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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카가와 맨유행, 일본의 EPL 도전 성공?

 

'일본 축구의 에이스' 카가와 신지(23)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이적이 성사됐습니다. 맨유는 5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카가와를 데려오기 위해 도르트문트와 합의한 것을 기쁘게 발표한다. 남은 것은 메디컬 테스트와 잉글랜드 워크 퍼밋 발급이며 6월말까지 완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카가와 본인은 잉글랜드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이적이 완료되지 않았다. 서명을 안했다"며 맨유행이 100% 확정되지 않았다는 뜻을 전했지만, 맨유 오피셜은 구단끼리의 합의를 말합니다.

카가와 맨유 이적은 지금까지의 성장 과정을 놓고 봤을때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불과 3년전까지는 J2리그(세레소 오사카)에서 뛰었습니다. 2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 되었죠. 그랬던 선수가 2009년 J2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2010년 세레소 오사카의 1부리그 승격 이후에는 11경기에서 7골 기록했습니다. 그 해 여름에는 35만 유로(약 5억 1300만원)에 독일 도르트문트에 진출했고, 도르트문트에서 두 시즌 동안 68경기 27골 11도움(각종 대회 포함) 올렸으며 팀의 분데스리가 2연패를 공헌했습니다. 일본 대표팀에서는 지난해 초 아시안컵 우승을 계기로 팀의 핵심 선수로 떠올랐습니다.

그런 카가와가 다음 시즌부터는 맨유 선수로 뛰게 됩니다. 올 시즌 무관에 그쳤던 맨유의 여름 이적시장 첫번째 선수 영입이 카가와라는 것은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합니다. 흔히 말하는 '마케팅용 선수'는 아닙니다. 이적료 1400만 파운드(약 253억원, 추정)를 봐도 맨유의 다음 시즌 전술 계획에 포함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대체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맨유의 4-2-3-1 전환 횟수가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4-4-2 중앙 미드필더로 뛰기에는 몸싸움이 약하죠.

카가와 프리미어리그 진출은 일본 축구의 역사에 있어서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카가와는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던 역대 일본인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즉시 전력감으로 영입됐습니다. 지금까지 이나모토 준이치(전 아스널, 풀럼, 웨스트 브로미치) 토다 가즈유키(전 토트넘) 니시자와 아키노리(전 볼턴) 나카타 히데토시(전 볼턴) 미야이치 료(현 아스널)가 프리미어리그에 도전했지만 미야이치를 제외하면 모두 잉글랜드에서 실패했습니다. 20세 유망주 미야이치는 아직 실패로 단정짓기 어렵지만 두 번이나 임대됐습니다.(가와구치 요시카쓰는 포츠머스에서 뛰었지만 당시 챔피언십리그에 속했습니다.)

한국인 선수들이 잉글랜드 진출을 선호했다면 일본인 선수들은 과거에는 이탈리아, 현재는 독일 진출 횟수가 많았습니다. 이탈리아와 독일을 통해서 유럽에 정착한 선수들이 여럿 있었죠. 그러나 유럽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일본인 선수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몸싸움 및 피지컬 열세에 따른 실력 부족을 의심하기 쉽죠. 과거 일본 축구의 영웅으로 활약했던 나카타는 전성기가 지난 시점에서 프리미어리그에 도전한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다음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일본인 선수가 3명이 됩니다. 카가와, 이충성(일본명 : 리 타다나리, 사우스햄턴), 미야이치가 그들입니다. 3명 중에서 카가와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할 자질이 높은 편입니다. 이적료를 봐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원했던 선수였습니다. 물론 카가와도 중앙에서 뛰기에는 몸싸움이 떨어집니다. 일본 대표팀처럼 왼쪽 윙어를 맡기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할 때에 비해서 폼이 좋지 않은 편이죠. 그러나 분데스리가도 프리미어리그 못지 않게 거칩니다. 그런 곳에서 두 시즌 동안 소속팀의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선수 개인의 공격력만을 놓고 보면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몸싸움과 피지컬은 프리미어리그 성공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다비드 실바, 후안 마타는 170cm 단신이지만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했습니다. 이청용은 몸싸움이 강하지 않지만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수비 가담이 많아졌으며 커팅이 발달됐습니다. 루카 모드리치는 173cm임에도 거친 몸싸움을 즐기고 있죠. 다만, 카가와는 이 선수들에 비해서 중앙 문전 침투가 많습니다. 상대팀 집중 견제를 받기 쉬운 타입에 속합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중앙 압박이 강한 편이죠. 잘 견뎌낼지 주목됩니다.

이충성과 미야이치는 소속팀 즉시 전력감이라고 단정짓기 어렵습니다. 사우햄프턴은 챔피언십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했지만, 이충성은 시즌 후반기 챔피언십리그 9경기에서 1골 3도움 기록했으며 4월 이후부터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아시아 출신 공격수가 프리미어리그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충성에게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미야이치는 아스널에서의 윙어 경쟁이 험난합니다. 아스널 왼쪽 윙어로써 제르비뉴-포돌스키-아르샤빈(다음 시즌에도 뛰게 될 경우), 오른쪽 윙어로써 월컷-옥슬레이드 챔벌레인 경쟁 체제가 형성됐습니다. 미야이치가 실전에서 많은 기회를 얻고 싶다면 세 번째 임대를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볼턴 임대 시절의 활약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