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의 갑부 구단으로 떠오른 프랑스 클럽 파리 생제르맹(PSG)이 초대형 영입을 성사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이탈리아 AC밀란 공격과 수비의 핵심이었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티아구 실바와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 구단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AC밀란 구단주가 직접 시인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베를루스코니 구단주는 현지 시간으로 12일 이탈리아 일간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를 통해 "즐라탄과 실바를 파리 생제르맹에 보냈다. 앞으로 2년 동안 1억 5천만 유로(약 2111억원)를 벌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현지 언론에 의하면 파리 생제르맹은 두 선수 이적료가 6200만 유로(약 872억원)라고 명시했습니다. 두 선수의 AC밀란 입단 당시 이적료가 총 3400만 유로(약 478억원)였음을 상기하면, AC밀란이 막대한 이적료 수입을 얻게 됩니다. 만약 베를루스코니 구단주 발언이 사실이라면 AC밀란 팬들이 큰 충격에 빠질 것 같습니다.(지금부터는 저 발언이 사실이라는 전제에서 글을 씁니다.)
그러나 AC밀란이 즐라탄-실바를 다른 팀에 넘긴 것은 전력 약화를 감수한 결정입니다. 쉽게 예를 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웨인 루니와 네마냐 비디치를 팔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010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AC밀란에 임대된 즐라탄은(1년 뒤 완전이적) 2010/11시즌 세리에A 29경기 14골, 2011/12시즌 세리에A 33경기 28골(득점왕) 기록하며 AC밀란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실바는 세리에A 최고의 센터백중 한 명이며 얼마전에는 소속팀과 2017년까지 재계약을 맺었습니다. 앞으로도 AC밀란 전력을 지탱할 콤비였지만 오히려 베를루스코니 구단주는 파리 생제르맹으로 보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베를루스코니 구단주 결정이 틀렸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누가봐도 팀의 공격과 수비를 이끌어가는 선수들을 한꺼번에 내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두 선수의 차기 행선지는 이탈리아 세리에A보다 수준이 약한 프랑스 리게 앙입니다. 프랑스리그는 유럽 빅 리그로 인정받지 않고 있죠.
하지만 파리 생제르맹은 카타르 자본에 의해 풍부한 자금력을 자랑합니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막대한 돈을 쏟았으며 2011/12시즌 중에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전 AC밀란 감독)까지 영입했습니다. 레오나르두 파리 생제르맹 단장은 2년 전까지 AC밀란 감독으로 활동했던 인물입니다. 파리 생제르맹은 지난해 여름 하비에르 파스토레(전 팔레르모) 영입에 4200만 유로(약 589억원)를 쏟았으며 얼마전에는 에세키엘 라베치(전 나폴리)를 수혈하면서 2600만 유로(약 461억원)를 투자했습니다. 이번에는 즐라탄-실바를 데려오면서 세리에A와 인연이 깊은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스카우트 했습니다.(그 외에도 티아구 모타, 제레미 메네즈, 모하메드 시소코가 세리에A를 거쳐 PSG에서 활약중입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구단주 결정이 무조건 틀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AC밀란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선수들이 소속팀에 막대한 이적료를 안기고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부진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2006년 안드리 셉첸코(당시 첼시 이적) 2009년 카카(당시 레알 마드리드 이적)가 대표적 사례 입니다. 셉첸코와 카카는 이적 전까지 절정의 경기력을 과시했던 인물들입니다. 특히 카카는 2007년 발롱도르, FIFA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었죠.
이러한 전례를 놓고 봤을때 베를루스코니 구단주가 즐라탄-실바를 다른 팀에 보낸 것은 섣부른 판단이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셉첸코는 첼시로 이적하면서 몸놀림이 무거운 경우가 많았고 카카는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이후부터 부상 악령에 시달렸습니다. '밀란 랩'으로 불리는 AC밀란이 자랑하는 의료시설과 연관 깊습니다. 즐라탄의 올해 나이는 31세이며 실바는 28세입니다. 한창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나이지만, 셉첸코와 카카는 각각 30세-27세가 되던 해에 AC밀란을 떠났습니다.
특히 즐라탄 이적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AC밀란이 다른 공격수 영입을 추진중이기 때문입니다. 에딘 제코(맨체스터 시티) 앤디 캐롤(리버풀)이 영입 대상입니다.(캐롤은 임대 루머) 두 명의 타겟맨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기복이 심했던 공격수였죠. 제코는 한달 전 바이에른 뮌헨 이적이 추진될 정도로 맨체스터 시티에서의 입지가 안좋습니다. 만약 AC밀란이 즐라탄을 PSG에 내주고 제코 또는 캐롤을 영입하면, 맨체스터 시티는 로빈 판 페르시(아스널)를 보강하는 공격수 연쇄 이동이 벌어집니다. 판 페르시는 얼마전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아스널과의 재계약 거절을 알렸죠.
실바 이적은 납득이 안갑니다. AC밀란이 알레산드로 네스타(현 몬토리올 임팩트)와 작별한 상황이라면 실바는 팀에 꼭 필요한 센터백입니다. 즐라탄은 이적이 잦았던 이미지였지만 실바는 팀에 남고 싶다고 표현할 정도로 충성심이 있는 선수입니다. 얼마전 AC밀란과 재계약을 맺은 것은 아마도 소속팀이 파리 생제르맹에게 높은 이적료를 얻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만약 두 선수 이적이 마무리되면 올해 여름 이적시장 최고의 이슈로 떠오르게 됩니다. 현재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