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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토레스 더비? 글렌 존슨이 웃었다!

 

케니 달글리시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이 첼시전 3연승을 달성했습니다. '토레스 더비'로 주목받았던 경기였지만 페르난도 토레스는 7분 출전에 그쳤고, 2003/04시즌부터 3시즌 동안 첼시에서 활약했던 글렌 존슨이 천금의 결승골로 웃었습니다.

리버풀은 2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진행된 2011/1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첼시 원정에서 2-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33분 막시 로드리게스가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9분 다니엘 스터리지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41분 존슨이 첼시 수비 사이를 파고드는 드리블 돌파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리버풀에게 승점 3점을 안겼습니다. 리버풀은 7위에서 6위(5승4무2패)에 진입하며 4위 첼시(7승1무4패)와 승점 동률(22점)을 이루었습니다. 골득실에서 3골 차이로 밀렸지만 첼시전 승리를 계기로 빅4 진입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첼시 지공vs리버풀 수비 모드

첼시는 리버풀전에서 4-3-3으로 나섰습니다. 체흐가 골키퍼, 애슐리 콜-테리-루이스-이바노비치가 수비수, 램퍼드-미켈-하미레스가 미드필더, 말루다-드록바-마타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리버풀에서 활약했던 토레스-메이렐레스는 벤치에서 시작했습니다. 원정팀 리버풀은 4-4-2를 활용했습니다. 레이나가 골키퍼, 엔리케-아게르-스크르텔-존슨이 수비수, 막시-아담-루카스-카위트가 미드필더, 벨라미-수아레스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지난 2월 첼시 원정에서는 토레스 봉쇄를 위해 3백으로 변형했지만 이번 첼시전에서는 본래의 포메이션을 그대로 밀고 갔습니다.

경기 초반에는 첼시의 점유율이 많았습니다. 선수들이 후방을 기점으로 볼을 돌리면서 전방쪽으로 빠르게 패스를 찔러주는 패턴을 취했습니다. 말루다가 미드필더진으로 내려가 동료 선수와 패스를 주고 받을 정도로 전형적인 지공 형태의 경기를 취했죠. 리버풀은 지난 2월 첼시 원정에 이어 이번에도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선수들의 무게 중심이 후방쪽으로 처지면서 첼시의 공격 옵션들을 협력 수비했죠. 전반 5분 이후에는 포어체킹을 펼치면서 첼시 공격 속도를 늦추려 했습니다. 벨라미-수아레스 투톱은 박스안으로 침투하는 형태의 공격을 보여줬습니다.

리버풀 포어체킹, 전반전 압도했다

리버풀은 전반 10~15분 점유율에서 65-35(%)로 앞서면서 공격 기회를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경기 초반이 탐색전이었다면 10분을 넘긴 이후부터 미드필더들이 첼시 진영으로 올라가면서 공격에 참여했습니다. 12분에는 벨라미, 17분에는 아담-수아레스가 첼시 진영을 빠르게 돌파했습니다. 상대 수비를 흔들겠다는 심산이죠. 첼시가 후방에서 볼을 돌릴때는 반사적인 포어케킹을 했습니다. 좌우 측면에는 막시-카위트가 배치되면서 첼시 풀백들의 공격적인 움직임을 제어했죠. 그래서 첼시의 빌드업이 매끄럽지 못하면서 리버풀의 효율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했습니다.

첼시의 문제점은 측면 공격이 조용했습니다. 드록바가 활동 폭을 넓히며 볼을 따내는 움직임이 많았던 것에 비하면 말루다-마타는 아무런 구실을 하지 못했습니다. 윙 포워드로서 이렇다할 돌파가 없었습니다. 애슐리 콜-이바노비치의 공격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측면에서 고립됐죠. 특히 마타는 전반 26분 퍼스트 터치 이후에 볼을 빼앗겼고, 28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왼쪽 공간으로 길게 내주었던 횡패스를 카위트에게 차단당하면서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30분에는 이바노비치에게 롱패스를 받을때 아게르에게 몸싸움에서 밀리면서 볼을 따내지 못했습니다. 좀처럼 볼에 관여하지 못하면서 드록바를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전반 33분에는 막시가 선제골을 넣으면서 리버풀이 1-0으로 앞섰습니다. 아담이 포어체킹을 펼치면서 미켈이 소유한 볼을 빼앗았고, 박스 중앙에서 벨라미와 수아레스가 2:1 패스를 주고 받은 뒤 근처 공간에서 쇄도했던 막시가 오른발로 가볍게 골을 터뜨렸습니다. 전반 초반부터 포어체킹을 시도하며 첼시의 후방을 압박했던 리버풀의 작전이 적중했습니다. 반면 첼시는 미켈의 고질적인 집중력 부족이 아쉬웠죠. 경기에 몰입했다면 아담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애슐리 콜에게 원터치로 패스를 밀어줬을지 모릅니다. 그 이후에는 첼시의 수비 불안이 계속되면서 리버풀이 의도하는대로 경기가 풀렸습니다.

리버풀은 지난 2월 첼시 원정에서 토레스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3백+수비 축구를 했습니다. 토레스는 개인 공격이 단조로운 선수죠. 11월 첼시 원정에서는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들을 공격진에 배치하면서 포어체킹을 늘렸습니다. 중앙 미드필더 아담까지 앞쪽으로 자주 올라가면서 포어체킹을 강화했죠. 이번에도 첼시의 약점을 노렸습니다. 첼시의 빌라스-보아스 감독은 측면 중심의 공격을 선호하며 풀백의 활발한 오버래핑을 주문합니다. 역설적으로는 리버풀이 첼시의 풀백을 잡으면 충분히 승산 있었죠. 또한 첼시는 특출난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으며, 센터백 루이스의 포지셔닝이 앞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리버풀은 포어체킹에 이어 투톱의 종방향 움직임을 늘리며 첼시 수비를 괴롭혔습니다.

[사진=리버풀의 첼시전 2-1 승리를 발표한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C) premierleague.com]

첼시의 스터리지 동점골, 그럼에도 리버풀이 웃었다

첼시는 후반 시작과 함께 미켈을 빼고 스터리지를 교체 투입했으며 포메이션을 4-2-3-1로 바꿨습니다. 램퍼드-하미레스가 더블 볼란치, 말루다-마타-스터리지를 2선 미드필더로 놓으면서 램퍼드가 앞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후반 5분 이전까지는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리버풀 수비를 뚫기에는 상대 박스 부근에서 연계 플레이가 자연스럽지 못했습니다. 후반 8분에는 말루다가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렸으나 부정확했죠. 그랬던 말루다가 후반 9분에 동점골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왼쪽 측면에서 박스쪽으로 파고들면서 왼발 땅볼 패스를 밀어준 것을 스터리지가 가볍게 밀어 넣으면서 1-1이 됐습니다. 빌라스-보아스 감독의 스터리지 교체 투입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말루다가 볼에 관여하는 움직임이 많아졌습니다. 전반전에는 부진했지만 후반전에 에너지 넘치는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기복을 타는 선수지만, 좋게 말하면 한 번 물이 오를 때 걷잡을 수 없었습니다. 리버풀 선수들의 페이스 저하까지 한 몫을 했죠. 후반들어 포어체킹이 뜸해지고 공격 옵션들이 볼에 관여하는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말루다를 비롯한 첼시 선수들의 움직임이 늘었습니다. 첼시의 패스가 말루다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램퍼드-마타가 리버풀 수비 사이에서 패스 길목을 확보해주면서, 애슐리 콜이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전반전과 대조된 경기 운영을 나타냈습니다. 말루다는 후반 24분 리버풀 박스 안에서 가슴 트래핑에 이은 왼발 오버헤드킥을 선보이는 물 오른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

리버풀의 후반전 경기 운영은 아쉬움에 남았습니다. 전반전에는 포어체킹 효과가 통했지만 결과적으로 오버페이스를 하면서 후반전 공격력이 침체 됐습니다. 첼시에게 끌려다니는 어려운 경기를 펼쳤죠. 포어체킹이 안되면 점유율을 늘리면서 첼시와 미드필더 공방전을 펼치거나, 조커의 교체 투입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옳았지만 이렇다할 전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헨더슨(후반 20분, out 벨라미) 다우닝(후반 31분, out 막시) 교체 투입 시기는 더 빨랐어야 했습니다. 후반 34~35분에는 세 번의 세트 피스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갔죠.

첼시는 후반 38분 '리버풀 출신' 토레스-메이렐레스를 동시 교체 투입했습니다.(out 드록바-하미레스) 역전승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그런데 골을 터뜨렸던 팀은 첼시가 아닌 리버풀 이었습니다. '첼시 출신' 존슨이 후반 41분 오른쪽 측면에서 아담의 로빙패스를 받아 골문쪽으로 전력질주하면서 말루다-애슐리 콜을 제치고 리버풀의 두번째 골을 작렬했습니다. 리버풀은 후반 43분 수아레스를 빼고 캐롤을 마지막 조커로 띄우며 2-1 리드를 지킨 끝에 첼시 원정에서 귀중한 승리를 챙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