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구자철-손흥민, 시즌 후반기 승부수 띄워라

 

독일 분데스리가는 지난 주말 17라운드를 끝으로 2011/12시즌 전반기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년 1월 21일 18라운드 이전까지 한달 동안 휴식기에 돌입하면서 구자철(22, 볼프스부르크) 손흥민(19, 함부르크)이 휴식을 취하게 됐습니다. 내년 2월 29일 국가 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예선 6차전 쿠웨이트전, 6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경기, 그리고 7~8월에 열릴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꿀맛같은 시간을 보내는 중입니다. 앞으로 만만치 않은 일정을 감안할 때 겨울 휴식기가 반갑습니다.

구자철과 손흥민의 시즌 후반기 과제는 팀의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는 것입니다. 소속팀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해야 '신임 감독을 맞이할' 국가 대표팀에서 경쟁력을 갖춘 선수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병역혜택이 걸려있는 런던 올림픽에 올인하려면 소속팀을 통해 실전 감각이 향상되어야 합니다. 변수는 내년 1월 이적시장 입니다. 자신과 포지션이 중복되는 선수가 팀에 합류하면 살얼음판 같은 주전 경쟁을 이겨내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볼프스부르크와 함부르크의 구체적인 이적설이 전해지지 않았지만 성적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전력 보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두 선수가 소속팀에서 입지를 키우려면 '강력한 한 방'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합니다. 팀 공격을 짊어지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구자철의 원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최근에는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모습을 내밀면서 슈팅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올 시즌 슈팅 4개 중에 3개가 최근 2경기에서 나왔습니다. 지난 17일 슈트트가르트전에서는 전반 38분 하세베 마코토가 길게 밀어준 로빙 패스를 박스 안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받아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비록 골을 터뜨리지 못했지만 변화된 포지션에 어울리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다만, 구자철의 공격적인 변화가 성공할지 여부는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구자철하면 중원에서 활발히 볼을 배급하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킬러 패스로 전방 공격수에게 단번에 골 기회를 열어주는 앵커맨입니다. 상대 공격을 따라붙는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협력 수비가 어우러지면서 수비력에서도 공헌도가 제법 컸습니다.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하면서 득점왕(5골)을 달성하고 볼프스부르크 이적이 성사되었지만, 정작 볼프스부르크에서는 제주 시절과 전혀 다른 역할을 소화중입니다. 앞으로 팀의 득점력에 기여하려면 지금까지의 경기 패턴을 바꿔야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최근 경기에서는 골에 의욕을 갖기 시작했지만요.

반면 손흥민은 시즌 초반 3골을 넣었던 오름세를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뜻하지 않은 부상 여파도 있었지만, 토어스텐 핑크 감독 부임 이후 리그 8경기 중에 3경기 선발 출전했습니다. 2경기는 후반전 교체 출전, 나머지 3경기는 결장했습니다. 게레로-페트리치 같은 지난 시즌 주전 공격수들이 부상에서 복귀했고, 최근 2경기에서는 이보 일리세비치가 선발 출전하면서 손흥민의 새로운 경쟁자로 부각됐습니다. 특히 10월 16일 프라이부르크전 이후 2달 동안 리그에서 골이 없었던 것이 아쉽습니다. 핑크 감독에게 함부르크에 필요한 선수임을 각인시키려면 공격수로서 골이 필요했습니다.

핑크 감독은 손흥민을 철저한 유망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시즌 초반 꼴찌로 추락했던 함부르크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손흥민보다 나이가 많은 공격수들을 활용하면서 경험을 중시했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계속되면 손흥민이 조커 자원으로 밀리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여름 프리시즌에서 11경기 18골의 경이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상태에서 시즌을 맞이했습니다. 부상 및 대표팀 차출까지 겹치면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여파가 팀 내 입지에 영향을 끼친게 아닌가 싶습니다.

손흥민은 여전히 기회가 무궁무진한 선수입니다. 게레로-페트리치 같은 함부르크에서 잔뼈가 굵은 공격수를 실력으로 제압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합니다. 아직 10대 후반의 공격수임을 감안하면 팀내 주력 공격수를 벤치로 밀어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유망주에게 메시급 기량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짧은 출전 시간이 주어져도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는 마음보다는 팀 플레이를 통해 배우는 입장이 되어야 합니다. 계속 부딪힐수록 언젠가는 좋은 기회가 다가올지 모릅니다. 시즌 초반 리듬만 되찾으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공격 기질을 발휘할 잠재력이 있습니다.

구자철과 손흥민의 시즌 후반기 맹활약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독일 현지에서 한국 선수 이미지를 증명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습니다. 두 선수의 경기력이 일취월장하면 또 다른 한국 선수에 관심을 가지는 분데스리가 구단이 늘어나겠죠. 최근 분데스리가 팀들이 여러명의 일본 선수를 영입하거나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한국 축구 선수들도 독일 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성공한 것을 계기로 한국인 선수를 스카웃했던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늘었듯, 구자철과 손흥민도 좋은 전례를 남길것이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