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 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17경기에서 21골 6도움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전 부진을 이유로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는 신세입니다. 정규리그에서 득점 1위를 지켰지만 그동안 바르셀로나전에서 기대 만큼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는 리오넬 메시의 2인자라는 이미지가 짙어졌죠. 레알 현지 팬들에게 실망감을 사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호날두는 레알에서 경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사진=크리스티아누 호날두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레알 레전드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는 얼마전 호날두를 야유하는 팬들을 옹호했습니다. 레알팬들의 애정어린 질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호날두가 지금까지 레알에서 무수한 공격 포인트를 생산했지만, 팀의 바르셀로나전 승리 및 우승을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지난 시즌 국왕컵 결승 바르셀로나전에서는 연장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레알의 1-0 승리를 이끈 경험이 있지만, 국왕컵보다 더 중요한 프리메라리가-UEFA 챔피언스리그 바르셀로나전에서는 공격력이 전체적으로 조용했습니다. 레알이 두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바르셀로나를 이겨야만 합니다. 호날두는 그 부분에서 레알팬들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한 것이죠.
그럼에도 호날두를 향한 레알팬들의 야유가 과한 것은 사실입니다. 아무리 바르셀로나전에서 메시를 뛰어넘는 경기력을 발휘한 경험이 적었지만, 포르투갈 출신의 득점기계가 없었다면 라이벌팀 독주를 그저 바라만 보는 상황에 처했을지 모릅니다.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17경기 21골 6도움은 누구도 이루기 힘든 기록입니다.(메시는 17경기 17골 6도움) 지금까지 상대팀의 집요한 견제를 받고도 엄청난 공격 포인트를 올렸습니다. 호날두 야유는 옳고 그름 이전에는 양면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것이죠.
호날두는 한때 세계 최고의 선수로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07/08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프리미어리그-챔피언스리그 더블 우승을 이끌때 말입니다. 챔피언스리그 4강 1~2차전 바르셀로나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끝내 팀이 우승했던 효과가 컸습니다. 포르투갈 대표팀 일원으로서 유로 2008 8강 탈락을 맞이하고도 말입니다. 그 이후 3시즌 동안 메시와 바르셀로나에게 가려졌죠. 두 존재는 호날두가 다시 No.1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벽입니다.
호날두에게 2012년은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지위를 되찾을 절호의 기회입니다. 첫째는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달성한 클럽이 없었습니다. 그 통계가 올 시즌에도 유효하면 지난 시즌 유럽을 제패했던 바르셀로나의 챔피언 수성이 무너집니다. 메시가 4년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하려면 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어야 합니다. 2012년에는 월드컵과 코파 아메리카가 열리지 않습니다. 아르헨티나 올림픽대표팀은 런던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죠. 만약 바르셀로나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하면, 호날두 같은 또 다른 선수의 세계 No.1 등극이 유력합니다.
둘째는 레알의 프리메라리가-챔피언스리그 우승 가능성 입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이 다음 시즌에도 레알 사령탑을 보장 받으려면 두 대회 중에서 적어도 하나는 우승을 해야 합니다. 프리메라리가에서는 지난해 12월 바르셀로나에게 패했지만, 현재 순위에서는 바르셀로나를 승점 5점 차이로 제치고 1위를 기록했습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2010/11시즌 4강에 진출하면서 '16강 징크스' 격파에 성공했죠. 레알의 최근 몇 시즌 챔피언스리그 성적을 되돌아보면 지난 시즌 4강은 만족스런 결과입니다.(반대로 생각하는 축구팬도 있겠지만) 올 시즌에는 팀 전체가 유럽 제패에 의욕을 발휘할 수 밖에 없죠.
셋째는 유로 2012입니다. 호날두가 다시 한 번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고 싶다면 유로 2012에서 유럽 최고의 공격수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포르투갈이 메이저 대회 우승과 인연이 멀은 아쉬움이 있지만, 유럽 최고의 국가 대항전에서 강렬한 임펙트를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국의 유럽 챔피언을 이끌지 못해도 '역시 호날두'라는 찬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포르투갈은 네덜란드-덴마크-독일로 짜인 '죽음의 조' B조 편성이 부담스럽습니다. 특히 독일에게 4년 전 8강에서 탈락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호날두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으려면 유로 대회보다는 챔피언스리그가 더 중요할지 모릅니다. 메시의 경우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무득점에 그친데다 아르헨티나가 8강에서 탈락했고 2009/10시즌 바르셀로나는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다만,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왕을 달성했으며 바르셀로나의 공격력은 그때도 유럽 최강이었죠. 남아공 월드컵을 기점으로 FIFA 올해의 선수와 발롱도르가 통합하면서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가 최종 후보 명단에서 제외된 것도 메시에게 행운이 따랐죠. 앞서 언급했지만, 호날두는 2008년 포르투갈의 유로 대회 우승을 견인하지 못했지만 맨유에게 두 개의 우승을 안겼습니다. 챔피언스리그의 중요성이 크다는 뜻이죠.
호날두는 레알팬들의 야유를 환호로 바꾸어야 합니다. 지금은 레알팬들의 악화된 반응이 야속할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레알>바르셀로나' 구도를 형성하려면 슈퍼스타의 비범한 아우라가 필요합니다. 호날두가 바르셀로나와 겨룰 때 반드시 발휘해야 할 기질이죠. 2012년 유럽 축구가 기대되는 이유는 '메시>호날두' 흐름이 바뀔 여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 바르셀로나 팬들은 호날두의 도약을 원치 않겠지만요. 오는 4월 23일 엘 클라시코 더비(프리메라리가)를 비롯해서 레알과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