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오만 쇼크가 떠올랐던 패배였습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2003년 9월 27일 인천에서 진행된 아시안컵 예선 오만전에서 1-0으로 승리했습니다. 같은 해였던 10월 21일 오만 원정에서는 1-3으로 패하면서 쿠엘류호가 위기에 빠졌죠. 당시 오만에게 패할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대표팀은 15일 저녁 9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카밀 차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지역예선 5차전 레바논 원정에서 1-2로 패했습니다. 전반 4분 알 사디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습니다. 전반 20분 구자철이 페널티킥 골을 넣었으나 전반 31분 아트윈에게 결승 페널티킥 골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경기 종료까지 무수한 공격 기회가 주어졌으나 레바논 골망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레바논 원정에서 의외의 패배를 당하면서 2011년 A매치 일정을 씁쓸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사진=조광래 감독 (C)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홈페이지 메인(the-afc.com)]
한국, 이른 시간에 실점 허용
한국은 레바논 원정에서 4-2-3-1로 나섰습니다. 정성룡이 골키퍼, 이용래-이정수-곽태휘-차두리가 수비수, 구자철-홍정호가 더블 볼란치, 이승기-손흥민-서정진이 2선 미드필더, 이근호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박주영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고 홍철-지동원이 11일 UAE전에서 부진하면서 이승기-이근호가 선발로 뛰었고 이용래가 포지션을 전환했습니다. 레바논도 4-2-3-1을 활용했습니다. 엘 사마드가 골키퍼, 이스마일-알 사디-나자린-다유브가 수비수, 아트위-파우르가 더블 볼란치, 차이토-안타르-즈레익이 2선 미드필더, 엘 알리가 원톱을 맡았습니다.
레바논전은 예상과 달리 이른 시간에 실점을 허용했습니다. 전반 4분 레바논이 오른쪽 프리킥 상황에서 안타르가 슈팅을 날렸던 볼이 한국 선수 몸을 맞고 앞쪽으로 굴절되었고, 알 사디가 오른발 리바운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면서 한국이 0-1로 밀렸습니다. 실점보다 아쉬운 것은 심판 판정 이었습니다. 한국 선수 이전에 레바논 선수가 먼저 파울을 범했지만 주심은 레바논의 프리킥을 인정했고 그 과정이 선제골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은 현지의 불규칙한 잔디, 소나기, 전반 10분 볼 점유율 열세(46-54, %)로 고전했던 전반 초반을 보냈습니다.
구자철 PK 동점골-PK 허용, 어려웠던 전반전
전반전에는 서정진의 공격력이 아쉬웠습니다. 여전히 무거운 몸 놀림, 불안한 볼 키핑력, 부정확한 볼 배급을 범하면서 팀 공격이 몇차례 끊겼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선호하는 패스 축구가 완성되려면 공격 옵션들의 세밀한 볼 배급이 요구되지만 서정진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경기가 지난 UAE 원정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기본적인 연계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알사드전 부진까지 포함하면 기복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전반 20분 이근호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구자철이 마무리지으며 1-1로 따라 붙었습니다. 전반 10분을 넘길 때 선수들의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볼 점유율이 많아졌습니다. 레바논이 빌드업을 시도할 때는 공격 옵션들이 포어체킹을 펼치며 상대 수비 속도를 늦췄습니다. 전반 26분에는 구자철이 직접 공격을 끊은 뒤 이승기에게 정확한 종패스를 찔러주는 역습을 연출했습니다. 그러나 홍정호의 잦은 패스미스가 아쉬웠습니다. 기성용 결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했지만 UAE전에 이어 레바논전에서도 공격력에서 믿음감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전반 30분에는 구자철이 페널티킥을 허용했습니다. 박스 안쪽에서 상대팀 선수에게 거친 파울을 범했고, 1분 뒤 아트윈이 페널티킥 골을 넣으며 한국이 1-2로 밀렸습니다. 그 이후에는 레바논 선수들의 무게 중심이 후방으로 쏠리면서 한국이 공격을 주도했지만 상대팀의 수비 저항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공격 옵션들의 볼 처리가 여전히 느리며, 홍정호의 패스미스가 이어지면서 레바논 수비진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전반 39분 구자철이 왼쪽 측면에서 이승기에게 찔러줬던 스루패스는 제법 날카로웠지만 2차-3차 공격으로 연계되지 못하는 답답함을 노출했습니다. 그나마 구자철의 패싱력이 위안 이었습니다.
한국이 전반전에 고전했던 또 다른 원인은 이근호-손흥민의 공격력이 아쉬웠습니다. 이근호는 전반전에 10개의 패스미스를 범했습니다.(15/25) 볼 터치가 길어지면서 상대 수비에게 읽히기 쉬운 공격력을 나타냈죠. 한국이 상대 박스 안쪽에서 연계 플레이가 뜻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과 밀접합니다. 손흥민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패스 횟수가 부족했습니다.(10/13개) 볼 터치 29번에 어울리지 않게 지속적으로 공격을 풀어주지 못했습니다. 이근호가 최전방에서 부지런히 움직였던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공격의 밸런스가 무너졌죠.
답답한 공격의 연속, 레바논 원정에서 1-2 패배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손흥민을 빼고 지동원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중앙에서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못하면서 지동원이 공격형 미드필더를 대신 맡았습니다. 하지만 레바논이 공격수 1명을 뺀 나머지 선수들이 수비에 적극 가담하면서 한국의 공격 작업이 박스 안쪽으로 뻗지 못했습니다. 후반 7분에는 남태희가 서정진을 대신해서 두번째 조커로 뛰었고, 지동원-이근호 투톱 체제의 4-4-2로 전환했지만 패스 미스가 계속 됐습니다. 일부 선수는 볼을 받을때의 퍼스트 터치가 불안했죠. 레바논이 후반전에 협력 수비를 강화하면서 한국의 공격이 뜻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후반 10분까지는 한국이 패스 정확도에서 75-64(%)로 앞섰습니다. 하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한국의 패스가 비효율적 이었습니다. 공격 템포를 늦췄을때 볼을 주고 받으면서 패스 정확도가 높아졌을 뿐, 레바논 수비 진영 사이를 가르는 패스의 정확성이 부족했습니다. 구자철의 종패스는 후반전이 시작하면서 뜸해졌죠. 후반 16분에는 홍정호가 전방쪽으로 롱볼을 올려줬으나 부정확하게 향했습니다. 후반 17분에는 후방에서 두 차례 롱볼을 띄웠으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죠. 한국의 공격 옵션들이 레바논의 협력 수비에 막혔고, 그런 레바논이 포어체킹을 시도하면서 마땅히 패스를 줄 곳이 없었습니다.
수비 집중력까지 비판 받아야 합니다. 레바논이 후반 20분 왼쪽 코너킥을 날렸을 때 슈팅을 날렸던 선수를 마크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선수들의 위치가 골문 안쪽으로 뭉치면서 레바논 선수들의 움직임을 놓쳤습니다. 레바논 선수의 슈팅이 골대를 맞아서 다행이었지만 운이 나빴다면 추가 실점을 허용했을지 모릅니다. 한국에게 동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실점 빌미를 내준 것은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뜻입니다. 후반 25분 윤빛가람을 교체 투입(out 홍정호) 이전까지 공격력 난조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한국의 레바논전 졸전 원인은 확실한 콘셉트가 없었습니다. 특정 선수의 공백을 감안해도 1-2로 밀릴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습니다. 패스 축구를 추구하는 팀에 걸맞지 않게 비효율적인 공격 전개가 되풀이 되었고, 수비 불안까지 겹치면서 상대팀 선수들에게 끌려다니는 어려운 경기를 했습니다. 레바논전 한 경기 만을 놓고 보면 대표팀 전술이 어떤 스타일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불과 두달 전에는 한국이 홈에서 6-0 대승을 거두었지만 원정에서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밀렸습니다. 당시 해트트릭을 달성했던 뱍주영 공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한국은 1-2로 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