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외닝 함부르크 감독의 경질은 예상된 수순 입니다. 지난 3월 부임 이후 14경기 1승6무7패에 그쳤고 올 시즌 성적은 1무5패로 분데스리가 꼴찌였습니다. 시즌 초반 도르트문트-바이에른 뮌헨 같은 강팀들, 베르더 브레멘과 '북독 더비'를 펼쳤던 일정상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두 패했죠. 외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시즌 막판에도 경기력이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하부리그로 강등된 적이 없는 함부르크 입장에서는 감독 교체라는 국면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감독 경질이 능사는 아닙니다. 새로운 감독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팀 성적은 계속 나빠집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강등의 불안감이 커지죠. 특히 함부르크는 프랑크 아르네센 단장의 권한이 막강합니다. 특히 선수 영입에서 자신의 의사가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성향입니다. 함부르크가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첼시 출신 유망주 5명을 수혈한 것은 아르네센 단장이 주도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첼시 단장 시절에 조세 무리뉴 감독(레알 마드리드)과 선수 영입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은 유명한 사례죠. 지금까지 정황상, 아르네센 단장은 자신의 권한과 대립되지 않을 만한 감독을 영입할지 모릅니다.
[사진=손흥민 (C) 함부르크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hsv.de)]
문제는 어느 감독이든 함부르크의 경기력을 끌어올릴 돌파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을 지탱했던 주력 선수들 중에 상당수가 다른 팀으로 떠난 공백을 영건들이 대체했지만 그 결과는 꼴찌 추락 이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 도르트문트에도 영건들이 여럿 있지만, 함부르크의 경우에는 도르트문트처럼 분데스리가를 호령할 기질이 넘쳐나는 영건이 적습니다. 그나마 손흥민이 두각을 나타냈을 뿐입니다. 아르네센 단장이 첼시에서 데려온 유망주 5명 중에서 수비수 슬로보단 라이코비치를 제외한 나머지는 1군 무대에서 뛰기에는 기량이 미흡하거나 부상으로 실전에 투입되지 못했습니다.
함부르크의 또 다른 약점은 팀의 전력적인 구심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 팀 공격을 이끌던 페트리치-게레로 투톱은 각각 경기력 저하, 햄스트링 부상 공백이 있었습니다. 페트리치의 2골은 모두 페널티킥이며 게레로는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 안됐습니다. 또한 피트로이파-엘리아-제 호베르투-마테이선 같은 에너지가 넘치거나 경험이 많은 미드필더 및 수비수 자원까지 잃었죠. 팀 공격을 진두지휘할 플레이메이커가 마땅치 않으며, 6경기 17실점에 빠진 팀의 수비 불안은 미드필더들의 공격 운영을 힘들게 합니다.
올 시즌 함부르크 경기력을 비춰봤을 때, 아무리 손흥민이 꾸준히 골을 넣어도 함부르크가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팀의 수비가 안정되지 못하면 공격수의 골은 빛이 바랄지 모릅니다. 손흥민이 지금까지 골 넣은 경기 중에서 함부르크가 이긴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4경기 5골, 그러나 함부르크 성적은 1무3패) 이것은 손흥민 문제가 아닌 팀 전력이 좋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들에게 익숙합니다. 박주영(아스널)은 지난 시즌 AS모나코에서 12골 넣었음에도 팀의 강등을 막지 못했습니다. 모나코는 박주영이라는 특출난 공격수가 있었음에도 팀 전력은 강등권 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손흥민 입지를 걱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손흥민의 재능이라면 함부르크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뛸 수 있습니다. 그 재능에 비해 경기 출전이 적은 이유는 몸살 또는 부상, 아시안컵 차출에 따른 체력 저하 때문이었죠.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 좌우 윙어에서 모두 뛰었던 선수로서 함부르크에서의 활용 폭이 넓습니다. 우리가 손흥민에 대해서 걱정할 것은 함부르크의 성적입니다. 만약 함부르크가 앞으로도 강등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손흥민은 팀의 취약한 전력을 짊어지는 상황에 놓입니다. 벌써부터 '소년 가장'이라는 말이 국내 유럽 축구팬들에게 익숙하게 들리고 있죠. 아직은 시즌 초반인 만큼 '함부르크 강등'이라는 생각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습니다.
외닝 감독의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17일 묀헨글라드바흐전에서는 손흥민이 후반 11분 교체 투입했으나 함부르크가 0-1로 패했습니다. 그런데 손흥민 출전은 함부르크의 무리수 였습니다. 손흥민은 지난 8월 27일 FC 쾰른전 경기 도중 오른쪽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당하면서 4~6주 결장이 예고 됐지만, 부상이 빠르게 쾌유했는지 3주 만에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10대 후반의 유망주이며, 2010년 여름에도 장기간 부상을 당했던 전례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함부르크 성적이 좋지 않지만 유망주를 무리하게 뛰게 해서는 안됩니다.
손흥민 조기 복귀는 좋지 않은 전례를 남겼습니다. 함부르크가 성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손흥민의 몸이 안좋을 때 출전을 강행할지 모를 불안감이 있습니다. 혹시 손흥민이 출전을 자청해도 함부르크 입장에서는 선수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함부르크의 팀 전력이 안정을 되찾아야 우리들이 손흥민 경기를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특정 선수 맹활약 보다는 팀 전체가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 함부르크의 강등권 탈출 정답입니다. 그런 함부르크의 위기는 외닝 감독의 경질에서 끝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