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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 흥행, 팬들의 지속적 관심에 달렸다

 

최근 축구 관련 사이트에서는 K리그를 멸시하는(?) 언론 보도에 실망하는 축구팬들의 글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K리그 인기가 떨어졌다느니 수원 축구의 열기가 올림픽 이전보다 떨어졌다느니...그런 부류의 기사들을 언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즘이죠.

'축구장에 물채워라' 시리즈가 유행하는 것 처럼 한국 축구 그리고 K리그의 인지도가 베이징 올림픽 그리고 허정무호의 연이은 졸전을 기점으로 예전보다 악화된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K리그 관중수가 올림픽 이전과 비슷하다는 통계가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긴 했지만, 국민적인 인지도는 '야구>축구'의 구도로 확정되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요즘 야구 인기 장난 아니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야구에 대한 인지도가 예전보다 커졌죠.

심지어 제 블로그에도 몇몇 네티즌들이 축구를 비하하는 댓글을 올려 소란을 피웠습니다.(강도 심한 것은 제가 삭제했지만요.) 특히 "효리사랑님, 아직도 한국 축구에 미련을 가지세요? 혼자 한국 축구봐서 머하시려고요" 이런 식의 댓글...블로그 운영자 입장에서 얼마나 짜증나던지요...ㅎㅎㅎ 어렸을적부터 K리그를 엄청나게 좋아했던 제 입장에서는 정말 불쾌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축구팬들이 축구에 불리한 언론 보도에 불만을 터뜨리면서, 스포츠 기자들이 많은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축구 기자계에서 이름을 떨치신 모 베테랑 기자분께서도 축구팬들로부터 '야빠 기자'라는 욕까지 먹었더군요. 어느 K리그팀 서포터 출신의 모 기자도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커뮤니티에서 '야빠 기자'라는 욕까지 먹을 정도입니다. 두 기자는 K리그 현장에서 활발하게 취재하며 수많은 K리그 관련 기사를 쓰셨던 분들인데 터무니 없이 '야빠 기자'라고 욕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분들 기사를 보면 야구 기사 찾기가 쉽지 않던데요.

축구팬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지만...
기자는 팬대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정말 아무 힘이 없습니다.
기자를 관리하는 데스크(흔히 말하는 편집기자) 체계가 있기 때문에 기자 보다는 데스크의 영향력이 큽니다.
하물며, 기사를 쓸 수 있는 환경 역시 기자 권한이 아닌 데스크 권한이 우선 입니다. 기자는 어디까지나 데스크가 하라는 대로 기사를 써야하고 취재를 해야하는 신분입니다. 심지어 취재 기자가 나이 어린 편집 기자에게 존댓말까지 하면서 지시까지 들어야 하는 것이 그쪽 세계의 현실입니다.(연차 간격이 크지 않다면 보통 이렇더군요...ㅡ.ㅡ) 이러한 시스템과 다른 언론사가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이러한 시스템에 놓여있죠.

제 추측에 불과하지만,
최근 K리그에 불리한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은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이 아닌 데스크의 영향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2002년 월드컵 이후에도 K리그에 대한 편파성 보도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그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만...어느 축구 기자든 오랫동안 전문적으로 편파 보도를 내보내는 기자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데스크의 풍토가 바뀌지 않았던 거죠.

데스크가 K리그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K리그보다 프로야구 경기 숫자가 많고 더 많은 화제거리들이 가득 담겨져 있기 때문이죠. 언론 노출도 프로야구가 K리그보다 월등하게 높을 수 밖에 없고 데스크에서도 프로야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겁니다. K리그는 어디까지나 후 순위일 뿐이죠. 아무리 축구 기자가 K리그 기사들을 많이 내보내고 질을 강화하더라도 데스크 앞에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K리그가 까이는 기사들이 나와서 축구팬들의 거센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말았던 것이고요.(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작년 4월 군 제대 이후 인터넷 스포츠 기사 인기 순위를 봐왔지만, K리그 기사는 포털 내에서 프로야구-해외축구 보다 많은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추신수-이승엽의 맹활약으로 메이져리그와 일본야구 기사의 비중이 K리그보다 더 커졌습니다.

K리그 인기가 커질려면...축구 기자들이 K리그를 활발하게 띄워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동안 침체되었던 프로야구가 최근에 이르러 흥행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 중에 하나가 야구의 인지도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렸던 야구 기자들의 몫이 있었듯이, 축구 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데스크의 존재 앞에서 이들의 역할은 그리 자유롭지 않습니다.

K리그가 흥행할 수 있는 답은 여럿일수도 또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기자의 영향력이 빛을 발한다면 흥행에 탄력을 얻을 수 있겠지만, 경기의 질적 강화를 비롯 마케팅-인프라 확충-지역 연고지 정착 등 많은 부분들이 발전하면 K리그는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언론의 영향력이 없다면 K리그의 이러한 발전이 대중들에게 묻혀질 수 있기 때문에...제가 K리그 흥행의 길은 답이 '있다 or 없다'라고 생각한 겁니다.

갠적으로는 K리그 흥행이 팬들의 지속적 관심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고정팬들이 K리그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계속 지켜만 준다면...분명 K리그 인기 하락 만큼은 면할 수 있을 겁니다. 한때 축구의 인기에 밀렸던 프로야구도 고정팬들이 계속 야구장을 지켰기 때문에 그 여세를 몰아 점차 고정팬들을 늘리며 현재 '대한민국 제1의 프로스포츠'로 거듭났습니다.

수원이 '축구 특별시' '축구 수도'로 명성을 떨친 원인은 1996년 K리그 첫 시즌부터 고정팬들이 많았고 그 형태가 계속 유지되었기 때문에 K리그서 가장 많은 축구팬 그리고 서포터즈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많은 팬들이 수원 축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최근 제주 원정에는 400여명의 원정팬들이(제주도 그랑블루 소모임과 개별적으로 제주도에 왔던 서포터까지 포함하면 700~800여명 됩니다.) 전세기로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벌였습니다. K리그 내에서 이렇게까지 응원할 수 있는 팀은 수원 그랑블루 뿐입니다.
 
이미 언론이 K리그에 대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거의 대부분의 K리그 구단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울 수 있는 마케팅에 뚜렷한 성공을 보지 못한 현실 속에서,
팬들의 지속적 관심이 K리그 흥행의 유일한 희망이 되었습니다.
K리그의 이러한 현실이 정말 안타까울 뿐입니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