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이라는 테두리에서 봤을 적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돈에 의해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적시장이 되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빅 사이닝이 체결되거나 선수 커리어에 비해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하는 현상이 잦아졌습니다. 그동안 여름에 비해 조용했던 겨울 이적시장도 시끄럽게 됐습니다. 2011년 1월에는 토레스-캐롤을 영입한 첼시-리버풀에 의해서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 1~2위가 새롭게 경신되었죠. 당시의 첼시-리버풀은 성적 부진에 시달렸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2011년 여름의 맨체스터 두 팀, 아스널까지 포함하면 빅 클럽들은 전력 강화의 일환으로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사진=맨시티전 1-6 대패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게 1-6으로 대패한 원인 중에 하나는 '돈' 이었습니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데 헤아-애슐리 영-존스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그 이전까지 2년 동안 빅 사이닝이 없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영입 대상자들의 몸값이 높아졌다고 발언한 적이 있었지만 실상은 팀의 적자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선수들의 줄부상 및 경기력 저하 속에서 꾸역꾸역 승점을 챙기며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했습니다. 올해 여름에는 전력 강화 차원에서 3명을 영입했지만 그것으로는 역부족 이었습니다. 중원을 튼튼하게 지탱하거나 공격을 풀어줄 적임자를 데려오지 못한 것이 아킬레스건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반면 맨시티는 다릅니다. 2007년 여름 탁신 전 태국 총리가 팀을 인수하면서 공격적인 선수 영입에 돌입했고, 1년 뒤에는 아랍에미리트 연합(UAE) 아부다비 왕국의 왕자 셰이크 만수르 구단주가 새로운 구단주로 나타나면서 매번 이적시장때 마다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쏟았습니다. '돈을 낭비한다'는 일부 여론의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빅 사이닝 영입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가 오늘날에 이르러 프리미어리그 1위 등극 및 맨유 원정 6-1 대승으로 이어졌습니다. 한때는 맨유-아스널, 맨유-첼시가 프리미어리그 양강 체제를 형성하면서 맨유가 최고의 자리를 꾸준히 지켰지만, 이제는 맨시티가 맨유의 아성을 뛰어넘기 시작했습니다.
맨체스터 더비의 우열을 가른 것은 실바의 활약상 이었습니다. 실바는 창의적인 패스워크와 지능적인 경기 운영 능력, 맨유의 대량 실점 패배를 안기는 골까지 넣었습니다. 당시 윙어로 뛰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플레이메이커 노릇을 하며 맨시티 공격을 지휘했습니다. 실바는 공격형 미드필더 포진이 가능한 프리롤에 익숙하죠. 반면 맨유는 실바의 공격을 제어할 선수가 마땅치 않았고, 실바처럼 기가 막힌 공격 전개를 자랑하는 플레이메이커의 존재감이 묻어나지 않았습니다.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중원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지금까지 이적시장에서 중앙 미드필더의 필요성을 간과했습니다.
그렇다고 지난 여름 이적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맨유의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영입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네이더르는 4-4-2에서 뛰기에는 수비력이 약합니다. 붉은색 유니폼을 입어도 자신의 공격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수비에서 많은 공헌을 해줄 동료 선수 또한 마땅치 않았죠. 맨유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스네이더르 영입을 부정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중앙 미드필더는 스네이더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맨시티는 지난 3시즌 동안 실바-배리-데 용-야야 투레-밀너-비에라-하그리브스 같은 여러명의 중앙 미드필더들을 영입했습니다. 공격형-수비형 미드필더, 멀티 플레이어 범주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맨유와 맨시티 격차는 점점 벌어질지 모릅니다. 맨유는 부채 문제가 이렇다할 진전이 없지만, 맨시티는 이적시장에서 쓰일 실탄이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아무리 맨유가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쓸지라도 맨시티 투자는 변함없을 겁니다. 이제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파이낸셜 페이플레이 룰(FFP)을 발표하면서 빅 클럽들이 이적시장에서 돈을 쓰기가 다소 조심스런 상황이 됐습니다. 그런데 맨시티는 다재다능한 백업 선수들을 보유하면서 맨유처럼 로테이션 활용이 가능하며, 팀의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한 인재들의 다른 팀 임대가 활발하게 됐습니다. 프리미어리그 1위를 계속 질주할지 두고봐야 겠지만 앞으로는 돈 많은 클럽일수록 유리합니다.
그런 맨유의 올 시즌 목표는 통산 20번째 프리미어리그 우승 입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다 우승 클럽(19회)으로 거듭났지만 20번째 우승은 매우 경이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맨시티의 만만치 않은 성장에 위협을 받게 됐습니다. 올드 트래포드 1-6 참패를 봐도 이제는 '맨시티 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시간 문제 입니다. 아니면 이미 스타트를 끊었을지 모르죠. 첼시가 2004년 무리뉴 감독 영입을 기점으로 두 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를 평정했다면, 지금은 맨시티가 맨유의 아성을 무너뜨릴 존재로 떠올랐습니다. 이것은 맨유에게 위기입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고 단정짓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맨유의 다음 프리미어리그 상대는 에버턴이며 그것도 원정 경기입니다. 지난 세 번의 에버턴 원정에서 2무1패를 기록하는 약한 면모를 나타냈습니다. 1주일에 2경기를 소화하는 빠듯한 일정에 직면하면서 주력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타이밍이죠. 힘든 원정 경기가 될 것임에 분명합니다. 반면 맨시티는 맨유 원정에서 6-1로 승리했던 심리적인 자신감을 성취했습니다. 선수 면면을 보면 우승에 굶주렸을지 모릅니다. 우승을 향한 동기부여가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맨시티의 위풍당당 기세에 맨유가 쉽게 흔들릴 네임벨류는 아니지만 1-6 대패가 전해줬던 충격이 큽니다. 구단 재정은 어쩔 수 없지만, 결국 맨유가 의지할 것은 퍼거슨 감독의 '신의 한 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