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달 동안 인종차별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루이스 수아레스(24, 리버풀). 10월 1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하면서 잉글랜드 축구협회(FA)에 의해 징계를 받게 됐습니다. FA는 현지 시간으로 20일 공식 성명을 통해 수아레스에게 8경기 출전 정지와 4만 파운드(약 7200만원) 벌금 처분을 내렸습니다. 수아레스는 14일 이내에 항소 할 수 있으며 이를 원치않으면 FA 징계가 확정됩니다.
[사진=루이스 수아레스 (C)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liverpoolfc.tv)]
수아레스의 징계는 리버풀에게 커다란 타격입니다. 프리미어리그 6위에 그친데다 빅6 중에서 가장 득점력이 떨어집니다.(16경기 20골) 나머지 빅6팀들의 평균 득점(36.6골)보다 저조한 수치입니다. 이제는 팀 내 최다 득점자였던 수아레스(5골)가 FA 징계로 이탈하면서 골 부진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게 됐습니다. 흔히 리버풀 공격하면 '수아레스에게 의존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팀에서 영향력이 큽니다. 수아레스는 골 생산을 비롯해서 공간 침투, 연계 플레이, 포어 체킹에 이르는 부지런한 활약으로 리버풀 최전방의 에너지를 공급했습니다. 리버풀의 수아레스 공백이 뼈아픈 이유입니다.
물론 수아레스는 박싱데이 기간에 경기를 뛸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항소 권한이 있기 때문에 곧바로 징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만약 항소에서 인종차별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징계가 무효로 끝날 수 있죠. 하지만 8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내려진 상황에서 수아레스에게 유리한 쪽으로 징계가 완화될지는 의문입니다. 8경기 징계 수위는 FA의 엄중한 결정임을 짐작케 합니다. 또한 수아레스는 지난 6일 풀럼전에서 상대팀 팬들에게 손가락 욕을 날렸습니다. 풀럼전 구설수는 FA의 조사를 받는 상황입니다. 또 다른 징계를 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리버풀은 FA 징계에 의해서 수아레스 공백을 걱정해야 합니다. 수아레스처럼 골을 터뜨릴 적임자가 마땅치 않은 단점이 있죠. 스튜어트 다우닝, 크레이그 벨라미는 골에 꾸준히 기여하는 이미지와 거리감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 13골을 터뜨렸던 디르크 카위트의 공격수 전환이 예상되지만 올 시즌 14경기에서 무득점에 빠졌습니다. 만약 카위트를 공격수로 배치해도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가 불안해지는 단점이 있죠. 앤디 캐롤의 부진(14경기 2골)은 두말 할 필요 없습니다.
만약 수아레스 징계가 확정되면 캐롤의 출전 시간이 늘어날 것입니다. 리버풀이 치렀던 최근 7경기에서 평균 37.86분 뛰었습니다. 자신과 호흡이 잘 안맞았던 수아레스가 당분간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실전에서 평소보다 많은 기회를 받을 것이 분명합니다. 강력한 포스트 플레이와 파워를 주무기로 삼았던 타겟맨이었지만 수아레스-다우닝-벨라미-카위트 같은 움직임과 연계 플레이를 즐기는 타입과는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리버풀은 수아레스가 없을 때 캐롤과 공존하는 전술을 꺼내들 수 있습니다.
캐롤이 얼마만큼 분발할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지난 시즌 뉴캐슬 유니폼을 입었던 시절에 비하면 슈팅 감각이 떨어졌습니다. 뉴캐슬 시절에는 거칠 것이 없었죠. 하지만 리버풀에서는 친정팀과 다른 전술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22세의 나이를 감안하면 경기력 부진으로 마음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프로 선수라면 실력으로 말해야 합니다. 수아레스가 징계로 빠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공격수 경쟁에서 돌파구를 찾기 어렵습니다.
리버풀이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공격수가 포화되는 단점을 감안해도 수아레스와 견줄만한 영향력을 지닌 선수를 데려와서 득점력 부진을 이겨낼 수 있죠. 빅4 진입을 위해서는 지금의 공격력으로는 역부족 입니다. 하지만 공격수 영입은 능사가 아닙니다. 올해 1월과 여름 이적시장에 걸쳐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커다란 결실을 거두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만약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해도 그 선수가 캐롤처럼 부진에 빠지면 리버풀 입장에서 부담스럽죠. 돈보다는 내실에 주력해야 할 때 입니다. 현실적으로 캐롤의 분발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수아레스는 그라운드 내에서의 구설수를 조심해야 합니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8강 가나전에서 상대팀 슈팅을 손으로 막아내면서 '신의 손' 논란을 일으켰던 사례를 봐도 말입니다. 리버풀 이적 후에는 에브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내뱉은 것으로 FA가 판단했고 풀럼전에서는 상대팀 팬들에게 손가락 욕을 날렸습니다. 인종차별은 항소 권한이 있지만 손가락 욕은 현지 언론을 통해 사진이 등장했습니다. 항소 결과가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잘못된 행위가 팀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