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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EPL, 새로운 플레이메이커 절실하다

 

루카 모드리치(토트넘)가 스페인 명문 클럽 레알 마드리드 이적 여부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토트넘이 높은 이적료를 원하는 단계지만 모드리치를 향한 레알 마드리드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모드리치 영입을 위해서 센터백 히카르두 카르발류를 토트넘에 넘길 수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등장할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모드리치를 데려오기 위해 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파리 생제르맹(PSG)이 영입전에 가세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모드리치 스카우트를 시도했던 첼시도 잠재적으로 영입전에 등장할 수 있습니다. 향후 모드리치의 이적료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며,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없는 토트넘이 모드리치를 지키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울러 모드리치는 지난해 여름 첼시로 떠나기 위해 구단에 이적 요청서를 제출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지 못했던 토트넘에 남고 싶어하는 열망이 식었을지 모릅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토트넘에 남겠다고 선언한 적이 없었거나 또는 이슈가 되지 않은 것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만약 토트넘이 모드리치를 다른 클럽에 넘기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톱클래스 수준의 플레이메이커를 잃게 됩니다. 2009년에는 사비 알론소(전 리버풀, 현 레알 마드리드) 2011년에는 세스크 파브레가스(전 아스널, 현 FC 바르셀로나) 같은 프리미어리그를 빛냈던 플레이메이커들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두 명문 클럽으로 둥지를 틀었던 전례를 반복하게 됩니다. 알론소가 떠난 이후의 리버풀은 3시즌 연속 리그 4위 진입에 실패했으며 지난 시즌에는 8위까지 떨어졌습니다. 파브레가스와 작별한 아스널은 시즌 중반까지 4위권 밑으로 처지면서 플레이메이커 부재에 시달렸습니다. 여기에 2선 미드필더들의 골 결정력 불안까지 겹치면서 파브레가스 공백을 실감했습니다.

리버풀과 아스널 전례라면 토트넘도 모드리치 이적 이후 경기력 저하를 각오해야 합니다. 모드리치처럼 중원에서 정교한 패싱력과 공수 양면에서의 활발한 움직임, 악착같은 수비력을 자랑하는 선수가 마땅치 않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모드리치의 백업이었던 니코 크란차르는 얼마전 디나모 키예프로 떠났습니다. 토트넘은 이적시장에서 주앙 무티뉴(FC 포르투)를 영입할 계획이지만, 과연 무티뉴가 프리미어리그에 순조롭게 적응할지 그리고 모드리치처럼 팀에 많은 공헌을 세울지 여부는 길게 내다 봐야 합니다.

프리미어리그 빅6의 최근 추세는 플레이메이커 경기력에 치우친 경향이 강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알론소-파브레가스의 사례를 비롯, 지난 시즌 치열한 프리미어리그 우승 다툼을 펼쳤던 맨체스터 두 팀도 예외는 아닙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공격을 풀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다비드 실바의 비중이 큽니다. 시즌 막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추격한 끝에 1위를 되찾았던 원동력 중에 하나는 사미르 나스리의 폼이 올랐습니다. 무관에 그쳤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허리 한 가운데에서 팀 공격을 이끌 플레이메이커가 마땅치 못했던 한계를 실감했습니다. 은퇴했던 폴 스콜스를 시즌 도중에 복귀시켰지만 결과적으로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더욱이 스콜스는 올해 38세이며 체력적인 약점이 있죠.

첼시는 후안 마타가 과부하에 빠졌던 단점이 있었습니다.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전 감독 체제에서는 프랭크 램퍼드 선발 출전 횟수가 줄어들면서 마타가 그라운드를 누빌 시간이 많았습니다. 허리쪽에서 창의적인 패싱력을 자랑하는 선수가 흔치 않았던 첼시로서는 마타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마타는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체력 저하에 시달렸습니다. 그럼에도 팀의 챔피언스리그-FA컵 우승 멤버로 활약하면서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해냈습니다.(챔피언스리그 승부차기 실축은 논외) 또 다른 빅6 클럽 토트넘은 지금까지 모드리치의 전술적 비중이 높았죠.

하지만 모드리치는 다른 리그 진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제는 프리미어리그를 빛낼 새로운 플레이메이커의 등장이 절실합니다. 좋은 선수를 발굴하거나 스카우트해야 구단이 수준급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 여파는 챔피언스리그로 이어지면서 프리미어리그가 유럽 무대에서 위세를 떨칠 명분으로 작용합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시즌 첼시를 제외한 나머지 클럽들(맨체스터 두 팀, 아스널)이 32강 조별 본선에서 탈락하거나 16강에 만족했습니다. 올 시즌에 챔피언스리그에서 동반 선전하려면 경기력 향상은 필수이며 그 연결고리는 플레이메이커에 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가 기대됩니다. 지난 시즌에는 선수보다는 팀 자체가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사실상 전무해서 미흡한 조직력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실바와 나스리 같은 수준급 플레이메이커들을 보유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첼시-아스널은 새로운 플레이메이커들의 등장이 필요한 클럽들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는 각각 카가와 신지, 에당 아자르를 영입하면서 팀의 기둥이 되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스널은 지난 시즌 막판 3위 도약을 통해 미켈 아르테타의 영향력이 강화됐습니다. 그동안 경기력이 아쉬웠으나 애런 램지의 폭풍 성장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잭 윌셔는 장기간 부상에서 복귀할 것으로 보입니다.

리버풀은 스티븐 제라드의 역량만으로는 빅4 재진입이 역부족입니다. 3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접어드는 제라드 체력을 고려하면 팀의 미드필더를 책임질 또 다른 슈퍼스타가 등장해야 합니다. 한동안 부상에 시달렸던 루카스 레이바는 실전 감각 회복부터 필요합니다. 토트넘은 빌라스-보아스 감독 체제로 바뀌면서 기존의 전술과 포메이션이 바뀔 것입니다. 모드리치가 전력에서 이탈하면 새로운 플리이메이커를 발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토트넘의 숙명이자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