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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멕시코전 무승부, 무엇이 문제였나?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본선 첫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한국 시간으로 26일 저녁 10시 30분 '2012 런던 올림픽' B조 1차전 멕시코전에서 0-0으로 비겼다. B조 1위 후보로 평가받는 멕시코를 상대로 경기 내용에서 우세를 점했으나 킬러 부재에 시달리면서 골을 넣지 못했다. 후반 30분에는 박주영을 빼고 백성동을 교체 투입하면서 10분 동안 제로톱을 활용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멕시코와 함께 B조에 편성된 스위스와 가봉은 나란히 1-1로 비겼다. 한국은 30일 오전 1시 15분 코벤트리에서 스위스와 맞붙는다.

한국의 공격력 침체, 아쉬웠던 전반전

무엇보다 멕시코가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공격 옵션들이 포어체킹을 펼치면서 한국의 빌드업이 중앙에서 잘 이루어지지 못했다. 한국은 수비수들의 볼 소유가 많아지면서 점유율을 늘렸으나 전반 4분 롱볼에 의한 공격이 끊겼고 6분에는 기성용이 상대팀 선수에게 볼을 빼앗겼다. 8분에는 박종우가 상대팀 선수가 소유한 볼을 차단하면서 박주영을 활용한 역습을 시도했으나 후속 공격이 이어지지 못했다. 한국이 패스 게임을 펼치는데 있어서 그라운드가 미끄러운 것도 경기 진행의 악조건으로 작용했다.

한국은 전반 중반에 접어들면서 미드필더들의 압박에 초점을 맞췄다. 멕시코의 공격 점유율이 늘어나자 허리쪽에서 수비쪽으로 맞대응한 것. 김보경-구자철-남태희로 짜인 2선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가담하면서 상대 공격 패턴을 미리 읽고 차단하려는 자세를 취하면서 멕시코 공격이 빠르게 전개되지 못했다. 그러자 멕시코는 더블 볼란치와 2선 미드필더 사이의 연계 플레이가 자주 끊어지면서 한국이 다시 주도권을 되찾았다. 전반 18분 남태희 슈팅을 시작으로 멕시코 골문을 노리는 공격 기회들이 찾아왔다.

하지만 멕시코가 수비 라인을 내리면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밑으로 처지면서 한국의 골 생산이 생각보다 순조롭지 못했다. 박주영은 멕시코 수비수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았으며 김보경도 상대 압박에 위축된 아쉬움이 있었다. 반면 박종우는 한국 미드필더들 중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았다. 멕시코 공격을 악착같이 끊으면서 구자철-기성용 공격 전개가 탄력을 받게 된 것. 특히 구자철은 활발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패싱력, 개인기, 위치선정에 능한 모습을 보이며 한국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한국은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올림픽 본선 첫 경기라는 부담감, 미끄러운 그라운드 사정, 멕시코의 끈질긴 수비가 한국의 패스 게임을 어렵게 했다. 선수들의 볼 터치도 전체적으로 부드럽지 못했다. 세트피스, 중거리 슈팅을 통해서 골을 노릴 필요가 있지만 지속적이지 못했다. 전반 37분에는 박종우 중거리 슈팅이 너무 떴으며, 1분 뒤에는 구자철이 박스 안쪽에서 오른발로 감아찬 슈팅이 멕시코 수비수 레예스 머리를 맞고 굴절됐다. 그 이후에는 이렇다할 공격이 전개되지 못했다. 이렇게 전반전은 무득점으로 끝났다.

마무리 부족, 빗나간 교체, 몇몇 선수 부진...결과는 무승부

한국은 후반 초반에 접어들면서 슈팅이 늘었다. 후반 이른 시간에 골을 터뜨린 뒤에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가겠다는 각오. 수비시에는 압박을 강화하면서 멕시코 공격을 어렵게 했다. 후반 9분에는 기성용이 먼 거리에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날린 것이 멕시코 골키퍼 펀칭에 막혔지만 세기와 정확도가 일품이었다. 남태희는 왼쪽 측면으로 스위칭하면서 전반전보다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보경이 후반 12분 상대팀 선수들의 압박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볼을 빼앗긴 아쉬움이 있었지만, 한국 선수들의 전체적인 경기력이 전반전보다 좋아졌다.

전반전보다 공격력이 향상된 이유는 움직임이 늘었기 때문이다. 멕시코가 공격을 전개하면 재빨리 수비 대형을 갖추면서 상대팀 선수보다 한 발 더 뛰었고, 상대 공격을 끊은 뒤에는 공격 옵션들이 패스 받을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동료 선수와의 간격을 좁혔다. 그 과정에서 상대 수비 사이를 가르는 패스가 정확하게 향하면서 한국이 공격 분위기를 잡게 됐으며 멕시코는 수비에 신경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세한 경기 내용 속에서 골을 넣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골문 안에서 연계 플레이의 지속성이 떨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박주영 고립이 불가피했다. 반면 멕시코는 후반 20분 페랄타를 빼고 도스 산토스를 교체 투입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한국은 후반 30분 박주영을 빼고 백성동을 교체했다. 전문 공격수 없이 미드필더 6명을 배치하는 제로톱을 활용하게 됐다. 그동안 올림픽 대표팀이 원톱을 고수했음을 상기하면 제로톱은 이례적인 작전이었다. 더욱이 박주영은 한 방에 강한 킬러였다. 김보경-남태희 경기력 저하를 고려하면 뱍주영 교체는 의아했다. 또 하나의 단점은 백성동 교체 타이밍이 늦었다. 되도록이면 이른 시간에 교체 선수를 투입하면서 경기 분위기를 빨리 바꿨어야했다. 3일 뒤 2차전 스위스전이 치러지는 체력적 부담까지 생각하면 백성동 투입 시기가 아쉬웠다. 후반 40분에는 지동원이 남태희를 대신하면서 두번째 조커로 나섰다.

거듭 공세를 펼친 한국의 마무리 부족은 경기 종료까지 달라지지 않았다. 박스 안에서 연계 플레이의 정확성이 떨어지거나 골 결정력 불안에 시달렸다. 조커로 투입되었던 백성동-지동원은 팀 공격력에 이렇다할 기여를 하지 못했다. 오히려 멕시코에게 몇차례 반격을 당하면서 실점 위기에 내몰렸다. 이 상황에서 멕시코에게 골을 내줬다면 본선 2차전을 준비하는데 엄청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다행히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지만 경기 내내 활발한 공격을 펼쳤음에도 무득점으로 끝난 것이 찜찜하다.

총평 : 홍명보호, 박주영 고립을 풀어야 한다

멕시코전은 반드시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다. 멕시코가 가봉-스위스보다 더 좋은 팀일지라도 브라질-우루과이-스페인-잉글랜드 같은 우승 후보와 개최국에 비하면 레벨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일본이 '10명 뛴' 스페인을 1: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한국이 B조 1위로 8강에 진출하려면 멕시코전 승리는 당연히 필요했다. 하지만 득점력 부족으로 승점 1점 획득에 그쳤다. 무실점 수비에 만족하기에는 이기지 못한 아쉬움이 짙다.

특히 박주영 부진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박주영은 멕시코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에 막히면서 고립됐다. 후반 30분 교체 아웃은 이날 경기에서 부진했음을 상징한다. 멕시코 수비에 둘러쌓여 골 생산이 힘들때는 상대 수비 사이를 파고드는 과감한 움직임과 2선 미드필더와 함께 호흡하는 연계 플레이가 필요했다. 그러나 소극적인 공격력을 떨치지 못했다. 원톱이 투톱에 비해서 상대 수비에게 막히기 쉬운 단점이 있음을 고려해도 한국의 무득점은 박주영 부진과 연관 깊다.

하지만 박주영은 2선 미드필더들의 제대로된 공격 지원을 받지 못했다. 혼자서 경기의 모든 것을 바꾸기에는 동료 선수 운이 따라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좌우 윙어를 맡았던 김보경-남태희가 한국 공격에 지속적인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면서 박주영 공격력이 다운되는 단점으로 이어졌다. 한국의 2차전 상대 스위스는 A팀처럼 강력한 피지컬을 자랑하는 팀이다. 공격 성향의 미드필더들이 박주영을 도와주지 않으면 한국이 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 홍명보호가 8강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박주영 고립을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