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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의 시즌 막판, 비관과 희망의 교차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이 이끄는 첼시는 지난 24일 토트넘과의 홈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기면서 5위에 그쳤습니다. 4위 토트넘에게 승점 5점 차이로 밀리게 됐죠. 만약 이겼다면 토트넘과의 승점 차이를 좁히면서 시즌 막판 4위권 진입의 자신감을 얻었겠지만 오히려 토트넘이 4위 수성의 명분을 마련했죠. 첼시 원정에서 승점 1점이라도 획득 했으니까요. 반면 첼시는 남은 8경기 부담이 커졌습니다.

현재로서는 첼시의 4위권 진입이 비관적입니다. 3위 아스널, 4위 토트넘은 유럽 대항전에서 탈락했지만 첼시는 UEFA 챔피언스리그-FA컵-프리미어리그를 모두 병행하는 중입니다. 토트넘도 FA컵 8강 볼턴전을 마치지 못했지만(무암바가 심장마비로 쓰러지면서 경기 중단. 조만간 재경기 진행) 첼시에 비하면 앞날 일정이 조금 여유롭습니다. 아스널의 최근 오름세를 놓고 보면 4위 수성이 유력하며, 토트넘은 소위 '죽음의 일정'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첼시전 이후의 일정이 좋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빅6와의 대결이 없습니다.

첼시는 앞날 일정이 좋지 않습니다. 지난 22일 맨체스터 시티 원정부터 4월 1일 애스턴 빌라 원정까지 11일 동안 4경기를 치러야하며 이미 중간 일정을 끝냈습니다. 4경기 동안 맨체스터-런던-포르투갈 리스본(벤피카 연고지)-버밍엄(애스턴 빌라 연고지)을 경유하는 힘든 일정입니다. 다음달에는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기본으로 챔피언스리그 8강 1~2차전, FA컵 4강전까지 임해야 합니다. 챔피언스리그 8강을 통과할 경우 4월말에 4강 1~2차전을 뛰어야 하는 버거운 일정에 시달립니다.

[사진=후안 마타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특히 플레이메이커 후안 마타의 체력 저하는 첼시의 현재 고민입니다. 마타는 시즌 초반부터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으면서 공격의 주 임무를 담당했지만 오히려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지쳤습니다. 그렇다고 체력이 약하지는 않습니다. 첼시에서 마타 외에는 공격을 풀어줄 적임자가 마땅치 못했죠. 프랭크 램퍼드는 전임 감독 체제에서 출전 시간이 들쭉날쭉 했으니까요. 첼시가 빅4 진입-챔피언스리그 우승의 꿈을 이룰려면 마타의 꾸준한 맹활약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마타는 맨체스터 시티, 토트넘전에서 경쾌한 폼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주력 선수들의 집단적인 체력 저하가 우려됩니다. 지난 토트넘전에 선발 출전했던 11명 중에 7명이 30대 입니다. 첼시 선수들의 노령화는 3년 전 히딩크 체제부터 지적되었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23세 영건' 다니엘 스터리지를 위안삼기에는 과거 무리뉴 체제에서 첼시의 영광을 주도했던 멤버들의 팀 내 영향력이 막중합니다. 이 선수들이 앞으로 빡빡한 경기 일정을 버텨낼지 의문입니다. 토트넘전에 선발 제외된 토레스-말루다-칼루-미켈-루이스는 기복이 심하며 하울 메이렐레스는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부진했었죠.

첼시는 특히 공격 옵션들이 분발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어려워집니다. 드록바는 예전에 비해 골 감각이 떨어졌고, 토레스는 여전히 먹튀 꼬리표를 떼지 못했고, 스터리지-하미레스-말루다-칼루는 경기력 굴곡이 있습니다. 마타는 체력적으로 힘들며, 루카쿠는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됐습니다. 메이렐레스는 중원에서 동료 선수들에 비해 콘셉트가 모호하다는 생각입니다. 반면 수비에서는 테리-에시엔 같은 부상자들이 돌아왔고 케이힐이 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면서 이전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진=디디에 드록바가 이루지 못한 꿈.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한편으로는 첼시의 시즌 막판이 희망적일지 모릅니다. 챔피언스리그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나폴리와의 16강 1차전에서 1-3으로 졌지만 감독 교체 이후 2차전에서 4-1로 승리하면서 원정 다득점에 의해 8강에 올랐습니다. 1차전 패배 속에서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열망을 포기하지 않으며 2차전에서 대반격을 펼쳤던 것이 8강 진출의 결실을 맺었습니다. 만약 FA컵 우승 실패-프리미어리그 4위 진입 실패로 시즌을 마칠지라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면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오랜 목표가 유럽 제패였으니까요.

첼시의 올 시즌 행보는 20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리버풀과 흡사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당시의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5위에 그쳤죠. 지금의 첼시는 4위권 진입이 불투명합니다. 물론 첼시가 리버풀의 2004/05시즌 유럽 챔피언 등극을 재현하기에는 아직까지 런던 클럽 중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 없는 기록이 걸림돌입니다. 그럼에도 올 시즌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룰 절호의 기회입니다. 팀의 오랜 영광을 주도했던 황금 세대들이 아직까지 유럽 제패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이 다음 시즌 팀의 주축 멤버로 함께 활약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나폴리와의 16강 2차전 저력을 봐도 첼시 노장들에게는 아직 꿈이 남아있습니다.

그런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쉽지 않은 과정을 밟게 될 것입니다. 4강 진출시 FC 바르셀로나-AC밀란 승자와 격돌합니다. 프리미어리그-FA컵을 병행하는 힘든 일정까지 주어졌죠. 그러나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릅니다. 3개 대회 모두 좋은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의 대회를 올인하면 되니까요. 또는 그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했거나 기복이 심했던 선수들의 집단적인 각성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강팀의 저력을 되찾아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