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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호날두 결장' 레알, 6골 승리 원동력은?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가 23일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D조 5차전 디나모 자그레브(이하 자그레브)전에서 6-2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전반 9분 만에 3골을 넣었고, 후반 4분 만에 5골 퍼붓는 놀라운 득점력을 과시했습니다. 카림 벤제마, 호세 카예혼이 2골을 기록했으며 곤살로 이과인, 메수트 외질이 1골씩 추가하며 레알의 대량 득점 승리를 주도했습니다. 이로써 레알은 D조 1위(5승, 승점 15)를 지켰으며 2위 아약스(2승2무1패, 승점 8)와 승점 차이를 벌리며 대회 16강 진출 및 조1위를 확정 지었습니다.

[사진=디나모 자그레브전 6-2 승리를 발표한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C) realmadrid.com]

이날 레알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았습니다. 오는 27일 지역 라이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을 겨냥한 체력 안배 성격이 짙었습니다. 자그레브가 D조 5전 5패를 당했던 약팀으로서 호날두가 대량 득점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조세 무리뉴 감독은 다른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는 동기부여를 택했습니다. 그래서 벤제마가 4-2-3-1의 왼쪽 윙어로 출전하여 이과인과 공존했고, 벤치 멤버 카예혼이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하여 생애 두번째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렀습니다.

레알은 경기 시작 1분 25초만에 벤제마가 선제골을 넣으면서 대량 득점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벤제마는 외질과 2:1 패스를 주고 받는 상황에서 골 기회를 얻었습니다. 외질이 상대 박스 왼쪽에서 벤제마에게 왼발 땅볼 크로스를 올려줬는데 상대 수비수 2명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타이밍이 빨랐습니다. 벤제마의 오른발 슈팅이 골망을 갈랐죠. 전반 6분에는 카예혼이 왼쪽 측면에서 벤제마와 2:1 패스를 이어 받은 뒤, 박스쪽으로 접근하면서 오른발 강 슈팅으로 챔피언스리그 데뷔골을 쏘아 올렸습니다. 전반 9분에는 이과인이 자그레브 오른쪽 공간을 파고들면서 상대팀 선수를 페인팅으로 제친 뒤 왼발로 골을 넣었습니다.

자그레브는 D조 약팀이지만 레알은 방심하지 않았습니다.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터뜨렸던 전략이 성공하면서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갔습니다. 몇몇 강팀들은 약팀과 경기할때 초반부터 볼을 돌리면서 에너지를 축적하지만 레알은 확실한 기선 제압을 택했습니다. 자그레브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경기 초반에 골을 몰아 넣었죠. 패스를 주는 선수와 받는 선수 끼리의 호흡이 잘맞으면서 정확하고 세밀한 볼 배급이 가능했습니다. 상대팀이 수비쪽에 많은 인원을 세웠으나 레알의 패스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골 기회를 쉽게 만들었죠. 첫번째 골과 두번째 골은 자그레브 진영에서 세밀한 2:1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상대 수비 진영을 흔들었습니다.

레알은 3-0으로 앞선 이후에도 공격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후방에서 빌드업이 빨라지면서 미드필더들의 패스 전개가 탄력을 얻었죠. 이과인-벤제마-외질-카예혼 같은 공격 옵션들은 활동 폭을 넓게 벌리면서 끊임없이 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 수비 밸런스를 무너뜨리는데 온 힘을 다했습니다. 효율적인 공격 전개를 멈추지 않았던 것이 전반 35분 슈팅 10-1(유효 슈팅 6-0, 개)로 앞섰던 원동력이 됐습니다. 경기를 통틀어 보면 슈팅 21-8(유효 슈팅 12-3, 개) 점유율 69-31(%)의 우세를 점했고 벤제마가 슈팅 6개, 이과인-카예혼이 슈팅 5개를 날리면서 호시탐탐 골을 노렸습니다.

특히 레알 선수들의 경기 집중력이 인상 깊었습니다. 볼의 흐름과 선수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몰입하며 패스를 받을 공간을 찾느라 분주했습니다. 골을 넣을수록 선수들의 집중력이 풀어질 수 있었지만 팀 전체의 경기 완급 조절이 원활하면서 많은 공격 기회를 확보했습니다. 호날두가 없는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품으며 방심할 여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패스 길목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형태의 볼 배급이 가능했고, 경기 내내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 막판에는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2골 내줬지만 레알의 공격 의지는 종료 휘슬이 울릴때까지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그레브전에서 2골을 넣은 카예혼은 앞으로 소속팀에서 비중있게 기용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대가 약체임을 감한해도 챔피언스리그에서 2골을 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2골 모두 공간 침투에 의한 골 과정으로서 기회 포착 능력이 좋았습니다. 그런 카예혼은 레알 유스 출신이었으나 2008년 에스파뇰 이적 전까지 1군에서 이렇다할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에스파뇰에서 3시즌 동안 98경기 10골 11도움을 기록하며 주축선수로 활약했던 경험이 쌓이면서 유망주 시절보다 부쩍 성장했습니다. FC 바르셀로나를 넘어야 하는 레알 입장에서 새로운 공격 옵션을 발굴했습니다.

이과인과 벤제마의 공존까지 성공했습니다. 이과인이 중앙과 오른쪽에서 침투를 자주 시도하는 성향이었다면 벤제마는 왼쪽과 중앙을 오가며 의욕적인 연계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벤제마 뒷쪽에는 코엔트랑의 궂은 역할이 뒷받침되면서 왼쪽 공격이 탄력을 얻었습니다. 호날두 없이도 파괴적인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 협력하면서 경쟁하는 관계였기 때문에 상대팀의 약한 전력과 맞물려 레알이 6골을 넣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