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으로 공간을 만들고 완벽하게 경기를 지배하라´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5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서 열린 요르단과의 평가전서 1-0으로 승리했지만 공격의 역동성이 아쉬웠던 한 판이었다. 전반 5분 이청용의 골로 경기를 리드했지만 이후 85분 동안 59%/41%의 압도적인 볼 점유율로 경기를 지배했음에도 답답한 공격력을 일관하며 추가골을 넣는데 실패했다.
한국이 요르단과 평가전을 치른 이유는 5일 뒤에 있을 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기 때문. 수비를 강조한 ´5-4-1´ 전술을 사용하는 북한은 올해 세 번이나 한국과 만나 모두 무승부를 거두면서 밀집 수비를 통해 톡톡한 재미를 봤다. 요르단은 북한과 유사한 밀집 수비를 펼치는 팀으로서 북한전을 겨냥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평가전 상대.
허정무 감독은 요르단전서 조재진을 원톱으로 세우고 김치우와 이청용을 좌우 윙 포워드로 투입했다. 또 김두현이 조재진 뒤에 포진시켜 스리톱의 움직임을 살리고자 했고 신영록-서동현-이근호-최성국 같은 또 다른 공격 옵션들이 투입되면서 잦은 선수 변동을 통한 여러 가지 전술을 시험했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의 의도와는 달리 성과는 미비했다. 요르단전이 평가전임을 의식한듯 이날 선수들의 움직임은 소극적이었고 빠르지 않았다. 19개의 슈팅을 날렸음에도 유효슛은 단 5개에 불과했고 그 중 하나가 이청용의 골로 연결돼 ´골 결정력 부진´ 악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비록 요르단이 평가전 상대임이 분명하나 결코 단순한 평가전은 아니다. 요르단이 북한과 똑같은 밀집 수비를 펼치는 데다 한국이 올해 북한전 3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허정무호가 요르단전을 착실하게 준비했다면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으며 북한전서 좋은 경기 내용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지 모른다.
더구나 요르단은 한국과 월드컵 최종예선서 B조에 편성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 등 중동 3개국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에 좋은 최적의 평가전 상대였다.
문제는 요르단의 견고한 수비 진영을 뚫을 공간을 한국 공격수들이 찾지 못한 것. 그동안 한국과 상대했던 대부분의 아시아권 팀들은 두꺼운 수비 작전으로 실점 최소화에 주력했고 요르단도 그 중 하나였다. 밀집 수비를 뚫으려면 2007/08시즌 더블을 일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처럼 빠른 기동력을 앞세운 '무한 스위칭'으로 상대를 공략해야 하나 한국 축구의 순발력은 이를 따라오지 못했다.
특히 요르단전서 공격을 도맡은 4명의 공격 자원은 각자 갖고 있는 공격력이 뚜렷히 다르기에 '최상의 공격 조화'를 기대할 수 있었다. 조재진은 탄탄한 체구와 위협적인 포스트 플레이로 상대팀 수비수들을 제압하는 스타일이며 김치우는 날카로운 왼발슛으로 상대의 골망을 출렁이는 재주를 갖고 있다. 이청용은 빠른발을 이용한 드리블로 상대 공간을 파고드는 전형적인 윙어이며 김두현은 다재다능한 패싱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4명의 선수는 서로 엇갈리는 공격 패턴과 위치 중복으로 혼선을 빚으며 효과적인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치우-김동진, 이청용-김두현의 위치가 겹치면서 조재진과의 간격을 좁히는데 실패해 상대 수비의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공격력을 살릴 수 없었던 것. 이렇다 보니 좋은 위치를 찾지 못하고 번번이 슈팅을 남발하며 '19개 슈팅, 5개 유효슛, 1골 득점'이라는 씁쓸한 결과를 남겼다.
특히 목 감기로 결장한 이천수처럼 공간을 찾아다니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4명의 선수는 각자의 위치에만 머물렀을 뿐 동료 선수들의 공격 활로를 열어주는 '헌신적인' 경기력이 보이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이천수 처럼 최전방 이곳 저곳을 종횡무진하며 상대팀 수비를 흔들지 않아 허정무호의 답답한 공격을 부추겼다. 김두현이 오른쪽 공격에 편중돼 공격이 다채롭지 못했던 것 역시 상대팀 공간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최성국이 후반 중반 조커로 투입돼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으면서 공격 활로가 살아나는 듯 했지만 이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신영록과 서동현이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해 추가골을 뽑는데 실패하며 A매치 경험 부족의 과제를 안았다. 이날 결장했던 이천수는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대두됐다.
오는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맞설 북한은 한국전에서 수비 위주의 역습 작전을 펼칠 공산이 크다. 요르단전을 마친 한국은 북한의 밀집 수비를 효과적으로 뚫는 공간 창출을 앞세워 골을 넣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