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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첼시전 승리, 전술의 틀을 깨다

 

'산소탱크' 박지성은 결장했습니다. 하지만 잉글랜드 우승권 두 팀의 맞대결은 짜릿한, 박진감 넘치는, 정열, 역동적인 흐름에 '재미'까지 더했습니다. 강호동은 잠정 은퇴했지만 프리미어리그가 주말 예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웨인 루니의 페널티킥 실축은 3년 전 존 테리의 맨유전 페널티킥 불운과 유사했고, 페르난도 토레스가 골키퍼를 제쳤으나 엉뚱한 곳으로 슈팅을 날렸던 두 공격수의 실수에서 많은 축구팬들이 빵터졌습니다. 예측불허의 상황이 가득한 프리미어리그는 우리가 열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첼시를 제압하고 프리미어리그 단독 선두(5전 5승)를 질주 했습니다. 19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된 2011/1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첼시전에서 3-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7분 크리스 스몰링, 전반 38분 루이스 나니, 전반 44분 루니가 골을 넣으며 전반전을 3-0으로 리드했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된지 29초 뒤에는 토레스에게 만회골을 내줬지만 더 이상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첼시전 4연승에 성공했습니다.

[사진=첼시전 3-1 승리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맨유, 속도 싸움에서 첼시를 제압했다

맨유의 첼시전 관건은 애슐리 영-나니의 선발 투입 이었습니다. 첼시의 측면 중심 공격을 제어하려면 애슐리 영-나니 같은 공격형 윙어보다는 박지성-발렌시아 같은 수비형 윙어가 필요했습니다. 기존의 맨유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선 수비-후 역습을 즐겨 활용했고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1~2차전 첼시전 승리 과정도 그랬습니다. 당시 박지성-발렌시아는 보싱와-애슐리 콜과의 매치업에서 이겼습니다. 또한 애슐리 영-나니의 수비력이 약한 것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클레버리 부상까지 감안하면, 첼시전을 앞둔 맨유 미드필더들의 수비 밸런스가 걱정됐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전술의 틀'을 깼습니다. 박지성-발렌시아 조합을 포기하고 애슐리 영-나니에게 측면을 맡겼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맨유 주전으로 활약하며 무르익은 폼을 과시했던 두 명의 공격형 윙어를 또 믿었습니다. 이번 첼시전에서는 선 수비-후 역습까지 포기했습니다. 상대팀 진영에서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무수하게 시도하면서 돌파가 어우러지는 빠른 템포의 공격을 택했습니다. 공격 작업 속도를 높이면서 상대 수비 진영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죠. 순발력이 느린 베르바토프가 벤치 멤버로 전락한 이유중에 하나가 맨유의 달라진 전술 이었습니다. 박지성의 첼시전 결장은 퍼거슨 감독의 전술적 선택 이었습니다.

잠시 화제를 전환하면, 맨유의 올 시즌 목표는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입니다. 디펜딩 챔피언 FC 바르셀로나를 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결승 바르셀로나전에서 패하면서 선 수비-후 역습의 한계를 느끼지 않았나 싶습니다. 맨유가 적은 인원으로 역습을 주도하기에는 바르셀로나 수비수들이 상대 역습에 면역된 상태 입니다. 바르셀로나와 상대했던 많은 팀들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죠. 결국, 맨유의 공격 전개는 바르셀로나 수비 전환보다 더 늦어지는 상황을 초래했습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퍼거슨 감독은 올 시즌 '속도 싸움'을 택했습니다. 상대 수비 속도보다 더 빠른 공격을 펼치겠다는 심산이죠. 애슐리 영을 영입한 것은 라이언 긱스의 후계자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맨유가 첼시전에서 승리했던 이유는 속도 싸움의 승리 였습니다. 특정 선수의 빠른 발이 아닌 팀 전체의 공격이 빠르게 전개 됐습니다. 후방에서 빌드업 전개가 빨라졌고, 상대 진영에서는 패스를 받을 선수와 내주는 선수와의 호흡이 맞으면서 공격의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패스 타이밍까지 전체적으로 빨랐죠. 애슐리 영-나니는 돌파를 시도하며 공격을 다채롭게 풀었고, 루니가 2선으로 자주 내려와 연계 플레이에 적극 관여하며 중앙 미드필더들의 공격 부담을 덜어줬습니다. 에브라-존스의 오버래핑 및 적시적소의 볼 배급까지 더해졌죠. 여기에 경기 상황마다 세밀한 패스가 더해지면서 맨유의 공격 속도가 첼시의 수비 속도보다 더 빠르게 이어졌습니다. 맨유가 전반전을 3-0으로 이겼던 이유죠.

물론 스몰링 선제골은 오프사이드 여지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맨유는 1-0 리드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빠른 공격 속도를 멈추지 않으며 첼시 수비를 흔들겠다는 마음이 2골을 추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전반전 슈팅 숫자에서는 4-12(유효 슈팅 3-5, 개)로 밀렸지만 점유율에서는 56-44(%)로 앞섰습니다. 맨유가 허리 싸움에서 첼시를 이겼다는 뜻입니다. 메이렐레스는 수비력에 일가견 있는 선수지만 리버풀 시절의 공격적 감각 때문에 홀딩맨이 익숙치 않으며, 하미레스는 그나마 많이 움직였지만, 램퍼드의 수비 뒷 공간이 다소 허약했습니다. 또한 램퍼드가 맨유 공격을 저지하기에는 속도 싸움에서 계속 늦었습니다. 맨유의 효율적인 경기 지배가 가능했습니다.

당초 맨유의 불안 요소로 지적된 것은 '만약 에르난데스가 봉쇄당하면?'이었습니다. 실제로 에르난데스는 첼시 수비에게 발이 묶였죠. 그런데 맨유의 에르난데스 고민은 의외로 쉽게 해결 됐습니다. 팀 자체가 첼시와의 속도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이죠. 축구는 수비수 4명만 수비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드필더가 수비수와 연계하는 압박이 중요합니다. 맨유가 첼시와의 허리 싸움에서 이겼고, 상대 진영에서 볼 배급의 정확성을 높이며 공격 전개 속도를 높이면서 첼시의 수비 밸런스를 공략했습니다. 첼시의 수비가 우왕좌왕할 때 나니의 벼락같은 중거리 골이 있었고, 루니의 세번째 골 상황에서는 존스의 저돌적인 오버래핑이 가능했습니다.

특히 전반 28분에는 애슐리 영이 전반 28분에 보싱와가 소유했던 볼을 빼앗는데 성공했습니다. 애슐리 영은 애스턴 빌라 시절에 수비력에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지만 이날 첼시전에서는 달랐습니다. 박지성처럼 특출난 수비력을 자랑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공수 양면에서 노력하는 열의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수비에 공헌하는 힘을 잠재적으로 보유했습니다. 그런데 나니 수비력은 생각해봐야 합니다. 첼시가 왼쪽 측면에서 공격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는데, 애슐리 영에 비하면 나니의 수비 가담은 약했습니다. 그럼에도 멋진 중거리 골을 선사하며 맨유의 첼시전 승리에 쐐기를 박았죠.

물론 맨유의 후반전 경기력은 아쉬웠습니다. 전반전에 공격 속도를 높이는 쪽으로 체력을 소모하면서 후반전에 페이스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첼시가 후반전을 시작하면서 램퍼드를 빼고 아넬카를 교체 투입하며 4-3-3에서 4-2-3-1로 전환했던 상대의 전술적 변화는 맨유에게 수비 안정을 필요로 했습니다. 발렌시아가 후반전에 스몰링을 대신해서 오른쪽 풀백으로 교체 투입한 것은 왼쪽 윙어로 뛰었던 아넬카를 봉쇄하겠다는 의도 였습니다. 그럼에도 경기 전체적 관점에서는 맨유가 전반전에 속도로 승부수를 띄웠던 전략이 적중했습니다. 맨유가 굳이 후반전에 많은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었죠. 첼시전 3-1 승리로 충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