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4일 이었습니다. 그 날은 2007시즌 최종전으로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팀을 모두 가리게 됐습니다. 특히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개최된 대전 시티즌-수원 블루윙즈 경기를 직접 보고 싶어서 아침 일찍 서울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관중은 3만 8천여명 이었습니다. 당시 대전과 수원 팬들의 관계가 좋지 못했고, 수원 원정팬들이 경기장에 많이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았던 결정타는 대전의 6강 진출을 보고 싶어서 였습니다. 대전이 1-0으로 승리하자 관중석 이곳 저곳에서 힘찬 환호성이 퍼졌죠.
당시 대전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구단 역사상 처음입니다. 2003년에는 6위를 기록했지만 당시에는 플레이오프가 없었죠. 지금도 많은 대전팬들은 2007년 10월 14일 수원전을 기억할 것입니다. '만년 하위권'이라는 이미지를 떨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상징성이 있죠. 2004~2006년에 진행됐던 4강 플레이오프가 2007년에는 6강으로 확장되면서 대전이 헤택을 누린 것은 분명합니다. 그동안 강호 이미지와 어울리지 못했던 팀들에게 6강 플레이오프는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음을 2007년 대전이 말해줬습니다.
승강제 앞둔 K리그, PO 없이 흥행할까?
K리그는 2013년부터 승강제를 도입합니다. 1부, 2부리그로 나뉘어서 승격과 강등이 이루어집니다. 기존 K리그 16팀 중에서 몇팀이 2부리그로 강등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2012년 K리그 하위권에 있는 팀들이 유력합니다. 2012년에는 44경기를 치릅니다. 기존 30경기를 마치고 나머지 14경기에서 스플릿 시스템을 적용하여 상위 8팀, 하위 8팀끼리 경기를 합니다. 상위 8팀은 우승 경쟁, 하위 8팀은 2부리그로 추락하지 않으려는 잔류 경쟁을 펼칩니다. K리그 경기 숫자가 많기 때문에 6강 플레이오프는 폐지 됩니다.
플레이오프는 시행되지 않는 것이 마땅합니다. 승강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금이라면 K리그 흥행 차원에서 존속 시키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K리그는 다른 나라 리그에 비해 승강제가 없어서 시즌 막판 순위 싸움을 부추길 동기부여가 부족합니다. 다른 프로스포츠 처럼 플레이오프를 도입해야 하는 현실이었죠. 혹자는 2003년 성남의 독주가 플레이오프 도입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44경기 풀리그가 진행되었는데 성남이 일방적인 1위 질주를 거듭하면서 선두권 순위 싸움이 시들했던 아쉬움을 남겼죠. 플레이오프, 승강제가 없어서 K리그의 재미를 키우기에는 시스템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K리그는 풀리그를 통해 우승팀을 결정지어야 합니다. 정규리그 1위 팀이 우승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2007시즌에는 포항이 K리그 우승했지만 당시 정규리그 순위는 5위 였습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혜택에 힘입어 토너먼트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우승을 했지만 1위 팀이었던 성남에게는 다소 허무했죠. 2008시즌부터는 모든 챔피언십 경기 간격을 3~4일로 조정하면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들에게 체력적인 불리함을 안겨줬습니다. 이러한 경기 운영 방침은 옳은 것이지만, 정규리그 1위팀이 결정된 상황에서 플레이오프를 비롯한 챔피언십을 개최하는 것은 상위팀 선수들의 체력 소모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그러나 K리그 플레이오프는 '한국적인 제도'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가 플레이오프를 운영하기 때문이죠. 특히 야구의 인기는 2011년 680만 관중을 기점으로 한국에서 상상 이상의 열기를 자랑하게 됐습니다. 지금의 K리그가 가을, 초겨울(12월 초순)에 흥행할 수 있는 방법은 플레이오프죠. 빅 매치들이 연이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5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된 서울-제주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는 5만 6,759명의 대관중이 운집했습니다. 승강제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6강 플레이오프 도입이 결과적으로 옳았습니다. 흥행 성공이 보장되기 때문이죠. 앞에서 2007년 대전을 예로 든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럼에도 K리그 플레이오프는 언젠가는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012년에는 K리그가 44경기+스플릿시스템을 도입하면서 6강 플레이오프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됐습니다. K리그 4팀(전북, 포항, 성남, 1팀은 미확정)이 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것도 무시 못하죠. 승강제가 도입되는 2013년에 6강 플레이오프 부활할지는 알 수 없지만, 2012년 미운영을 놓고 보면 앞으로 K리그를 풀리그로 운영하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올해가 플레이오프의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승강제와 맞바꾼 플레이오프 폐지는 두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모든 팀들이 정규리그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2011년 까지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통해서 또는 정규리그 2위 자격으로 K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지만, 플레이오프가 없어지면 정규리그에서 모든 사력을 다해야 합니다. 지금보다 수준 높은 경기를 기대할 수 있죠. 둘째는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줄어듭니다. 정규리그로 한 시즌을 치르면서 챔피언십까지 소화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선수들이 지칠 수 밖에 없죠. 시즌이 끝난 뒤 휴식을 취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승강제라는 흥행보증 카드가 있다면 플레이오프의 존재는 무의미 합니다.
하지만 2013년 승강제가 적용된 이후에도 '플레이오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제기될지 모릅니다. 한국인들이 플레이오프에 익숙하기 때문이죠. 승강제는 하위권 팀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지만 중위권 팀들은 그렇지 않죠. 또 하나는, 그때 프로야구의 인기가 지금보다 높아질지 모릅니다. K리그가 승강제 도입으로 인기를 얻더라도 프로야구의 아성을 뛰어 넘을지 의문입니다. 프로야구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TV 중계권 때문입니다. 프로스포츠 인기의 척도는 TV 중계권이죠. K리그는 2013년 이후에 흥행 성공을 위해서 플레이오프와 승강제를 동시 병행할지 모릅니다. 정확한 것은, 그때 추이를 더 지켜봐야겠죠.
2013년 이후에 다시 플레이오프를 도입할 경우 6팀으로 챔피언십을 운영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 몇팀으로 K리그를 소화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죠. 12팀으로 구성되면 2004~2006년처럼 4강 플레이오프, 14팀이라면 지금처럼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를 통해 '정규리그 1위=K리그 우승'을 보장하지 못하면서 선수들의 체력 소모를 요구하는 현 시스템은 단점이 있습니다.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챔피언십 일정에 따른 동기부여가 능사는 아닙니다. 정규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는 클럽이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누리는 것이 마땅합니다. 또한 축구는 야구처럼 1주일에 최대 6경기 치르는 종목이 아니죠. 과연 K리그 플레이오프는 올해가 마지막일지 앞날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