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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잉글랜드, 유로 2012에서 절실한 것은?

 

현실적으로 잉글랜드의 유로 2012 우승 가능성은 낮습니다. 본선이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감독 교체를 단행한 것, 웨인 루니가 본선 2경기에 나올 수 없는 것, 가레스 배리-프랭크 램퍼드-게리 케이힐이 부상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원인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우승 전망이 어려운 결정적 요인은 그동안 메이저 대회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자주 보여줬습니다. 유럽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프리미어리그의 스타급 선수들이 하나의 팀으로 뭉쳤지만 기대했던 성과가 미미했습니다.

그렇다고 잉글랜드가 유로 2012에서 쉽게 무너질 수준까지는 아닐 겁니다. 골키퍼 조 하트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눈부시게 성장하면서 잉글랜드 대표팀의 고질적 문제였던 골키퍼 부재를 해결할 적임자로 떠올랐습니다. 삼사자 군단의 지휘봉을 잡은 로이 호지슨 감독은 수비 중심의 축구를 선호합니다. 유로 2012 같은 중요한 대회에서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호지슨 감독의 전술이 잉글랜드에게 도움이 될지 모릅니다. 올 시즌 토트넘 4위 진입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스콧 파커의 살림꾼 기질은 기존의 램퍼드-제라드 부조화를 해결하면서 공격 옵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도울 것으로 기대됩니다.

즉, 잉글랜드는 대회 우승은 어렵겠지만 강팀의 자존심을 되찾을 여력이 있습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3위를 기록했던 독일처럼 말입니다. 당시 독일은 우승에 실패했지만 기술 축구 전환 및 세대교체 성공이라는 소득을 얻었습니다. 특히 메수트 외질, 사미 케디라, 토마스 뮬러 같은 영건들이 그라운드에서 젊은 선수 특유의 패기를 과시하면서 독일 대표팀 전력을 지탱했습니다. 그래서 독일은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팀 컬러를 보여줬습니다. 유로 2012에서는 스페인과 더불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힙니다.

잉글랜드가 유로 2012에서 절실한 것은 자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영건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2년 전 독일처럼 말입니다. 우승 전망이 힘들다면 앞날의 더 나은 성과를 위한 혜안이 필요합니다. 그 선수들의 유로 2012 경기력을 떠나서 적어도 큰 무대 경험을 길러야 합니다. 성적에 부담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최악의 결과를 거두지 않는다면 호지슨 감독은 유로 2012 이후에도 지휘봉을 잡습니다.

무엇보다 루니가 결장하는 본선 2경기에서 영건 공격수 맹활약이 필요합니다. 대니 웰백, 앤디 캐롤 같은 23세 이하 공격수들 말입니다. 골 기록만을 놓고 보면 웰백의 선발 출전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맨유 소속으로 뛰었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0경기에서 9골 4도움 기록했으며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이겼습니다. 종종 포지셔닝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기동력과 움직임이 발달됐습니다. 올 시즌 루니와 함께 맨유 투톱으로서 많은 호흡을 맞췄던 장점도 있죠. 루니는 본선 3번째 경기부터 뛸 수 있습니다.

캐롤은 그동안 리버풀에서 부진했지만 호지슨 감독이 추구하는 롱볼 축구에 적합한 선수입니다. 191cm 장신 공격수이자 전 소속팀 뉴캐슬 시절에 몇 차례 헤딩골을 넣은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피터 크라우치를 제치고 잉글랜드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뽑힌 것이 눈에 띱니다. 크라우치가 올 시즌 부진하지 않았지만(프리미어리그 32경기 10골 2도움) 호지슨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호지슨 감독은 크라우치의 잉글랜드 대표팀 경험보다 캐롤의 패기를 더 중요시했다고 봐야 합니다. 캐롤이 시즌 막판에 폼이 올라온 것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웰백-캐롤 같은 젊은 공격수들의 유로 2012 활약이 중요한 이유는 잉글랜드가 루니의 단점을 극복할 명분을 얻게 됩니다. 루니는 지난 두 번의 월드컵 8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대회 직전 부상으로 고생했던 원인도 있지만 월드컵과 즐거운 인연이 없었습니다. 2년 뒤에도 월드컵 징크스에 시달리면 잉글랜드에게 도움이 안됩니다. 루니의 부진을 해소할 또 다른 공격수의 존재감이 필요합니다. 웰백-캐롤이 유로 2012에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표팀에서 꾸준히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벌레인, 필 존스도 기대되는 재목입니다. 두 유망주의 공통점은 10대 후반이었던 지난해 여름에 젊은 나이 치고는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하고 빅 클럽(아스널, 맨유)에 진출했습니다. 옥슬레이드-챔벌레인은 올해 나이 19세이며 아스널에서의 괄목한 성장세에 힘입어 잉글랜드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됐습니다. 오른쪽 측면에서 폭발적인 스피드와 화려한 테크닉을 자랑하는 윙어입니다. 존스는 수비형 미드필더-센터백-오른쪽 풀백을 동시 소화 가능 합니다. 수비쪽에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면서 출전 기회를 얻기 어렵겠지만 지난해 11월 스페인전 1-0 승리에 적잖은 공헌을 했습니다.

하트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2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맨시티에서의 오름세에 힘입어 잉글랜드 대표팀 핵심 선수로 떠올랐습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8경기에서는 29실점 허용하는 0점대 실점률(1경기 평균 0.76실점)을 기록하며 맨시티 우승을 공헌했습니다. 소속팀에서 발휘한 포스를 유로 2012에서 재현하면 잉글랜드가 지지 않는 축구를 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수비 축구의 목표는 무실점 이니까요. 올해 25세로서 유망주 단계에서 벗어난지 꽤 되었지만, 골키퍼 선수 생명이 길다는 점에서 앞으로 10년 넘게 잉글랜드 문지기 역할에 충실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