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슐리 영의 극적인 동점골이 없었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이변의 희생양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간신히 패배를 면했지만 상대팀에게 후반전에 3골을 내준 것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방심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맨유의 유럽 대항전 행보가 밝지 않습니다. 28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된 2011/12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C조 본선 FC 바젤(스위스)전에서 3-3으로 비겼습니다. 지난 15일 벤피카(포르투갈)전에 이은 두 번째 무승부 였습니다. 대니 웰백이 전반 16분과 17분에 골을 몰아쳤으나 후반 13분 파비안 프라이에게 만회골을 내줬고, 후반 17분과 30분에는 알렉산더 프라이에게 동점골과 역전골을 허용했습니다. 후반 45분에 애슐리 영이 동점골을 넣었지만 더 이상의 골은 없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세 명의 한민족 축구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동시간대에 뛰었습니다. 바젤의 박주호가 풀타임 출전했으며, 맨유의 박지성이 후반 15분 교체 투입하면서 챔피언스리그에서 처음으로 코리안 더비가 형성 됐습니다. 후반 35분에는 바젤의 박광룡이 교체 출전하면서 북한 선수를 포함한 세 명의 한민족 맞대결, 박지성과 박광룡의 남북 맞대결이 동시에 펼쳐졌습니다.
[사진=FC 바젤전 3-3 무승부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manutd.com)]
웰백 2골, 박주호는 발렌시아 봉쇄 실패
맨유는 바젤전에서 4-4-2로 나섰습니다. 데 헤아가 골키퍼, 에브라-존스-퍼디난드-파비우가 수비수, 애슐리 영-캐릭-안데르손-발렌시아가 미드필더, 웰백-긱스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루니-에르난데스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긱스가 공격수로 가세했으며 베르바토프는 또 다시 벤치를 지켰습니다. 바젤도 4-4-2를 활용했습니다. 좀머가 골키퍼, 박주호-드라고비치-아브라함-슈타인회퍼가 수비수, 주아-카브랄-샤카-파비안 프라이(F. 프라이)가 미드필더, 알렉산더 프라이(A. 프라이)-스트렐러가 공격수로 뛰었습니다.
우선, 전반 5분까지는 바젤이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미드필더들과 수비수들이 전진 배치되면서 볼 점유를 늘렸죠. 특히 박주호는 전반 4분 발렌시아가 소유했던 볼을 빼앗아 맨유 역습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전반 5분에는 스트렐러가 페널티박스 중앙 바깥에서 맨유 수비수 존스의 다리 사이로 스루패스를 띄운 것을 F.프라이가 강하게 슈팅을 날렸으나 볼이 너무 윗쪽으로 떴습니다. 전반 10분 주아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 맨유의 역습을 대비한 측면 수비를 강화하는 전술을 미루어봤을 때, 바젤의 맨유 원정 전략은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맨유는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바젤에게 끌려다닐 레벨은 아니기 때문이죠. 웰백이 전반 16분과 17분에 골을 넣으면서 단숨에 2-0으로 앞섰습니다. 두 골 모두 빠른 타이밍의 패스로 상대 수비 조직을 흔드는 패턴이며 긱스의 패스가 관여했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웰백의 첫번째 골 과정에서는 박주호가 발렌시아의 패스를 끊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죠. 바젤 수비수들이 맨유 특유의 빠른 공격을 제어하기에는 커버 플레이가 불안합니다. 대인마크의 느슨함 이전에는 박스 안에서의 속도 싸움에서 맨유에게 일방적으로 밀렸습니다. 그래서 웰백같은 탄력적이면서 골을 포착하는 능력이 발달된 공격수가 두 골을 넣었죠.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애슐리 영의 전반전 활약상은 좋지 못했습니다. 빠른 순발력을 끌어올리는 움직임은 좋았지만 박스 부근에서 패스 미스를 범하면서 맨유 공격이 끊어졌습니다. 바젤이 오른쪽 측면에 협력 수비를 강화하면서 애슐리 영이 빈 공간을 침투하기가 쉽지 않았죠. 특히 전반 43분에는 바젤 선수 세 명의 견제를 받다가 F. 프라이에게 볼을 빼앗겼습니다. 그럼에도 퍼거슨 감독이 애슐리 영을 선발로 기용한 것은 챔피언스리그 경험을 부여하겠다는 뜻입니다. 애슐리 영을 키우겠다는 의도죠. 박지성이 선발에서 밀렸던 이유입니다.
맨유의 공격 옵션 중에서는 긱스-발렌시아 폼이 좋았습니다. 긱스는 쉐도우로서 웰백의 두 골을 관여하며 2도움을 기록했고, 그 이후에도 원터치 패스로 연계 플레이에 관여하며 맨유의 공격 속도를 높였습니다. 때로는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애슐리 영의 고립을 풀어주려고 노력했죠. 발렌시아는 전반 초반 박주호에게 공격을 차단당했지만, 중반부터 주력을 회복하면서 두 번이나 박주호를 뚫었습니다. 때로는 측면에서 중앙쪽으로 꺾어들면서 박주호 마크를 피하거나, 맨유가 중앙에서 공격을 전개할 때 오른쪽 빈 공간에서 볼을 받아내며 박주호 뒷 공간을 뚫는 노련한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 결국 박주호는 발렌시아 봉쇄에 실패했죠.
바젤 3골, 애슐리 영의 극적인 동점골...박지성-박광룡 교체 출전
후반 초반에는 바젤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미드필더들이 짧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앞쪽으로 올라가는 지공을 펼쳤고, 박주호-슈타인회퍼가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공격 템포를 올렸습니다. 그 결실이 후반 13분과 15분 골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후반 13분 F. 프라이가 박스 중앙에서 데 헤아가 걷어낸 볼을 왼발 슈팅으로 갈랐고, 후반 15분에는 F. 프라이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가 A. 프라이의 헤딩골로 이어지면서 순식간에 2-2 동점이 됐습니다. F. 프라이 만회골은 맨유 선수들이 노마크 상태였고, A. 프라이 골은 퍼디난드의 판단력 실수가 실점의 원인이 됐습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후반 15분에 동점을 허용하자마자 긱스를 빼고 박지성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더 이상 실점을 허용하면 안된다는 불안감, 긱스의 후반전 페이스 저하가 박지성 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박지성은 웰백과 함께 최전방에서 공격수로 뛰었습니다. 최전방에서 움직임을 늘리면서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는 의도가 짙었습니다. 수비력, 역습이 뛰어난 선수로서 포어체킹과 종패스에 강한 이점을 살리겠다는 뜻입니다. 후반 중반에는 발렌시아와의 원투패스에 이은 문전 쇄도를 노리며 스스로 골 기회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맨유는 후반 23분 파비우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나니가 교체 투입했습니다. 발렌시아가 오른쪽 풀백으로 내려갔지만 후반 29분 박스 안에서 오른발로 스트렐러의 왼발을 밟는 파울을 범하면서 페널티킥을 허용했습니다. 1분 뒤에 A. 프라이가 페널티킥 역전골을 넣으면서 맨유가 2-3으로 뒤쳐졌습니다. 발렌시아는 수비력이 뛰어난 윙어로서 오른쪽 풀백이 가능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수비수로 뛰기에는 경험이 부족합니다. 박스 안에서 위험한 수비를 지양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또한 지난 일요일 스토크 시티전에서는 상대팀 선수와의 몸싸움에서 밀리는 수비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발렌시아의 오른쪽 풀백 투입은 다시 한 번 검토를 해야 합니다.
후반 35분에는 북한 국적의 박광룡이 교체 출전했습니다. 박씨를 성으로 하는 세 명의 선수(박지성, 박주호, 박광룡)가 올드 트래포드에서 뛰는 진풍경이 연출됐습니다. 1분 뒤에는 맨유가 안데르손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베르바토프를 마지막 조커로 활용하면서 공격에 올인했습니다. 박지성이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가면서 공격과 수비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 이었죠. 후반 44분에는 나니의 오른쪽 얼리 크로스가 애슐리 영의 헤딩골로 이어지면서 패배를 모면했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박지성이 박스 바깥에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주심이 가로막으면서 골 기회를 놓쳤고, 맨유가 그 이후에도 골 기회를 노렸지만 경기는 3-3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경기가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전개되었지만, 맨유가 후반전에 3골을 허용한 것은 문제 있습니다. 발렌시아가 페널티킥을 허용한 것은 둘째치고, 첫번째와 두번째 실점은 수비 실수 였습니다. 애슐리 영이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지만 후반 초반 슈타인회퍼의 오버래핑을 끊지 못했던 수비력 약점이 아쉬웠습니다. 맨유가 전반전에 2-0으로 앞서면서 방심한 것이 화를 자초했습니다.
또한 캐릭-안데르손 중앙 미드필더 조합의 불협화음은 여전했습니다. 긱스가 후반 초반에 움직임이 둔해졌지만, 오히려 박지성의 움직임은 후반 막판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하면서 더 활발했습니다. 캐릭 또는 안데르손이 박지성과 교체 투입되는 것이 옳았습니다. 전반전에 2골 넣었던 웰백은 후반전에 상대 수비에게 봉쇄 당했습니다. 긱스가 후반 초반에 움직임이 둔해졌지만, 부상 선수 공백 보다는 경기에 뛴 선수들이 끝까지 분발하지 못한것이 더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