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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EPL 3위' 첼시, 과도기에 빠진 이유

 

첼시의 2011/1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0경기 전적은 6승1무3패(승점 19)입니다. 선두 맨체스터 시티(9승1무, 이하 맨시티)와의 승점 차이가 9점으로 벌어지면서 올 시즌 우승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맨시티 돌풍이 앞으로 지속 될지 모르죠. 앞으로 리그 28경기 남았지만 이미 끝난 10경기 전력을 놓고 보면 우승을 바라기에는 전술적으로 어색합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성적 부진을 이유로 카를로 안첼로티 전 감독을 경질하고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감독을 영입했지만 현재까지 상황이 신통치 않습니다.

그런 첼시는 개막전 스토크 시티 원정에서 비겼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퀸스 파크 레인저스, 아스널에게 패했습니다. 스토크 시티전에서는 90분 동안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으나 끝내 골망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맨유전 패배는 오프사이드 논란을 감안해도 전반전에만 3골을 내줬고, 지난 2주 동안 런던 두 팀에게 패하면서 효율적인 승점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특히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개최된 아스널전 3-5 패배는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1989년 12월 리버풀전(2-5) 이후 21년 만에 홈에서 5골 패배를 당했습니다. 첼시의 현 상황을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하면 '과도기' 입니다.

[사진=아스널전 3-5 패배를 발표한 첼시 공식 홈페이지 (C) chelseafc.com]

첼시, 무엇이 문제인가?

첼시는 3-5로 패했던 아스널전에서 슈팅 14-13(유효 슈팅 7-7, 개)로 근소하게 앞섰지만 점유율에서 52-48(%)로 앞섰습니다. 하지만 전임 감독 시절 전술과 달랐습니다. 안첼로티 체제에서는 두 시즌 동안 아스널을 상대로 4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4경기 모두 점유율에서 밀렸습니다. 평균 점유율로 계산하면 44.5-55.5(%)로 뒤졌죠. 안첼로티 전 감독은 점유율 축구를 강조하는 지도자였지만 아스널전 만큼은 달랐습니다. 상대팀은 전통적으로 공격 축구를 선호했지만 수비가 불안했습니다. 안첼로티 전 감독은 그 약점을 이용하여 점유율을 내주는 경기를 했습니다. 아스널 무게 중심이 윗쪽으로 올라왔을 때 드록바 같은 타겟맨이 상대 수비를 흔들었죠. 드록바가 유독 아스널에 강한 것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반면 빌라스-보아스 감독은 이번 아스널전에서 공격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점유율 52-48(%)라는 수치가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전임 감독 시절과는 달랐습니다. 공격적인 색깔을 잃지 않겠다는 빌라스-보아스 감독의 성향과 밀접했습니다. 그런데 효율적인 공격이 가능하려면 기본적으로 수비가 튼튼해야 합니다. 하지만 첫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실점은 수비 라인이 지나치게 앞쪽으로 전진하면서 판 페르시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특히 첼시에게 뼈아팠던 후반 40분 테리 실수에 이은 판 페르시의 골 장면은, 말루다의 백패스를 받으려던 테리의 위치가 앞쪽으로 올라섰습니다. 당시 3-3으로 앞서면서 공격에 맞불을 놓기 위해 전진 수비를 펼쳤던 결과가 참혹했습니다.

첼시의 또 다른 문제는 허리가 튼튼하지 못합니다. 정확히는 에시엔 부상 공백을 이겨내지 못했죠. 빌라스-보아스 감독이 선호하는 공격 중심의 전술이 성공하려면 그만큼 수비에서 많은 역할을 해줄 살림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램퍼드-미켈-하미레스로 짜인 첼시의 허리는 수비에서 아쉬움이 있는 조합입니다. 3명 모두 수비에서 악착같은 공헌을 해주는 유형과 거리감이 있죠. 스콜라리-안첼로티 전 감독 시절에도 에시엔 출전 유무에 따라 미드필더들의 수비력 차이가 컸습니다. 어쩌면 스콜라리 전 감독이 경질된 것도 에시엔 부상 공백 영향이 없지 않습니다. 지난 여름에는 스페인 U-20 대표팀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로메우를 영입했으나 아직 실전에 많은 모습을 내밀지 못했죠.

그런데 로메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첼시 성적이 부담스럽습니다. 첼시는 매 시즌마다 우승을 해야 하는 클럽입니다. 안첼로티 전 감독의 공식적인 경질 사유는 2010/11시즌 성적이 안좋았다는 뜻이죠. 프리미어리그 2위는 좋은 성과이지만 첼시를 만족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첼시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열망하지만 팀이 성과를 이루지 못하면 감독에게 책임을 물었습니다. 무리뉴-그랜트-안첼로티 전 감독이 대표적 입니다. 그런 안첼로티 전 감독이 2009/10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하고도 재신임을 받았던 것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일종의 면죄부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시즌 무관에 빠지면서 경질 됐습니다.

빌라스-보아스 감독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로메우-맥키크란 같은 미드필더 유망주들은 꾸준한 1군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승을 위해서는 성적이 필요합니다. 램퍼드-미켈-하미레스-메이렐레스-말루다 같은 즉시 전력감을 미드필더로 활용할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 선수들은 에시엔 공백을 메우기에는 꾸준함이 부족했고, 특히 램퍼드는 내년이면 34세로서 첼시가 대체자를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에시엔-램퍼드 대체자로 꼽혔던 로메우-맥키크란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각각 2경기, 1경기 교체 출전했을 뿐입니다. 첼시의 숙원이 리빌딩이자, 맨체스터 두 팀에 비해 선수층이 넉넉하지 않음을 고려하면 로메우-맥키크란은 빌라스-보아스 감독이 의욕적으로 키워야 합니다.

마타-스터리지 같은 영건 윙 포워드를 떠올리는 분들이 있겠지만, 두 선수가 주전으로 도약한 것은 당연한 절차 였습니다. 개막전 스토크 시티 원정에서 부진했던 말루다-칼루는 그동안 기복이 심했고,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아넬카는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전하기 힘들다고 봐야 합니다. 체력을 안배할 필요가 있죠. 그런데 스터리지가 분발하지 않으면 첼시 공격 밸런스가 좌초될지 모릅니다. 마타가 왼쪽에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면 스터리지는 오른쪽에서 공격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기적인 플레이가 지나친 단점이 있죠. 때로는 주변 동료 선수를 이용한 패스가 필요하나 경기 운영이 성숙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빌라스-보아스 감독이 잡아줘야 합니다.

토레스 문제는 두말 할 필요 없습니다.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 후반기보다 폼이 좋아졌지만 아스널전 부진이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공격을 풀어가는 능력이 약하다보니 상대 수비에 고립될 때가 많아졌죠. 전성기 시절의 드록바라면 포스트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겠지만, 토레스가 박스 안에서 내세울 수 있는 무기는 공간 침투 뿐입니다. 마타 같은 주변 동료 선수가 볼 배급으로 도와주지 않으면 토레스는 고립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정황상, 드록바-램퍼드-스터리지와 공존이 안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5000만 파운드(약 889억원) 이적료 때문에 빌라스-보아스 감독이 벤치 멤버로 활용하기에는 첼시로서 손해입니다.

첼시의 문제점들을 종합하면 빌라스-보아스 감독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에는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습니다. 한마디로 팀이 완성되지 못했다는 뜻이죠. 박싱데이 그리고 시즌 후반에는 첼시 경기력이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지만 우승 의욕 이전에는 내실을 키우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 입니다. 지금의 과도기를 어떻게 이겨낼지 앞으로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