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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5연승' 맨유, 새로운 수비 약점 나타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시즌 개막 후 5연승 단독 선두를 질주 했습니다. 맨유하면 시즌 초반에는 '슬로우 스타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작부터 불안한 행보를 보였지만 올 시즌에는 연승을 거듭중입니다. 지난 시즌의 첼시와 더불어 시즌 초반 5경기 21골 동률을 이루었지만, 당시 첼시가 약팀과 5번 상대하면서 21골 몰아쳤다면 맨유는 5팀 중에 3팀(토트넘, 아스널, 첼시)이 빅6에 포함됩니다. 첼시가 약팀 5연전이 끝난 이후부터 침체 기로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면(시즌 중반에 5위로 추락했었죠.), 지금의 맨유는 오름세가 계속 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사진=지난 첼시전에서 3-1로 승리한 맨유. 하지만 새로운 수비 약점이 나타났습니다. (C) 맨유 공식 홈페이지(manutd.com)]

하지만 어느 팀이든 강점이 있으면 약점은 당연히 있습니다. 맨유가 5연승을 달성했지만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웰백-비디치-퍼디난드-클레버리-에르난데스 같은 부상자들이 속출했으며, 클레버리 부상으로 꾸준히 믿고 맡길 중앙 미드필더 부재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챔피언스리그-칼링컵을 병행하는 체력적인 어려움까지 있습니다.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달성했으나 원정에서 5승10무4패(홈에서는 18승1무)에 그쳤고, 앞으로 치를 3경기 중에 2경기가 스토크 시티-리버풀 원정 입니다. 스토크 시티가 지난 시즌보다 스쿼드가 두꺼워지더니 홈에서 첼시와 0-0으로 비겼고, 맨유는 리버풀 원정 3연패를 기록중입니다.

지난 첼시전에서는 또 다른 약점이 나타났습니다. 3-1로 이겼음에도 상대팀보다 더 많은 슈팅을 허용했습니다. 맨유는 슈팅 14개를 날렸으나 첼시는 22개를 기록했습니다. 전반전에는 3골을 넣었으나 슈팅 숫자에서는 4-12개의 열세를 나타냈죠.(오프사이드 논란을 감안해도) 골키퍼 데 헤아가 6개의 슈퍼 세이브를 올렸짐나 상대팀에게 많은 슈팅을 내준 것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에반스-스몰링-존스 같은 3명의 젊은 수비수 경험 부족을 의심할 수 있겠지만, 그것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맨유는 리그 5경기 평균 18.4개의 슈팅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상대팀에게 평균 20.2개의 슈팅을 내줬습니다. 5경기 동안 상대팀보다 더 많은 실점 위기 상황에 직면했죠. 리그 우승 경쟁을 벌이는 맨체스터 시티는 5경기 동안 슈팅 숫자에서 평균 22.8-12.2개로 앞섰고, 첼시도 평균 20.4-10개의 우세를 나타냈습니다. 맨유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겁니다. 약팀과 맞붙었던 웨스트 브로미치전(11-16) 볼턴전(14-22)에서도 상대팀보다 슈팅 숫자에서 밀렸죠. 오히려 토트넘(28-21) 아스널(25-20, 이상 개) 같은 북런던 팀들에게 우세를 점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슈팅 숫자가 많고 적은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축구는 상대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어야 승리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맨유는 상대팀보다 슈팅 숫자에서 밀렸음에도 5경기에서 21골을 몰아치는 득점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맨유와 상대할 팀들은 지난 5경기 슈팅 숫자를 눈여겨 볼지 모릅니다. '맨유가 상대팀에게 실점 위기 상황을 많이 내준다'는 뜻으로 풀이 됩니다. 이것은 맨유의 새로운 수비 약점을 말합니다.

특히 미드필더를 주목해야 합니다. 맨유는 지난 5경기에서 애슐리 영-클레버리(플래처)-안데르손-나니를 미드필더진에 세웠습니다. 두 명의 윙어는 공격적인 성향이 짙으며, 클레버리-안데르손은 투쟁적인 수비력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미드필더들의 밸런스가 공격쪽으로 쏠려 있습니다. 맨유가 상대 진영에서 빠른 타이밍의 패스를 무수히 시도하면서 돌파가 어우러진 '속도 중심의 공격 축구'를 활용하면서 미드필더들이 그 흐름에 맞췄습니다. 상대 수비의 견제보다 더 빠른 속도의 공격을 펼치면서 미드필더들의 활동 반경이 앞쪽으로 쏠렸고 공격수가 득점력에 힘을 얻었죠.

그러나 첼시전에서는 나니가 수비 가담에 소극적 이었습니다. 애슐리 영이 전반 28분 맨유 진영에서 보싱와가 소유한 볼을 차단했던 장면과 대조적이었죠. 그렇다고 애슐리 영의 수비력을 과대평가 할 수 없지만, 나니가 뒷쪽으로 내려오지 못하면서 토레스가 왼쪽 측면으로 내려와 볼을 잡는 장면이 나타났습니다. 토레스가 볼을 잡을때는 스몰링과 1:1 상황을 맞이할때가 있었죠. 그래서 토레스는 두 발의 속력을 내며 수비 뒷 공간을 벗길려고 했습니다. 첼시가 후반 초반에 아넬카를 왼쪽 윙어로 투입한 것은 맨유의 오른쪽 수비 공간을 공략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끝내 스몰링이 아넬카와의 매치업에서 밀리면서 후반 중반에 교체됐죠. 나니가 스몰링과 협력 수비를 취했다면 이런 일이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축구는 수비수만 수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드필더도 수비에 임해야 합니다. 수비수와 존 디펜스를 형성하거나 때로는 특정 공격 옵션을 따라 붙으며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것이 미드필더의 기본적인 역할 입니다. 맨유가 상대팀에게 많은 슈팅을 내주는 것은 미드필더들이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1차적 역할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에반스-스몰링-존스의 경험 부족을 문제삼기에는 상대팀들이 맨유 진영 한 가운데에서 패스를 돌리면서 슈팅 기회를 노립니다. 그럴때는 미드필더가 압박해야 합니다. 하지만 맨유의 미드필더 밸런스가 공격쪽에 치우치면서 상대팀에게 실점의 빌미를 내준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지 실점이 적었을 뿐이죠.
 
맨유의 올 시즌 콘셉트는 '단점 보완 이전에 장점 최대화를 노렸다'로 요약됩니다. 속도 중심의 공격을 펼치면서 많은 골을 양산했습니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실점을 줄이려고 수비를 소홀히 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나 맨유의 공격이 난조에 빠질때를 생각해야 합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밸런스를 못잡게 됩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무기력한 졸전을 펼칠지 모릅니다. 맨유가 리그 5연승을 기록중이지만 언젠가는 고비가 올지 모릅니다. 아무리 강팀이라도 고비는 늘 존재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 시점부터 박지성과 발렌시아의 출전 시간이 더 많아질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