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9시 45분에 열리는 한국 대표팀의 아랍에미리트 연합(UAE) 원정은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지역예선 4차전으로서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지난달 UAE와의 홈 경기에서는 2-1로 승리했지만 내용이 아쉬웠습니다. 선수들의 호흡이 전체적으로 안맞았고 짜임새 넘치는 공격 전개가 줄기차게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지동원은 왼쪽 윙어로서 만족스런 경기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경기 막판에는 수비 집중력 부재에 의한 실점을 허용했습니다. 당시의 아쉬움을 이번 리턴 매치에서 극복할지 주목됩니다. 그러나 UAE전을 앞둔 한국의 불안 요소는 이렇습니다.
[사진=UAE전에서 오른쪽 풀백을 맡을 차두리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1. 홍철-차두리 풀백 조합, 과연 최선일까?
조광래호는 UAE전을 앞둔 훈련에서 홍철-이정수-곽태휘-차두리로 짜인 포백을 연습했습니다. 실전에서 그대로 배치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홍철-차두리는 공격적인 풀백 조합 입니다. UAE가 한국보다 약하지만 오히려 선 수비-후 역습을 노릴지 모릅니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한국전에서 승점을 얻어야 아시아 최종예선에 진출할 명분이 주어집니다. 한국이 공세를 펼칠때 측면에서 역습을 시도하면서 골을 노리는 직선적인 전술을 꺼내들지 모릅니다. 홍철-차두리의 뒷 공간이 불안합니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지난달 9월 쿠웨이트 원정에서 측면 뒷 공간이 뚫리면서 밸런스가 붕괴되는 어려움에 빠진 끝에 1-1로 비겼습니다. 당시 한국의 풀백이었던 홍철-김재성(전반 17분 차두리가 부상당하자 교체 투입)의 수비력이 좋지 않았습니다. UAE가 한국의 전력 분석을 착실히 했을 경우 쿠웨이트전 약점을 파고들지 모릅니다. 특히 홍철은 수비 가담이 늦으며, 지나치게 앞쪽으로 올라오면서 상대에게 역습의 빌미를 내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차두리는 홍철에 비하면 국제 경기 경험이 풍부합니다. 한때 수비 뒷 공간을 내주는 불안함이 있었지만 지금은 충분히 개선됐습니다. UAE전에서는 활발한 오버래핑이 예상되지만 그래도 수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이 UAE 측면 역습을 대비하려면 풀백 중에 한 명은 수비에서 안정적인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이정수-곽태휘 만으로는 수비 인원이 부족합니다. 홍정호를 포어 리베로로 활용하면서 3백으로 변형될 수 있지만, 3백도 윙백과 수비수 사이의 공간이 뚫리기 쉬운 단점이 있습니다. 홍철-차두리 조합이 최선일지는 경기를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만약 홍철이 UAE전에서 부진하면 15일 레바논전에서 김영권이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차두리의 폼이 좋지 않으면 김창수가 대체할지 모릅니다. 김영권과 김창수는 수비력이 강한 풀백입니다. 또는 UAE전 직전에 선발 라인업이 바뀔 여지가 없지 않습니다.
2. 홍정호, 기성용 대체자로 적절할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홍정호의 수비형 미드필더 활용 빈도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홍정호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센터백 입니다. 조광래 감독에 의해 UAE 원정에서 기성용 대체자로 낙점받은 것은 지난 1월 아시안컵 4강 일본전 맹활약이 결정타 였습니다. 당시 후반전에 교체 투입하면서 조광래호가 허리 싸움 열세를 극복하는 실마리를 풀어줬습니다. 일본의 공격적인 분위기를 중앙에서 제어하면서 한국의 공격이 점점 탄력을 얻었죠. 일각에서는 조광래 감독의 포지션 파괴를 비판하지만 UAE전에서 기성용 공백을 홍정호로 해결하는 것은 타당한 선택입니다.
그러나 홍정호가 UAE전에서 어떤 성격의 경기를 펼칠지 의문입니다. 포어 리베로로 활용되면 이정수-곽태휘와 3백을 형성하거나 또는 UAE 중앙 공격 옵션을 봉쇄하는데 주력하겠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면 이용래-구자철과 함께 공수에서 짜임새 넘치는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한국이 UAE전에서 공격 중심의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홍정호에게 패싱력과 경기 완급조절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홍정호의 수비형 미드필더 경험이 부족합니다. 만약 홍정호가 흔들리면 이용래-구자철에게 수비력이 요구되지만 두 명의 선수는 상대 공격을 악착같이 끊어내는 성향과 거리감이 있습니다.
홍정호의 또 다른 문제점은 패스미스 입니다. 경기 도중에 갑자기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부정확한 패스를 날리는 실수를 범하여 상대팀에게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기술력보다는 경기에 지속적으로 몰입하지 못하는 집중력이 아쉽죠. 더욱 열의를 다하면 지금보다 더 성장할 재목입니다. 그런데 UAE전에서도 실수를 범하면 한국의 수비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지 모릅니다. 중원에서 활동하는 미드필더들은 평소 볼 터치가 많으며 패스 정확도를 높여야 합니다. 포어 리베로 성격이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기성용 공백을 해결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