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대표팀에서 활약중인 김보경이 잉글랜드 챔피언십리그(2부리그)에 소속된 카디프 시티(이하 카디프)로 이적했다. 카디프는 한국 시간으로 27일 오전 김보경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년이며 현재 워크퍼밋(취업허가서) 발급이 완료되는 중이라고 카디프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언급했다. 이어 런던 올림픽이 끝나면 완전 이적 절차가 끝날 것이며 2012/13시즌 카디프 스쿼드에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보경 카디프 이적은 아쉬움에 남는 것이 사실이다. 런던 올림픽에서 맹활약 펼치면 카디프보다 더 좋은 클럽으로 떠났을지 모른다. 본선 첫 경기 멕시코전에서는 부진했지만 스위스-가봉전에서 한국의 8강 진출을 공헌하는 결정적 활약을 펼치면 자신을 주목하는 유럽리그 스카우터가 늘었을지 모를 일이다. 카디프 이적은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지만 2부리그 클럽이라는 한계가 있다. 카디프는 지난 시즌 챔피언십리그 6위를 기록했으며 프리미어리그 승격 플레이오프 탈락으로 상위 리그에 도약하지 못했다. 구단 역사상 아직까지 프리미어리그 진출 경험이 없다.
챔피언십리그는 총 24팀이며 팀당 46경기가 펼쳐진다. 프리미어리그에 비해서 4팀 더 많으며 8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2012 K리그의 경우 팀당 44경기 편성되었으며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커졌다는 축구계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보경은 챔피언십리그를 소화하면서 국가 대표팀까지 병행하는 힘든 일정을 견뎌야 한다. 박지성(퀸즈 파크 레인저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한국과 잉글랜드를 오가며 컨디션 저하에 시달렸던 어려움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설기현(인천)은 2000년대 중반에 챔피언십리그 울버햄턴에서 활약했지만 한국에서 진행된 A매치에서는 최상의 폼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보경 이적이 우려되는 또 다른 이유는 챔피언십리그가 프리미어리그보다 거칠다. 체격 조건이 크지 않은(178cm, 83kg) 김보경이 과연 챔피언십리그에 순조롭게 적응할지 의문이다. 부상 위험성이 높기 때문. 앞으로 국가 대표팀을 병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혹사를 피해야 한다. 하지만 카디프 사정에 의해 로테이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상을 걱정할 수 밖에 없다. 각국 테크니션들의 유입으로 힘과 기교가 조화를 이루는 프리미어리그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김보경 실패를 바라지는 않는다. 카디프 주축 선수로서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돕는 시나리오를 기대할 것이다. 유럽리그에서 이렇다할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경기력 저하로 고생했던 한국인 선수들이 과거부터 여럿 존재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느 리그를 가든 소속팀에서의 꾸준한 선발 출전은 자신의 경기력 유지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기성용을 예로 들면, 2009년 K리그 일정이 종료되면서 스코틀랜드 명문구단 셀틱으로 이적했다. 스코틀랜드의 유럽리그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라 적지 않은 축구팬들이 그의 셀틱 이적을 원치 않았다. 당시의 기성용은 뛰어난 공격력과 신장 187cm의 체격과 달리 몸싸움에 약점이 있었다. 거칠기로 소문난 스코틀랜드 리그에 순조롭게 적응할지 의문이었다. 실제로 기성용은 셀틱 이적 초기에 이렇다할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실전 감각이 저하됐다.
하지만 기성용은 셀틱의 핵심 선수로 성장했다. 소속팀에 필요한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몸싸움을 향상 시키면서 경기력이 업그레이드 됐다. 아무리 개인 실력이 훌륭한 선수라도 소속팀이 지향하는 축구와 안맞으면 전술적인 불협화음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기성용은 팀이 원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수비력을 가다듬으며 닐 레넌 감독의 인정을 받게 됐으며 현재 퀸즈 파크 레인저스 이적설로 주목을 끌게 됐다. 결과적으로 그의 셀틱 이적은 옳았다.
과연 김보경은 기성용처럼 카디프 이적이 옳았다고 증명하는 날이 올까? 그의 기술적 재능을 놓고 보면 잉글랜드 무대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볼턴의 에이스로 군림했던 이청용처럼 말이다.(그러나 이청용도 챔피언십리그에서 뛰어야 한다.) 챔피언십리그의 빡센 일정과 거친 플레이가 만연한 리그 분위기가 걱정스럽지만 잘 이겨내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 날이 갈수록 유럽파들이 많아지는 일본 축구를 떠올리면 한국 축구도 유럽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많아져야 한다. 김보경이 잉글랜드에서 성공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