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30라운드를 맞이했습니다. 맨체스터 두 팀의 우승 경쟁이 더욱 뜨겁게 전개 될 것입니다. 동반 유로파리그-FA컵에서 탈락하면서 남은 프리미어리그 9경기에 전념해야 합니다. 올 시즌에는 커뮤니티 실드를 제외하면 우승컵이 없었습니다. 만약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실패하는 팀은 무관에 그칩니다. 지역 라이벌 팀에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허용하면 그동안 쌓아왔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맨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 올 시즌에도 우승 트로피를 사수할지 주목됩니다. (C) 효리사랑]
지금까지는 맨유의 우승 가능성이 조금 높습니다. 29경기에서 승점 70점(22승4무3패)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1위를 기록중입니다. 1점 차이로 뒤진 맨시티(22승3무4패)는 2위입니다. 하지만 남은 9경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같은 라운드에서 맨유가 패하고 맨시티가 승리하면 선두가 뒤바뀔 수 있는 흐름입니다. 또는 맨유가 승리하고 맨시티가 패배하면 빨간색 맨체스터 팀의 우승 확률이 커집니다. 한국 시간으로 5월 1일 새벽 4시에는 이타하드 스타디움에서 두 팀의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두 팀의 남은 9경기 일정을 살펴보면 맨유가 약간 수월합니다. 앞으로 맞붙을 9팀 중에서 5월 1일 맨시티 원정을 제외하면 빅6 대결이 없습니다. 나머지 8팀은 약팀입니다. 반면 맨시티는 맨유전에 앞서 4월 9일 아스널 원정을 치러야 합니다. 올 시즌 홈 경기 15전 전승에 비해서 원정에서는 7승3무4패를 기록했습니다. 아스널 원정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맨유는 홈과 원정에서 각각 11승1무2패, 11승3무1패를 올렸죠. 다만, 맨유는 5월 1일 맨시티 원정을 치르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맨시티가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에서 모두 이겼으니까요.(지난 FA컵 3라운드에서는 맨유가 맨시티 원정에서 승리했지만)
맨유가 통산 20번째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달성하려면 남은 9경기에서 모두 이겨야 하는 심정으로 경기해야 합니다. 맨시티를 제외한 나머지 8팀은 모두 약팀입니다. 물론 맨유가 남은 9경기를 잡을지는 확신 못합니다. 9경기를 이길 경우 승점은 70점에서 97점으로 늘어납니다. 지난 10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승점 90점 고지를 돌파하며 우승한 팀은 2003/04시즌 아스널(90점) 2004/05시즌 첼시(95점) 2005/06시즌 첼시(91점) 2008/09시즌 맨유(90점)가 되겠습니다. 지금의 맨유가 97점을 달성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맨시티 기세에 눌리지 않으려면 단 1경기라도 무승부와 패배를 용납할 수 없는 분위입니다.
따라서 맨유는 잔여 경기에서 공격적인 선수 기용을 단행할 것입니다. 경기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하려면 골이 필요합니다. 2009/10시즌이었던 2010년 4월 11일 블랙번전에서는 상대팀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한 끝에 0-0으로 비겼습니다. 당시 첼시에게 승점 1점 차이로 밀리면서 우승을 놓쳤습니다. 블랙번전에서 1골이라도 넣었다면 맨유의 우승이 가능했을지 모릅니다. 그때의 아쉬움은 지금의 맨유에게 충분한 교훈을 던져줍니다.
국내 축구팬 입장에서는 박지성 출전 여부를 주목하겠죠. 이제는 맨유가 프리미어리그에 전념하기 때문에 박지성 출전 패턴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박지성은 최근 프리미어리그 2경기 연속 결장했습니다. 1월 31일 스토크 시티전 이후 프리미어리그 6경기 연속 선발 출전 경험이 없습니다. 그 기간 동안 유로파리그 4경기 중에 3경기를 선발 출전했었죠.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 의해 프리미어리그보다는 유로파리그에서 비중있게 기용됐습니다. 유럽 대항전은 공격적인 경기 운영보다는 공격과 수비의 안정이 더 중요합니다. 박지성 경기력 성향과 밀접합니다. 프리미어리그 출전 시간이 적었던 이유입니다.
박지성은 앞으로 애슐리 영, 루이스 나니, 안토니오 발렌시아 같은 공격 성향의 윙어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골이 필요한 만큼 공격형 윙어가 우선적으로 기용될지 모릅니다. 그 중에 발렌시아는 박지성과 더불어 수비력이 강한 윙어지만 지난 18일 울버햄턴전 1골 2도움으로 맨유의 5-0 대승을 이끈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다만, 나니의 발목 부상은 박지성에게 경쟁 부담을 덜게 해줍니다. 나니가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지만 그동안 많은 경기에서 뛰었던 과부하를 감안하면 무리한 복귀는 위험합니다. 박지성의 주요 경쟁 대상자는 애슐리 영 입니다.
애슐리 영의 문제점은 기복이 심합니다. 최근 경기에서 본래의 공격력을 회복했지만 시즌 초반에서 중반으로 접어들때 상대 수비에게 막히는 경우가 많았죠. 부상을 감안해도 지금까지의 활약은 이적료 1600만 파운드(약 288억원)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만약 그가 부진하면 맨유의 공격 작업이 힘들어집니다. 웨인 루니의 공격 조율 및 문전 쇄도, 발렌시아의 크로스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안정감을 놓고 보면 박지성이 애슐리 영보다 더 좋습니다.
박지성이 애슐리 영보다 유리한 또 하나는 상대팀 밀집 수비에 강합니다. 애슐리 영은 종방향 돌파에 익숙한 선수입니다. 올 시즌 맨유에서 상대 수비에게 돌파를 차단 당했던 장면이 많았던 이유입니다. 볼을 잡은 상황에서 상대팀의 협력 수비를 받을때 머뭇거린적이 적지 않았죠. 파트리스 에브라와 호흡이 잘 맞는 것도 아닙니다. 반면 박지성은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빈 공간을 창출하는 유형입니다. 앞으로 맨유와 상대하는 약팀은 수비를 강화할지 모릅니다. 좋지 않은 순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니까요.
현재로서는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전환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리지 않습니다. 마이클 캐릭,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 톰 클레버리를 로테이션으로 기용할 수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19세 유망주 폴 포그바가 유로파리그 포함 3경기 연속 교체 투입했습니다. 박지성은 중앙보다는 측면 미드필더로 뛰어야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발휘하는 선수입니다. 맨유에게 남은 9경기에서 얼마나 출전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팀 내 입지는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다만, 맨유 롱런을 위해서 후반기에 강렬한 임펙트를 보여줄 필요는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