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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유소년 클럽리그, 명장면 BEST 10

 

군산 LS 유소년 축구교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던 '현대자동차 2011 KFA 유소년 클럽리그(이하 유소년 클럽리그). 축구 블로거로서 2011년에 가장 재미있게 봤던 축구 대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현장에서 유소년 축구의 생생한 활기를 느끼면서 스포츠가 우리 일상 생활을 건전하고 풍요롭게 가꿀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한국 축구의 미래가 기대된다는 상투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싶은 것은, 유소년 클럽리그의 본래 취지는 축구의 생활화 였습니다. 축구에 재미를 느끼는 유소년 선수들을 늘리며 한국 축구의 저변을 늘리는 목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사진=유소년 클럽리그 우승팀. 군산 LS 유소년 축구교실 (C) 효리사랑]

유소년 클럽리그는 아직 몇몇 지역의 잔여 경기가 남았지만 이미 우승팀이 결정되면서 대회를 마치는 단계에 왔습니다. 그래서 유소년 클럽리그를 결산하는 포스팅을 올릴까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 인천, 경기도권에서 유소년 클럽리그 경기를 바라보면서 그 날의 인상 깊었던 장면들이 저의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이번에는 '명장면 BEST 10'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1. 야간에도 경기가 진행되는 유소년 클럽리그(5월 15일, 파주 지산 초등학교)



[동영상] 축구사관학교와 고양 장인석 FC가 5월 15일 저녁 8시에 파주 지산 초등학교에서 야간 경기를 했습니다.

저는 5월 15일에 경기도 파주 지산 초등학교에서 유소년 클럽리그를 처음봤습니다. 낮에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K리그 서울-경남 경기를 관전하고 지하철에 탑승하여 경의선 운정역에 내렸습니다. 지산 초등학교에서는 저녁 6시부터 3경기가 연속으로 진행됐습니다. 두번째 경기부터 날씨가 어두워지더니 전형적인 야간 경기가 펼쳐졌죠. 제가 학창시절에 학교를 다녔을 때는 저녁에 축구하는 것은 상상밖의 일이었습니다. 지난 몇년 간 전국에 인조잔디 운동장이 보급되면서 야간에 운동할 수 있는 조명시설이 등장했죠. 이제는 유소년 선수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운동을 하게 됐습니다. 한국 축구의 인프라가 과거보다 눈부시게 좋아졌음을 실감했습니다.

2. 축구를 통해 우정을 나누다(5월 22일, 인천 신석체육공원)

5월 22일에는 유소년 클럽리그에 참가했던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아카데미 어린이들의 경기를 봤습니다. K리그 클럽 유소년팀이 축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특히 그라운드 바깥에서 찍었던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한 어린이가 친구에게 발로 공중볼을 따내는 기술을 알려줬습니다. 상세하게 설명한 뒤에 함께 볼을 다루는 장면을 보면서 축구를 통해 우정을 나눌 수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축구는 개인이 아닌 팀 스포츠로서 어떤 형태든 동료 선수를 도와줄 수 있어야 합니다. 친구에게 노하우를 전파했던 어린이는 팀을 위해 생각하는 마음이 투철한 것 같습니다. 한국의 유소년 축구가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죠.

3. 경기는 졌지만 혼신의 힘을 다했던 만회골(6월 11일, 서울 용원 초등학교)



J-soccerFC는 용원FC에게 3-8로 패했습니다. 상대팀이 후반전에 골을 몰아치면서 대량 실점 패배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스코어만을 봤을때 전력 차이가 느껴지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J-soccerFC도 공격적인 경기 내용을 보여줬습니다. 경기 후반부에는 패배가 유력한 상황속에서도 상대팀과 공격 축구로 맞불을 놓으면서 마침내 만회골을 터뜨렸습니다. 골을 넣고 두 팔을 치켜 올리며 좋아하는 어린이의 모습은 유소년 축구가 승리만이 전부가 아님을 느끼게 됩니다. 축구는 본질적으로 승리가 필요한 스포츠지만 그 이전에는 어린 선수들이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했던 만회골이 참으로 기특했습니다.


4. '9골 매직' 신북셀로나(6월 27일, 은평구립 축구장)



[동영상] 신북FC의 8번째 골 장면. 저는 현장에서 골을 본 뒤에 "유소년 축구계의 FC 바르셀로나"라고 감탄했습니다.

대량 득점으로 승리했던 팀도 기억이 납니다. '서울 북서리그의 강호' 신북FC가 어느 모 팀을 상대로 9-2 대승을 했습니다. 전반전에 3-1로 앞섰고, 후반전에 5골 퍼부었다가 1실점을 범했고, 다시 1골을 터뜨리는 파괴적인 득점력을 과시했습니다. 선수들의 공격 작업이 척척 잘 맞으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끊임없이 흔들었던 것이 대량 득점 승리의 비결이 됐습니다. 골을 넣으면 넣을 수록 분위기를 타더군요. 현장에서 봤을때는 마치 FC 바르셀로나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북셀로나'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5. 팀은 졌지만 활약상이 강렬했던 1번 수비수(7월 16일, 은평구립 축구장)



[동영상] 윤화평 축구교실의 1번 수비수가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장면

축구에서 등번호 1번은 골키퍼 전유물입니다. 성인 축구에서는 1번 선수가 필드 플레이어로 뛰는 경우가 매우 드물죠. 반면 유소년 클럽리그에서는 윤화평 축구교실의 1번이 수비수로 활약했습니다. 팀은 리틀 FC서울에게 1-3으로 패했지만 1번 수비수의 활약상이 강렬했습니다. 경기 내내 선수들을 독려하며 움직임을 지시했고, 팀의 골킥을 전담했으며, 때로는 공격 과정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특히 수비수로서 여러차례 상대팀 공격을 끊거나 협력 수비를 빼놓지 않는 전방위적인 수비력을 과시했죠. 또래 선수들보다 체격 조건이 좋아서 이날 경기 만큼은 못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6. 열심히 하는 어린이가 아름답다(8월 20일, 월미공원 운동장)

유소년 축구는 체격 조건이 뛰어난 선수들이 유리합니다. 신체 발달의 차이에 의해 몸싸움 성패를 좌우하죠. 체격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이길려면 악착같이 덤벼야 합니다. 인천 중구FC-점보FC 송월유소년 경기에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인천의 25번 선수가 자신보다 키가 큰 상대팀 선수와의 공중볼 싸움에서 볼을 따냈습니다. 상대팀 선수가 점프를 시도하지 않았던 요인도 있지만 인천 25번 선수는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열의가 느껴졌습니다. 많은 축구 지도자들이 선호하는 1순위는 열심히 하는 선수입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린이들에게 공부가 중요하다고 가르치지만, 유소년 축구는 어린이들에게 사회에서 성공하는 노하우를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7. 골키퍼 다이빙, 부모님을 감탄시켰다(9월 19일, 은평구립 축구장)



[동영상] 리틀 FC서울 골키퍼 선방 장면

유소년 축구에서는 골키퍼 포지션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량이 부족한 골키퍼는 실점과 직결되는 실수를 할 수 있으며, 충분한 훈련 시간에 힘입어 내공이 쌓인 골키퍼는 동료 선수들이 못할때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리틀 FC서울의 골키퍼는 9월 19일 은평FC전에서 후반전에 상대팀의 결정적인 골 기회를 다이빙으로 선방했습니다. 자신의 앞에 있던 은평FC 공격수가 슈팅을 날렸을 때 주늑들지 않는 배짱이 좋았습니다. 상대 선수 슈팅 궤적을 재빨리 파악하고 왼쪽 밑으로 몸을 뻗으며 볼을 안전하게 잡았습니다. 그래서 리틀 FC서울의 학부모님들이 박수치고 환호하셨죠. 리틀 FC서울은 2-2로 비겼지만 골키퍼 선방 없었으면 패했을지 모릅니다.

8. 심판에게 인사를 하는 유소년 축구 선수들(10월 8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 보조 2구장)

유소년 클럽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면 상대팀 벤치에 있는 감독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관례 입니다. 그런데 심판에게 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10월 8일 경기 남 권역 예선 현장에서 PEC 스포츠 아카데미 선수들이 분당 SFA를 2-0으로 제압한 뒤 경기 진행을 맡았던 심판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습니다. 성인 축구에서는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심판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경우는 전무합니다. PEC 스포츠 아카데미는 결선에 진출한 기쁨 때문인지, 심판에게 수고했다는 의미가 있었는지, 팀에서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는지 선수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몇달 전 다른 팀 유소년 축구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인사를 잘해야 큰 사람이 된다"

9. 키가 작은 어린이도 축구를 잘한다(10월 22일, 파주 NFC)



[동영상] 군산 LS 유소년 축구교실 이대승 어린이의 골장면

10월 22일은 유소년 클럽리그 왕중왕전 결선 16강&8강이 펼쳐졌습니다. 권역예선에서 우수한 경기력을 발휘했던 팀들의 맞대결로서 이날 수많은 경기들을 봤습니다. 가장 멋진 골 장면은 군산 LS 유소년 축구교실의 오른쪽 윙어로 뛰었던 이대승 어린이가 16강 춘천 박종환 축구교실전에서 터뜨렸던 선제골 입니다. 오른쪽 측면에서 박스 안쪽으로 파고들때 동료 선수가 찔러준 킬러 패스를 받아 두 명의 상대 수비를 제치고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볼의 진행 방향을 바굴때의 순발력이 빨랐습니다. 결선에서 부드러운 드리블 돌파를 주무기로 상대 수비에 위협을 가했고 팀의 우승에 기여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로서 체격 조건이 작지만(136cm/29kg) 윙어로서 공격적인 재능이 발달됐습니다.

10. 결선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롱 스로인(10월 23일, 파주 NFC)



[동영상] 김진호 어린이의 결승 롱 스로인 장면

다음날에는 4강&결승전이 진행 됐습니다. 우승팀이 결정되는 분위기 때문인지 모든 경기가 팽팽한 접전의 연속 이었습니다. 특히 군산 LS 유소년 축구교실의 18번 김진호 어린이의 플레이는 또래들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군산이 터치라인에서 공격권을 얻을 때마다 스로인을 담당 했습니다. 두 손으로 힘을 모아 던졌던 볼은 골문 중앙까지 날아갔습니다. 결선 16강부터 결승까지 로리 델랍을 떠올리듯 롱 스로인의 위력이 제법 대단했습니다. 수비에서도 발군 이었습니다. 빈틈없는 커버 플레이로 상대 공격을 끊임없이 괴롭혔고 직접 나서서 볼을 커팅하는 솜씨를 발휘했습니다. 결승 강릉FC전에서는 선제 프리킥 골을 넣으며 군산의 우승을 이끌었고, 대회 MVP를 수상하며 유소년 클럽리그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