야한다. 와일드카드 박주영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홍명보호를 경험했다. 지동원과 기성용은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국가 대표팀에서 구자철 등과 호흡을 맞춰봤다. 공격시 연계 플레이의 세밀함이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선수들이 동료와의 협력에 열정을 쏟았다.
브라질은 팀보다 개인이 강하다. 축구팬에게 익숙한 인물들이 여럿 있다. 네이마르-헐크는 향후 유럽 축구 이적시장에서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들이다. 얼마전 AC밀란에서 파리 생제르맹으로 둥지를 틀었던 '와일드카드' 티아구 실바 이적료는 4000만 유로(약 558억원, 추정)이며 역대 수비수 최고 이적료 2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팀으로서의 응집력이 약하다. 다수의 선수들이 공격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동료 선수를 도우려는 헌신적인 플레이가 뒤떨어진다. 수비에서 상대 공격수 마크를 놓치거나 커버 플레이를 소홀히하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3. 브라질 네이마르에게 필요한 올림픽 금메달, BUT
네이마르는 호날두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선수' 메시와 라이벌 관계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경력에서는 메시에게 밀리지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축구 대립 관계를 떠올려보자. 메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기점으로 FC 바르셀로나의 2009년 6관왕 위업을 주도하면서 세계 No.1으로 자리잡았다. 네이마르에게 있어서 브라질이 지금까지 올림픽을 제패하지 못한 징크스가 불안하지만, 기본적으로 올림픽 금메달이 있어야 메시와의 레벨 차이를 줄이면서 혹은 메시를 제칠 명분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네이마르 거품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코파 아메리카에서 브라질 에이스로 주목 받았던 것에 비해서 활약상이 미흡했고, 그 해 12월 FIFA 클럽 월드컵 결승 바르셀로나전에서는 팀이 0-4로 패한것과 동시에 메시와의 맞대결에서 졌다. 그 경기에서 바르셀로나 수비에 꽁꽁 묶였다. 런던 올림픽 8강 온두라스전 시뮬레이션 액션도 매끄럽지 않았다. 4강 한국전은 자신의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지만, 한국은 런던 올림픽에서 절정의 조직력을 과시하며 영국에게 굴욕을 선사했다. 이번 경기는 네이마르의 진정한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4. '체력 저하' 한국, 선제골을 노려라
한국은 브라질에게 체력에서 밀린다. B조 3차전 가봉전에서 공격 옵션들의 몸놀림이 무거워지면서 체력 저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국전 전반전 점유율에서 54-46(%)로 앞섰으나 후반전과 연장전을 거쳐 42-58(%) 열세를 나타낸 것도 체력 때문이었다. 3일에 한 번씩 경기를 치르는 일정, 로테이션이 활발하지 못했던 점, 런던(가봉전)-카디프(영국전)-맨체스터(브라질전)로 이어지는 이동 부담, 그리고 영국전에서 연장전 30분과 승부차기를 소화하면서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게 됐다.
현실적으로 후반전에 공격력을 끌어 올리는 것은 버겁다. 아무리 부지런히 뛰어도 체력적으로 힘들면 효율적인 볼 배급이 어려워진다. 4강에 진출하기까지 경기 흐름을 주도적으로 바꿀만한 조커도 마땅치 못했다.(골키퍼 이범영 논외)
결국은 선제골 싸움이다. 브라질보다 먼저 골을 넣으며 리드를 굳혀야 한다. 그럴 경우 브라질은 맹공격을 펼칠 것이며 한국은 수비에 주력할 것이다. 상대팀의 조급함을 우리가 빠른 역습에 의한 추가골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브라질에게 선제골을 내주면 한국 선수들이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기까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절대로 브라질에게 선제골을 허용해선 안된다. 또한 1-0 이후에는 한 치의 수비 실수가 없어야 한다.
5. 한국이 승리하려면 박주영 골이 필요하다
한국은 브라질에 비해서 수비에 신경써야 한다. 홍명보 감독은 점유율 축구를 선호하지만 브라질 공격력은 런던 올림픽 최강이다. 지동원-구자철-남태희 같은 2선 미드필더들이 공격에 힘을 쏟기에는 수비 부담이 크다. 박스 바깥에서의 움직임이 많게 된다.
수비 축구로 이기는 팀의 특징은 공격수가 골을 잘 넣는다. 박주영에게 골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 4경기에서 부진했으나 오히려 실전 감각이 쌓였다. 그렇다고 원래의 폼을 되찾았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경기를 풀어가는 노하우 정도는 익혔을 것이라 판단된다. 또한 한국 선수들은 브라질을 꺾으면 병역 혜택을 받게 된다. 과연 박주영은 브라질전에서 자신의 역량으로 팀 승리를 기여하며 병역 혜택의 자격을 얻을까?
6. 지동원or김보경, 하파엘 뒷 공간을 노려라
그동안 맨유 경기를 즐겨봤던 사람이라면 하파엘 수비력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 선수들도 모를리 없다. 브라질전에서 왼쪽 윙어를 맡을 지동원은 하파엘 뒷 공간을 침투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하파엘의 공격적인 성향이 오히려 지동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 하파엘이 부진하면 헐크의 수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브라질의 오른쪽 측면 밸런스가 무너진다. 브라질 왼쪽 풀백 마르셀루도 하파엘과 더불어 움직임이 자주 앞쪽으로 쏠린다. 브라질의 수비 약점을 한국이 파고들어야 한다.
영국전에서 결장했던 김보경 출전 가능성도 있다. 김보경은 상대팀 협력 수비에 취약하지만 그렇지 않을때는 날카로운 기교를 자랑한다. 뒷 공간이 취약한 하파엘과의 맞대결에서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할지 주목된다. 지동원이 경기 중에 박주영을 대신해서 원톱을 맡거나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하면 김보경이 왼쪽 윙어로 뛰게 된다.
한국vs브라질, 예상 선발 명단
한국(4-2-3-1) : 이범영/윤석영-김영권-황석호-오재석/기성용-박종우/지동원(김보경)-구자철-남태희(백성동)/박주영(지동원, 김현성)
브라질(4-2-1-3) : 가브리엘/마르셀루-주앙-티아구 실바-하파엘/호물루-산드루/오스카(간수)/네이마르-다미앙(파투)-헐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