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15일 저녁 9시 30분(이하 한국시간)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지역예선 5차전 레바논 원정을 치릅니다. 승점 3점 획득시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은 사실상 확정적입니다.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와의 6차전 홈 경기에서 최정예 멤버를 가동하지 않아도 목표를 달성하는 여유를 가지게 됩니다. 레바논전은 올해 마지막 A매치 경기로서 깔끔한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레바논전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2011년 미완성 과제였던 왼쪽 풀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이영표가 올해 초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지만 아직까지 대표팀 왼쪽 풀백을 누빌 적임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김영권, 홍철은 왼쪽 풀백으로서 기량이 더 완성 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김영권은 본래 왼쪽 풀백이 아닌점을 감안해도 오버래핑 상황에서 볼 배급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홍철의 수비력 부족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홍명보호 왼쪽 풀백으로서 구김살 없는 활약을 펼쳤던 윤석영은 조광래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조광래 감독은 레바논전에서 이용래를 왼쪽 풀백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중앙 미드필더 이용래의 왼쪽 풀백 전환을 의외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용래는 경남-수원에서 왼쪽 풀백으로 활약한 경험이 있습니다. 최근 수원에서는 팀이 후반 중반에 전술적인 승부수를 띄울때 중앙에서 왼쪽으로 이동하여 경기를 펼쳤습니다. 김영권에 비하면 왼쪽 풀백 경험이 쌓여있는 선수이며, 홍철에 비하면 안정된 수비력을 자랑합니다.
이용래 왼쪽 풀백 전환이 불안하지 않은 이유는 조광래 감독이 경남에서 키웠던 선수였습니다. 오늘날의 이용래가 존재했던 이유는 조광래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아무리 조광래 감독이 전술-선수 발탁-포지션 전환을 놓고 많은 축구팬들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경남 시절의 선수 육성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한때 K리그 1위에 진입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용래는 윤빛가람과 중앙 미드필더로서 구김살 없는 활약을 펼치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왼쪽 윙백(당시 경남은 3-4-3)으로 전환하며 팀의 기동력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물론 이용래는 전문 왼쪽 풀백이 아닙니다. 특이사항이 없다면 내년에는 수원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할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조광래호 왼쪽 풀백 문제는 해결해야 합니다. 이용래는 경남 시절부터 조광래 감독과 함께 했던 선수입니다. 다른 동료들에 비해 조광래 감독의 '속도 중심' 축구 스타일을 맞추기 쉬운 이점이 있죠. 흔히 만화 축구로 비유되는 조광래 감독의 축구에서는 선수들이 부지런히 뛰어야 합니다. 특히 풀백이라면 기본적으로 수비력이 안정되어야 합니다. 현 대표팀 스쿼드에서는 이용래가 믿음직하죠.
'왼쪽 풀백 이용래'에게 기대되는 한 가지는 상대팀에서 빠른 발을 활용하는 공격수를 봉쇄할 카드입니다. 홍철이 대표팀 주전으로서 신뢰를 얻지 못했던 이유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최근 한국의 수비력이 불안했던 이유는 풀백의 수비 뒷 공간이 뚫리면서 역습을 허용했습니다. 이용래는 특유의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상대 측면 공격수를 따라붙는 장점이 있습니다. 주변 동료 선수와의 협력 플레이가 적극적인 성향으로서 대표팀 수비 안정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용래의 움직임이라면 대표팀 왼쪽 공격에 힘이 될 것입니다. 왼쪽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펼치면 왼쪽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할 구자철의 후방 부담이 적어지며, 왼쪽 윙어 이승기는 대표팀 경험 부족을 이용래와의 협력 플레이로 이겨낼지 모릅니다. 그런 이용래의 움직임은 공격력에서 장점이 더 묻어납니다. 소속팀 수원의 4-1-4-1에서 수비형보다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많은 경기에 출전을 했던 이유는 왕성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현대 축구에서 풀백의 공격력이 전술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에서 조광래 감독이 이용래를 왼쪽 풀백으로 활용할 만 합니다.
다만, 이용래 포지션 전환은 장기적 관점에서 걱정됩니다. 왼쪽 풀백으로 활약한 경험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지만 측면보다는 중앙에서 더 많은 경기를 치렀습니다. 측면은 중앙에 비해 공간이 넓게 벌어지면서 풀백의 직선적인 움직임이 요구됩니다. 이용래는 중앙에서 직선과 곡선을 가리지 않고 여러 방면을 골고루 움직이며 활동 폭을 넓혔지만, 레바논전을 비롯해서 앞으로 대표팀 왼쪽 풀백으로 꾸준히 출전하면 중앙에서의 경기 운영과 혼동을 겪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레바논전 한 경기를 놓고 보면 이용래의 포지션 전환은 필요하지만, 한 경기 활약상으로 '이용래는 이영표 후계자'라는 상투적인 표현을 쓰며 칭찬하기에는 어색함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레바논전에서는 이용래 왼쪽 풀백 전환이 꼭 성공해야 합니다. 만약 이용래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조광래호의 왼쪽 풀백 딜레마가 점점 깊어집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한국과 상대하는 팀이 왼쪽의 약점을 파고들지 모릅니다. 결과적으로 이용래 포지션 변경은 차선책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 차선책은 조광래호에 긍정적 효과를 안겨줄 가능성이 무궁무진 합니다. 이용래의 레바논전 활약상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