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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애슐리 영 영입은 과연 옳았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애슐리 영 영입을 성공작 또는 실패작이라고 규정하기에는 아직 이른 타이밍입니다. 2011/12시즌 프리미어리그 10경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애슐리 영이 앞으로 얼마만큼 팀 전력에 보탬이 될 지 아무도 모릅니다. 맨유의 대표적인 먹튀로 꼽히는 오언 하그리브스(이하 맨체스터 시티, 이하 맨시티)도 2007/08시즌에는 올드 트래포드의 더블 우승 멤버로 활약했습니다. 올해 26세의 애슐리 영이라면 충분히 기량을 발전시킬 나이입니다.

 

 

애슐리 영이 지금까지 맨유 전력에 기여한 것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맨유가 시즌 초반 '속도 중심의 공격'을 지향하며 상대 수비 속도보다 더 빠른 공격 템포를 주 전술로 삼았습니다. 그 중추가 애슐리 영의 드리블 돌파와 짧고 빠른 패싱력 이었습니다. 둘째는 애슐리 영이 올 시즌 9경기에서 3골 5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첼시전, 27일 FC 바셀전에서는 경기 내용상 부진했지만 각각 1도움, 1골을 터뜨렸습니다. 공격 포인트를 '꾸역꾸역' 생산하는 기질이 있습니다. 평소 프리미어리그를 즐겨보지 않았던 분들도, 애슐리 영의 두 가지 특징을 보면 공격형 윙어임을 눈치챘을 겁니다.

 

 

다만, 애슐리 영의 콘셉트는 나니와 겹칩니다. 둘 다 오른발에 강한 공격형 윙어이자 수비력이 약합니다. 지난 여름 애스턴 빌라에서 맨유로 이적했을 무렵 당시의 개인적인 생각을 전하면, 애슐리 영의 등장은 나니의 팀 내 입지 불안을 야기했습니다. 나니는 지난 시즌 막판 발렌시아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수비력이 약한 문제점을 이겨내지 못했죠. 애슐리 영과 좌우 측면에서 균형을 맞춰줄 적임자는 발렌시아 또는 박지성 이었습니다. 그때는 나니가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이 불거진 시점이라서 올드 트래포드를 떠나지 않을까 싶은 느낌을 가졌습니다. 그럼에도 나니는 잔류했고 애슐리 영은 왼쪽 윙어로서 많은 모습을 내밀었죠. 이것이 맨유의 불안 요소 였습니다.

 

 

맨유의 맨시티전 1-6 참패 원인은 퍼거슨 감독이 애슐리 영-나니를 너무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의 맨시티라면 애슐리 영-나니 선발 투입은 성공했을지 모릅니다. 맨시티가 당시에는 두꺼운 허리를 이용한 선 수비-후 역습을 즐겨 활용했죠. 맨유가 공격적인 경기를 펼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맨시티는 올 시즌에 공격적인 팀으로 탈바꿈 했습니다. 지난 시즌 수비의 힘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따냈다면, 올 시즌에는 공격의 힘으로 프리미어리그 1위를 질주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애슐리 영-나니 동시 투입은 맨시티 공격력을 우습게 봤다는 견해로 풀이됩니다. 수비력이 약한 윙어를 배치한 것이 대량 실점의 패인이었죠.

 

 

잠시 다른 화제로 전환하면, 만약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선발 투입했다면 실점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박지성이 90분 뛰더라도 맨유가 이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FC 바르셀로나전을 봐도, 아무리 박지성이 경기 내내 수비를 열심히 했지만 팀은 1-3으로 패했습니다. 중원의 수비력 문제가 결함을 드러냈죠. 그 딜레마는 맨시티전에서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여름에 수비력이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죠. 시즌 초반에는 위건에서 임대 복귀된 클레버리 효과로 이겨냈지만, 클레버리가 부상 당하면서 안데르손의 폼이 나빠졌고 캐릭-플래처-존스까지 난조에 빠졌습니다.

 

 

여기서 중앙 미드필더 문제를 거론한 것은, 맨유가 지난 여름에 우선적으로 영입했어야 할 포지션은 중원 이었습니다. 긱스의 체력 저하, 스콜스 은퇴를 감안하면 아무리 클레버리를 임대 복귀 시켜도 새로운 빅 사이닝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맨유의 기존 중앙 미드필더들을 너무 믿었죠. 골키퍼 데 헤아는 판 데르 사르의 은퇴 공백을 메울 적임자였고, 수비수 필 존스는 퍼디난드 노쇠화를 대체하면서 에반스-스몰링과 경쟁하고 자극하는 성격이었죠. 오른쪽 풀백까지 성공적으로 뛸 수 있는 장점과 함께 말입니다.(중앙 미드필더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물론 맨유가 애슐리 영을 애스턴 빌라에서 수혈할 필요성은 있었습니다. 긱스가 윙어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했고, 베베르탕(베베-오베르탕)은 떠날 선수였고, 박지성은 거의 매 경기 활용하기에는 무릎 부상이 염려되는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맨유가 애슐리 영-존스-데 헤아를 포함해서 새로운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하기에는 재정적인 부담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부채가 막대하게 쌓였고, UEFA가 발표한 파이낸셜 페어플레이 룰(FFP)을 감안할 필요가 있었죠. 맨유의 빅 사이닝은 3명에 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맨유는 오래전부터 애슐리 영 영입에 관심을 들였습니다. 당시에는 나니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긱스의 노쇠화 우려를 측면에서 누군가 대체할 필요가 있었죠. 실제로 여름 이적시장에서 첫번째 빅 사이닝이 성사되었던 주인공은 애슐리 영 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난 시점이라면 영입 1순위는 중앙 미드필더 였습니다. 애슐리 영이 나니와 공존하면서 수비력에 힘을 실어줄 미드필더가 존재하지 못했죠. 맨시티전 경기 초반에는 애슐리 영-나니가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쳤지만, 경기 내내 상대 공격 옵션을 끈질기게 달라 붙거나 주변 동료 선수와 커버 플레이를 해줄 미드필더는 없었습니다. 박지성을 선택하지 않은 퍼거슨 감독의 잘못된 판단이 맨시티에게 망신당한 꼴이 됐습니다.

 

 

또 하나는 애슐리 영의 최근 폼이 안좋습니다. 첼시전을 기점으로 상대 수비에게 완전히 읽혔습니다. 공격 진영에서 볼을 잡으면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줄 곳이 마땅치 않거나 돌파 공간을 찾는데 지체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첼시-FC 바젤(챔피언스리그)-리버풀-맨시티전 부진을 놓고 보면 '강팀에 약한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베르바토프처럼 말입니다. 애슐리 영의 나이를 봤을 때 지금보다 발전할 잠재력이 충만합니다. 그러나 애슐리 영이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스스로 이겨낼 역량이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문제는 퍼거슨 감독이 그 시점에서 나니와 공존을 시키면서 맨시티전 1-6 패배라는 역효과를 맞이했습니다.

 

 

맨유가 애슐리 영을 영입할 필요성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맨유 전력의 전체적인 틀을 놓고 봤을 때 과연 그가 필요한 선수였는지는 의문입니다. 데 헤아-존스는 맨유의 취약점을 잘 메웠지만, 애슐리 영은 맨유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키워내고 말았습니다. 아니면 퍼거슨 감독의 측면 미드필더 활용이 잘못된 것이겠죠. 맨시티전에서는 애슐리 영-박지성, 또는 박지성-나니 측면 조합이 옳았습니다. 애슐리 영의 앞날 활약이 어떨지는 장담 못하겠지만, 맨시티전 패배는 맨유의 애슐리 영 영입이 과연 옳았던 선택인지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