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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구자철, 78분 출전 속에서 희망 얻었다

 

경기 희비를 결정지은 맹활약은 아니었습니다. 상대팀 박스 안에서 자신있게 골을 노리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공격에 관여하는 활약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희망을 얻었습니다.

구자철(22, 볼프스부르크)은 17일 저녁 1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폭스바겐 아레나에서 진행된 2011/12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7라운드 슈투트가르트전에서 78분 뛰었습니다.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으며 78분 동안 패스 19개 중에서 15개를 정확하게 연결하여 10.91Km 뛰었습니다. 볼프스부르크는 후반 28분 세바스티안 폴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고 14위에서 12위(6승2무9패)로 진입하고 시즌 전반기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사진=구자철 (C) 볼프스부르크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vfl-wolfsburg.de)]

구자철, 어려운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다

볼프스부르크가 1-0으로 이긴 경기였지만 경기 내용은 승점 3점에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전반전에 수비 불안에 시달렸다면 후반전에는 지루한 공격이 거듭됐습니다. 슈팅은 슈투트가르트보다 더 많았지만(19-12, 개) 점유율 42-58(%) 패스 성공률 71.5-79.1(%) 패스 173-337(개)로 밀렸습니다. 전반전 점유율에서는 52-48(%)로 앞섰으나 후반전에 슈투트가르트가 철저한 지공을 펼치면서 볼프스부르크가 공격할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상대팀에 비하면 볼프스부르크 미드필더들이 전체적으로 패스 숫자가 부족했습니다.

발단은 왼쪽 수비 였습니다. 왼쪽 풀백 샤퍼가 슈투트가르트 오른쪽 윙어 하르닉 움직임을 놓치면서 볼프스부르크가 실점 위기를 맞이하는 상황에 벌어졌습니다. 하르닉은 후방에서 찔러주는 침투 패스 지점을 읽자마자 빠르게 움직이는 판단력과 민첩성이 발달 됐습니다. 그 본능이 볼프스부르크 수비를 힘들게 했죠. 폴락-하세베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협력 수비를 취했지만, 샤퍼 뒷 공간 침투를 노리는 슈투트가르트의 공격 시도가 전반 30분까지 그칠 줄 몰랐습니다.

볼프스부르크는 공격에서도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첫째는 원톱 만주키치쪽을 겨냥하는 패스가 전체적으로 부정확했고, 만주키치도 골 기회를 기다린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둘째는 왼쪽 윙어 오로스코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른쪽 윙어 데아가에 비해 공격적인 움직임이 눈에 띄지 못했죠. 전반 45분을 마치고 교체될 때까지 패스 횟수가 8개에 불과했습니다. 셋째는 하세베가 부진했습니다. 함께 중원에서 뛰었던 폴락에 비해 공격적인 움직임이 많았음에도 10개의 패스 미스를 범하면서 팀 공격이 끊어졌고, 전반 31분에는 후방에서 동료 선수에게 패스한 것이 상대팀 포어체킹에 걸리면서 역습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구자철은 2주 전에 선발 출전했던 마인츠전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뛰었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팀 공격을 조율하는 활약이 많지 않았습니다. 팀의 공격 밸런스가 잘 안맞았기 때문입니다. 볼프스부르크 수비진이 하르닉에게 농락당하기 전까지는 횡패스 위주의 공격 전개를 펼치면서, 중앙 압박이 강했던 상대 수비 조직을 바깥쪽으로 분산시키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전반 21분에는 트레슈와의 2:1 패스 연결이 부정확했던 아쉬움이 있었지만 78분 출전하면서 패스 미스는 4개에 불과했습니다.

구자철은 전반 38분에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하세베가 후방에서 길게 찔러준 패스를 박스 중앙 빈 공간으로 쇄도하여 오른발로 슈팅을 날렸으나 볼이 윗쪽으로 뜨고 말았습니다. 상대 골키퍼가 자신의 앞쪽으로 접근하는 상황이라 오른발에 볼을 터치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골 기회를 노린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전 경기까지 슈팅 숫자가 3개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그동안 슈팅 감각이 무뎌졌지만 이번 장면을 계기로 자신감을 찾았을지 모릅니다. 1분 전에는 비슷한 공간에서 동료 선수에게 헤딩 패스를 연결하며 골 기회를 만들어주는 움직임도 있었죠. 박스 안을 비집고 헤딩골을 노리는 흔적이 역력했지만 동료 선수의 크로스가 부정확했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후반전에는 살리하미지치가 교체 투입하면서 중앙과 오른쪽 측면을 오가는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반전에 비해 공격력이 두드러지지 못했습니다. 이전 상황과 다른 역할을 소화했기 때문인지 활기찬 공격이 진행되지 않았죠. 공격형 미드필더로 계속 뛰었다면 후반전에 위협적인 골 기회를 또 맞이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볼프스부르크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팀의 최근 5경기 중에 4경기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던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볼프스부르크는 슈투트가르트전을 끝으로 시즌 전반기 일정을 마쳤습니다. 앞으로 한 달 뒤에 분데스리가 18라운드가 열리면서 한동안 휴식기를 보냅니다. 구자철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 선발 출전했죠. 지난 여름에는 손흥민이 활약중인 함부르크 이적 가능성이 있었지만 팀이 반대했습니다. 최근 선발 출전 빈도가 늘어난 것을 놓고 보면 마가트 감독 플랜에 있는 선수인 것은 분명합니다. 아시안게임-아시안컵 차출에 따른 체력 저하, 그 이후의 대표팀 차출 여파 때문인지 몰라도 소속팀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졌지만 최근에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구자철이 슈투트가르트전에서 얻은 희망은 볼프스부르크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임을 각인 시켰습니다. 팀에서는 영건에 속합니다. 과연 볼프스부르크가 앞으로 마가트 감독과 함께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감독이든 체질 개선을 위해서 영건을 중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출전 시간이 늘어난 것도 볼프스부르크의 성적 향상 의지와 맞물리죠. 지금의 추세라면 팀이 1월 이적시장에서 미드필더 영입을 단행하지 않는 전제하에 실전에서 경험을 쌓을 시간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집니다. 시즌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희망을 얻었다면, 후반기에는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강력한 임펙트를 남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