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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2012 K리그 화두, '더블 스쿼드'

 

올 시즌 K리그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2년 K리그 판도는 대략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정규리그 44경기가 진행되면서 컵대회-6강 플레이오프가 폐지되며, 시즌 후반기 스플릿 시스템에 의해 상위권과 하위권 8팀씩 결정됩니다. FA컵, AFC 챔피언스리그 같은 또 다른 대회를 비롯해서 대표팀 차출까지 포함하면 K리그 선수들은 엄청난 경기 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결국, 2012년 K리그 우승팀의 기준은 '더블 스쿼드'가 될 것입니다.

특히 2012년에는 K리그 팀들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챔피언스리그 상금 규모가 만만치 않은데다 우승팀은 12월 클럽 월드컵에 출전합니다. 팀의 재정 확충, 인지도 향상, K리그 발전을 위해서 더 이상 챔피언스리그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알사드(카타르) 논란을 봐도 K리그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과정이 순탄치 않겠지만, K리그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제 무대에서의 좋은 성적이 필요합니다. 이미 2012년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확정된 전북-포항-성남은 '또 한번의' 아시아 제패를 꿈꾸고 있을 겁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6년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던 팀들입니다.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팀들은 K리그 성적이 좋습니다. 전북과 포항의 현재 경기력이 내년에도 유지되면 K리그 상위권에 속할지 모릅니다. FA컵 우승 자격의 성남(10위)이 예외지만 투자 규모가 늘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남은 1장의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놓고 정규리그 3~6위 서울-수원-부산-울산이 다투는 가운데, 서울과 수원은 K리그의 대표적인 빅 클럽입니다. 그런데 선수층이 엷으면 내년 K리그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전망입니다. 챔피언스리그-K리그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들은 올 시즌 종료 후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릴지 모릅니다.

K리그 44경기 편성의 단점은 선수들의 체력 저하 입니다. 44경기가 진행된 2003시즌에도 선수들이 체력적인 힘겨움을 느꼈죠. 그 여파는 국가 대표팀 경기력이 감소하는 흐름으로 직결 됐습니다.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거나, 2013년 아시아 대항전을 위해 FA컵에 전념하거나, 대표팀 선수가 많은 팀들은 내년에 체력적으로 힘들지 모릅니다. '두꺼운 선수층'이 K리그 우승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북이 올 시즌 K리그 챔피언결정전 진출-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달성했던 원동력은 즉시 전력감이 즐비했습니다.

2003년 K리그는 성남이 우승했습니다. 시즌 내내 독주를 거듭한 끝에 K리그를 제패했죠. 당시에는 더블 스쿼드까지는 아니었지만 주전급 후보 선수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김대의, 황연석, 윤정환, 박남열, 박충균, 김해운이 그들입니다. 그해 3월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것이 오히려 K리그 44경기에 전념했던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더 이상의 체력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요. 또 하나의 우승 원동력은 2003년 초 김도훈-데니스-윤정환-이기형-싸빅 영입에 엄청난 돈을 들였습니다. 선수층이 풍부해지면서 K리그 우승의 자신감을 얻었죠.

(성남의 2003시즌 주전 선수는 이랬습니다. 권찬수/전재호-싸빅-김현수-이기형/이성남(데니스)-김우재-신태용-이리네/김도훈-샤샤. 김대의는 피스컵 이후 이성남-이리네에게 주전에서 밀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성남의 사례를 놓고 보면 지금의 K리그 상위권 팀들은 시즌 종료 후 선수 영입에 공을 들일지 모릅니다. 특히 수원은 벌써부터 선수 영입 여부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전북은 이동국-에닝요-루이스-김상식 같은 30대 주축 선수들의 장기적인 대체자를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포항은 김형일-김재성 병역 공백을 해결해야 합니다. 다른 팀들에 비해 재정적 여유가 있거나 K리그 성적 향상에 압박감을 느끼는 팀들도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릴지 모릅니다. 더블 스쿼드 구축을 위해서 선수 영입 및 트레이드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며 K리그 비시즌 분위기가 조용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012년 K리그는 사실상 R리그(2군리그)를 운영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K리그 팀들의 로테이션 운영이 불가피합니다. 기존에는 R리그를 중심으로 젊은 선수를 육성했지만 이제는 K리그 1군 경기에서 유망주를 키워야 합니다. 대전이 최소 25명 방출을 모색한 것, K리그팀들의 드래프트 선발 인원이 많지 않은 것은 R리그와 연관이 깊습니다. 그렇다고 즉시 전력감 위주로 44경기를 꾸리기에는 시즌 막판 체력 저하가 찾아올지 모릅니다. 1군 경기 출전이 가능한 선수들 위주로 더블 스쿼드가 형성 될 것입니다.

또 다른 변수는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부 입니다. 학생 축구를 포함해서 국내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잦아지면서 K리그 각 구단마다 외국인 선수의 전력적인 비중을 높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유망주가 포함된 더블 스쿼드가 우승 또는 중위권 도약의 탄력을 얻으려면 K리그를 평정할 기세가 충만한 외국인 선수가 필요합니다. 만약 외국인 선수 활약이 저조하면 해당팀 시즌 전망이 어두울지 모릅니다. 대구가 얼마전 브라질 감독(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을 영입한 것은 외국인 선수 선발과 연관이 깊습니다. 2012시즌 성적이 저조한 팀은 강등이 유력한 만큼, 아직 2011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내년 K리그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