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선생' 박주영이 드디어 아스널 데뷔골을 터뜨렸습니다. 26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1/12시즌 칼링컵 4라운드(16강) 볼턴전에서 후반 11분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지난달 21일 칼링컵 3라운드 슈루즈버리 타운전 이후 한 달만에 출전하면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동료 선수와 끊임없이 호흡을 맞추면서 골 기회를 노리는 열정적인 공격력이 느껴졌던 볼턴전 이었습니다.
[사진=박주영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arsenal.com)]
박주영-아르샤빈, 멋진 골 장면 연출했다
아스널은 볼턴전에서 4-2-3-1로 나섰습니다. 파비안스키가 골키퍼, 미켈-스킬라치-베르마엘렌-예나리스가 수비수, 코클링-프림퐁이 더블 볼란치, 아르샤빈-베나윤-옥슬레이드 체임벌린이 2선 미드필더, 박주영이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베르마엘렌이 2개월 만에 부상에서 복귀한 것이 눈에 띱니다. 볼턴은 4-4-2로 맞섰습니다. 보그단이 골키퍼, 가드너-나이트-케이힐-스테인슨이 수비수, 산리-무암바-프래틀리-마크 데이비스가 미드필더, 카쿠타-클라스니치가 공격수로 모습을 내밀었습니다. 몇몇 주전급 선수들을 제외하면서 체력을 안배했습니다.
홈팀 아스널은 경기 초반을 주도했습니다. 볼턴 선수들이 자기 진영쪽에 머무르는 지키는 축구를 하면서 아스널에게 많은 공격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아스널의 빌드업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중앙에서 측면쪽으로 침투패스를 내주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전반 12분 상황은 아쉬웠습니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이 박스쪽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면서 상대 수비와 맞닥드렸습니다. 왼쪽에 있는 박주영에게 패스를 내줬어야 했으나 돌파를 강행하면서 볼까지 끌었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골을 의식했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주변 선수와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했습니다.
전반 중반을 넘긴 시점에서는 볼턴의 점유율이 늘었습니다. 아스널이 초반 기선 제압에 실패하면서 볼턴 선수들이 라인을 끌어 올렸습니다. 대부분 선수들이 수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공격으로 전환할때 중원에서의 연계 플레이 완성도가 떨어졌던 아쉬움까지 겹쳤죠. 박주영이 공격에 관여하는 상황이 기대만큼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박주영이 최전방에만 머물렀던 것은 아닙니다. 전반 19분 오른쪽 하프라인 부근에서 옥슬레이드-체임벌린과 산리가 볼을 다툴 때 박주영이 협력 수비를 시도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전반 31분에는 2선으로 내려가 볼을 터치하면서 측면 깊숙한 곳에 포진했던 옥슬레이드-체임벌린에게 롱패스를 띄우는 재치를 발휘했습니다.
박주영은 전반 23분에 위협적인 공격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베나윤과 2:1 패스를 성공시킨 뒤 볼턴 진영 중앙쪽으로 접근하면서 M.데이비스를 제치고 중거리 슈팅을 날렸습니다. 보그단 선방으로 막혔지만 골이 될 뻔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자신의 앞선에 있던 옥슬레이드-체임벌린에게 두번의 정확한 패스를 연결했고, 최전방으로 올라올때는 후방에 있던 베나윤에게 볼을 받을때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웠습니다.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동료 선수와 협력하려는 마음이 충만했지만, 아르샤빈이 스스로 공격을 풀어가지 못하면서 박주영에게 볼을 공급할 선수가 한정적이었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런 박주영은 전반 40분 박스 중앙에서 미끄러지면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또 다시 보그단 슈퍼 세이브에 걸렸습니다. 경기장에 비가 내리면서 그라운드가 젖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볼의 궤적이 골대 안으로 향했죠. 3분 뒤 하프라인에서 아르샤빈에게 헤딩 패스를 연결하며 팀의 역습 기회를 창출했지만, 아르샤빈이 상대 수비수 몸싸움에 막히면서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만약 아르샤빈이 볼을 끝까지 지켰다면 박주영이 빈 공간을 질주하며 결정적인 골 상황을 연출했을지 모릅니다. 전반전을 놓고 보면 아스널 선수 중에서 박주영-베르마엘렌의 폼이 가장 좋았습니다.
[사진=볼턴전 2-1 승리를 발표한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후반 11분 박주영 골을 언급했습니다. (C) arsenal.com]
하지만 아스널은 후반 2분 무암바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습니다. 프림퐁이 무암바에게 볼을 빼앗긴 것이 빌미가 됐습니다. 무암바는 왼쪽에 있던 프래틀리와 짧은 패스를 주고 받은 뒤 아스널 박스 안쪽으로 접근해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아스널이 칼링컵 8강에 진출하려면 후반전에 2골을 넣어야 합니다. 후반 8분에는 아르샤빈이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오른쪽 측면에서 볼턴 골문쪽으로 드리블 돌파하는 과정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아스널의 첫 골을 선사했죠. 1분 뒤에는 볼턴 수비 사이를 제칠려는 박주영에게 종패스를 밀어주면서 후반들어 폼이 살아났습니다. 박주영의 경우에도 후반 3분, 5분, 9분에 볼을 터치하며 반격 기회를 노렸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왔던 박주영 데뷔골은 후반 11분에 작렬했습니다. 최전방에서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기 위해 왼쪽으로 벗어났을 때, 아르샤빈의 오른발 횡패스를 받아 전방으로 침투하면서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아스널에게 역전골을 선사했습니다. 후반 초반부터 아르샤빈과 호흡이 살아난 것이 주효했습니다. 아스널 2선 미드필더 중에서는 아르샤빈의 공격력이 가장 발달되었고, 미드필더임에도 공격수 기질이 강한 선수입니다. 특히 후반전에 분발하니까 박주영 공격력에 힘을 실어줄 선수가 등장한 것이 반갑습니다. 4-2-3-1에서는 원톱의 공격력을 보조할 미드필더의 존재감이 필수입니다.
박주영은 볼턴전에서 아스널 성공을 실현하기 위한 열정을 쏟아 부었습니다. 지금까지 결장을 거듭하면서 실전 감각 부족이 우려되었지만 볼턴전에서는 딱히 나쁜 장면이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한달 전에 열린 칼링컵 32강 슈루즈버리 타운전과 비교하면 최상의 컨디션을 되찾았습니다. 그동안 아스널에 적응하기 위해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볼턴전에서 자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며 팀 내 입지를 끌어올릴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샤막이 볼턴전 엔트리에 없었음을 상기하면, 벵거 감독은 판 페르시의 백업이자 경쟁 상대로서 박주영을 우선적으로 염두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주영이 그동안 훈련을 열심히 했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역전골 주인공' 박주영에게는 볼턴전이 터닝 포인트가 됐습니다. 아스널이 최근 성적이 향상되면서 판 페르시 득점력 의존이 높아졌음을 감안할 때, 벵거 감독은 조만간 박주영에게 프리미어리그 데뷔 기회를 마련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스널과 상대하는 팀들은 판 페르시 집중 견제를 강화할 겁니다. 그럴때 박주영이 판 페르시를 대신해서 최전방 공격수로 뛰거나 또는 판 페르시와 투톱을 이룰 수 있죠. 오는 29일 첼시 원정에서 박주영 출전 및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이 성사될지 주목됩니다. 그리고 칼링컵 16강 경기는 박주영 역전골 이후 소강 상태를 거듭한 끝에 아스널이 2-1로 승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