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조광래 전 감독과 작별하는 수순이 매끄럽지 못해서 차기 감독을 선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외국인 감독을 뽑기에는 봉급 문제와 맞물려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전이 부담스럽죠. 일찌감치 국내파 감독 내정을 예상했습니다. 최근 저의 블로그에서 대표팀 이슈를 다루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저는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을 크게 찬성하지 않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전북에 전념하기를 원했던 지도자였으며 대표팀을 부담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전북과 K리그 입장에서는 최강희 감독의 대표팀 입성이 손해입니다. 2011년 K리그 최고의 이슈는 '닥공(닥치고 공격)'이었으며 그 중심에는 최강희 감독이 있었습니다. K리그를 흥미롭게했던 아이템이 결국 대표팀으로 건너가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웃으려면 최강희호가 성공해야 합니다. 최강희 감독에게 놓인 10가지 변수는 이렇습니다.
1. 프로팀과 다른 체계
조광래 전 감독이 실패했던 원인중에 하나는 대표팀을 프로팀처럼 운영했기 때문입니다. 부임 초기부터 3-4-2-1, 포어 리베로, 패스 위주의 공격 전술을 도입하면서 선수들이 경기를 치를수록 혼란을 느꼈던 늬앙스가 강했습니다. 주력 선수 기용 변화의 폭이 좁았고, 특정 선수를 생소한 포지션에 배치시켰지만 대표팀에서 역효과를 나타냈죠. 시즌 내내 선수들을 조련하는 프로팀, 소집 시간이 한정적인 대표팀은 체계가 다릅니다. 대표팀은 대표팀에 맞는 선수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나마 최강희 감독은 쿠엘류호 시절 대표팀 코치를 맡은 경험이 있습니다.
2. 박지성 대표팀 복귀 여부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11월 16일 YTN 인터뷰에서 박지성 대표팀 복귀를 희망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전제로 밝혔지만 박지성 복귀 가능성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최강희 감독 의도와 관계없이 말입니다. 만약 여론에서 박지성과 관련된 말이 많아지면 최강희 감독이 자신의 의사를 밝힐겁니다. 만약 박지성 복귀를 원하지 않아도 대한축구협회 고위층 생각이 다르면 자칫 대표팀을 둘러싼 잡음으로 확대되지 않을가 염려됩니다.
3. 박주영 리더십
저는 박주영 리더십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합니다. 박주영은 9월~11월 조광래호 6경기 8골 기록했지만, 과연 선수들이 박주영을 중심을 똘똘 뭉쳤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많은 선수들이 박주영을 좋아하지만, 일본전-레바논전 패배를 놓고 보면 주변 선수와의 유기적인 호흡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팀 전술의 어려움을 감안해도 '과연 박주영이 대표팀 공격의 구심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광래호 에이스로 일컫는 기성용은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팀 공격을 짊어지기에는 포지션 한계가 있습니다. 박주영 리더십이 여론의 논란으로 확대되면 박지성 대표팀 복귀 주장의 빌미로 작용할지 모릅니다. 최강희 감독은 박주영 리더십을 받쳐줄 또 다른 리더를 발굴할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4. 유럽파 차출
순리적 관점에서는 소속팀에서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는 대표팀에서 제외되거나 벤치를 지키는 것이 정답입니다. 소속팀 네임벨류는 선수의 모든 것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전임 대표팀에서는 실전 감각이 떨어진 유럽파가 팀 공격을 꾸리면서 경기력 난조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유럽파라도 경기에 뛰지 못하면 대표팀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특히 박주영-지동원은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이 부족하며 구자철-손흥민은 아직 붙박이 주전 단계가 아닙니다. 최강희 감독은 유럽파 차출에 대해서 확고한 스탠스가 필요합니다.
5. 런던 올림픽 이후
최강희호는 런던 올림픽 이후에 체력적인 어려움과 싸워야 합니다. 박주영-구자철-서정진-기성용 같은 현 대표팀 선수들이 런던 올림픽 일정을 병행할 예정입니다. 그 중에 유럽파는 시차적응이 핸디캡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올림픽 본선에 출전하는 국내파 영건은 K리그 44경기 편성이 부담스럽죠. K리그의 빠듯한 일정은 '런던 올림픽 이후'에 접어드는 시즌 후반에 선수들 체력이 저하되는 문제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쿠엘류호 침체는 2003시즌 K리그 44경기 편성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만약 최강희호가 2012년 9월-10월-11월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장거리 원정을 떠나면 선수들 체력이 걱정됩니다. 아직 최종예선 조추첨을 안했지만, 호주 원정이 가장 위험합니다.
6. 대표팀 수비 불안
최강희 감독은 전북에서 공격적인 축구를 모토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전북과 같은 성향의 전술을 활용하면 수비 불안에 빠질 염려가 있습니다. 대표팀의 수비력 약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우루과이를 상대로 8실점 허용했습니다. 수비 전술에 일가견있는 조광래 감독도 팀의 고질적 약점을 해결 못했습니다. 최강희 감독이 전북 라인(박원재-심우연-조성환-최철순)을 그대로 끌고가기에는 특정팀에서 많은 선수가 차출되는 단점, 그 팀의 전력 약화가 고민입니다. 공격도 수비가 튼튼해야 탄력을 받는 만큼, 최강희호가 강한 팀을 상대로 닥공을 선택할지 아니면 실용적인 축구를 택할지 주목됩니다.
7. 왼쪽-오른쪽 풀백
조광래호는 이영표 후계자를 발굴하지 못했습니다. 차두리는 소속팀과 대표팀을 병행하면서 부상과 싸워야 했습니다. 최강희호는 믿음직한 왼쪽-오른쪽 풀백이 필요합니다. 전북의 좌우 측면 뒷 공간을 책임졌던 박원재-최철순 대표팀 합류 가능성이 예상되지만 과거 대표팀에서 꾸준히 두각을 떨치지 못한 것이 흠입니다. 윤석영-홍철 같은 올림픽대표팀 왼쪽 풀백 기대주들은 2012년에 많은 경기를 뛰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죠. 차두리는 셀틱 닥터에게 대표팀 은퇴를 권유받았지만 아직 입장을 정리한 단계까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혹시 모를 차두리 부상 공백을 대비해서 새로운 오른쪽 풀백을 육성해야 합니다.
8. 이동국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면서 이동국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동국이 현존하는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거듭났던 결정적 배경에는 최강희 감독이며, 봉동이장 전술에 가장 어울리는 공격수는 봉동 청년회장 입니다. 이동국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동국이 대표팀을 병행하기에는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시점에서(내년 33세) 대표팀-소속팀 경기 일정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년에는 전북이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소화합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출전의 꿈을 이루려면 무리한 일정을 견뎌야만 합니다. 최강희 감독의 이동국 활용 방안이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9. 일본
최강희 감독이 브라질 월드컵 본선까지 임기를 보장받으려면 일본을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국민들은 일본에게 패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조광래 전 감독을 향한 여론의 반응이 악화된 결정타는 지난 8월 일본전 0-3 완패 였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조광래호 기술 축구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는 분위기였지만 일본전에서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라이벌전 패배 이후에도 밸런스가 무너지는 경기 내용을 거듭한 끝에 레바논 원정 패배로 이어졌고 결국 감독이 '옳지 못한 수순으로' 교체 됐습니다. 최강희 감독이 여론의 신뢰를 얻으려면 전임 대표팀의 일본전 0-3 패배를 복수해야 합니다. 아직 최종예선 조추첨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2013년에 동아시아축구 선수권 대회가 진행 될 예정입니다.
10. 대한축구협회
굳이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온갖 구설수를 언급하지 않아도, 과연 최강희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와의 사이가 원만할지 의문입니다. 조광래 전 감독은 지난 5월 대표팀 선발 권한을 놓고 이회택 당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현 부회장)과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이회택 부회장은 기술위원회가 대표팀 선수를 뽑을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사람들의 지지를 얻은 쪽은 조광래 전 감독 이었습니다. 그때의 일이 조광래 전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고위층과의 사이가 틀어진 결정타가 됐죠. 그리고 대한축구협회가 최강희 감독에게 얼마만큼 힘을 실어줄지 의문입니다. 대표팀 감독이 교체되었지만, 정작 바뀌어야 하는 쪽은 대한축구협회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