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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비야스-보아스 감독에게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첼시가 올 시즌 무관에 그쳤다고 가정하면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경질될까?'라는 명제는 여론의 논란으로 등장할지 모릅니다. 30대 중반의 젊은 감독의 경험을 위해서 인내하자는 반응, 카를로 안첼로티 전 첼시 감독처럼 떠나야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으로 나뉠 수 있죠. 안첼로티 전 감독은 2009/10시즌 잉글리시 더블 우승을 달성했지만(EPL+FA컵) 2010/11시즌에는 무관에 빠지면서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게 해고 됐습니다. 지난 시즌 FC 포르투의 미니 트레블을 이끌고 첼시에 입성했던 비야스-보아스 감독도 다를 바 없습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첼시에서 롱런하려면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어야 합니다. 첼시를 비롯한 런던 클럽 중에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 배출되지 않았으며,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가장 꿈꾸는 시나리오가 첼시의 유럽 제패 입니다. 그 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어김없이 감독을 내쳤습니다. 안첼로티 전 감독의 경우에는 2009/10시즌 16강에서 탈락했지만 프리미어리그-FA컵 동시 우승이 면죄부가 됐죠.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탈락 당시에는 현지 언론에서 경질론이 불거질 정도로 한때 안첼토티 전 감독의 입지가 흔들렸습니다. 끝내 지난 시즌 우승에 실패하면서 팀을 떠나야 했습니다.

[사진=안드레 비야스-보아스 감독 (C) 첼시 공식 홈페이지(chelseafc.com)]

첼시라는 팀이 그렇습니다. 지난 9시즌 동안 첼시 감독을 맡았던 지도자는 7명(라니에리, 무리뉴, 그랜트, 스콜라리, 히딩크, 안첼로티, 비야스-보아스, 감독 대행 제외) 입니다. 3개월 임시 사령탑으로서 FA컵 우승을 이끈 히딩크 감독을 제외하면 웃으면서 런던을 떠났던 감독이 없었습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게 경질되는 운명이었죠. 지금은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독이 든 성배'를 마시면서 첼시의 유럽 제패를 이끌어야 하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비야스-보아스 감독의 스타트는 다소 불안했습니다. 지난 14일 스토크 시티와의 개막전 원정에서 득점 없이 비기면서 공격의 완성도가 떨어졌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21일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는 2-1 역전승을 거두었지만 경기력에서 힘에 부쳤습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강조하는 '측면 중심의 전술'이 팀 전력에 녹아들지 못했죠. 선수들이 새로운 지도자의 전술에 부합되는데 시간이 필요함을 뜻합니다. 특히 측면의 파괴력이 약합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측면 위주의 공격을 선호합니다. 윙 포워드가 측면쪽으로 쏠리는 팀의 공격 전술에서 다재다능한 활약을 펼쳐야 하는데 개인 역량에서 어긋나고 있죠.

비야스-보아스 체제에서 요구되는 윙 포워드의 역할은 세 가지 입니다. 첫째는 볼을 잡을때 상대 수비와 경합하여 측면 바깥쪽으로 끌고 다니고, 빠른 타이밍의 패스와 크로스로 2차 공격을 전개하는 세밀함이 필요합니다. 볼 키핑 같은 기본적인 볼 관리가 우수해야 합니다. 말루다-칼루는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죠. 둘째는 드리블 돌파를 자주 시도해야 합니다. 중앙 미드필더들이 볼을 배급하는 경기를 펼치기 때문에 측면 옵션들이 부지런히 질주해야 공격의 활기가 살아납니다. 셋째는 최전방 공격수 역할까지 해야 합니다. 토레스가 골을 해결하지 못하면 윙 포워드가 나서야 문전 피니시가 강해집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이끌던 포르투에서는 헐크가 측면 공격의 완성도를 높여줬죠. 지금의 첼시에서는 헐크 같은 존재가 등장해야 합니다.

안첼로티 전 감독이 경질되었던 원인 중에 하나는 아넬카 이외에는 믿음직한 측면 옵션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아넬카가 30대 초반 입니다. 스쿼드 노령화에 접어든 첼시의 세대교체가 성공하려면 아넬카에게 많은 출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말루다-칼루도 꾸준한 활약이 부족하죠. 지도자는 거의 매 경기 평균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안정적인 선수를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첼시에서 롱런하려면 기존 측면 옵션보다는 새로운 얼굴을 키워야 합니다.

이미 밥상은 차려졌습니다. 첼시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마타-루카쿠 같은 젊고 싱싱한 윙 포워드를 보강하면서 측면 공격을 강화했습니다. 루카쿠는 최전방에서 토레스-드록바 경쟁자로 활용될 여지가 있죠. 볼턴에서 임대 복귀된 스터리지까지 있습니다. 말루다-아넬카-칼루 같은 선수들이 팀 내 입지를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겠지만, 실력이 충분하지 못한 선수는 주전에서 제외되어야 마땅합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칼링컵-FA컵을 병행하는 로테이션을 통해 옥석이 가려지겠지만, 윙 포워드가 포르투의 헐크처럼 비야스-보아스 감독의 전술을 능숙히 소화하는 단계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하루 아침에 전술 이해력이 좋아질 수는 없기 때문이죠.

새로운 감독을 맞이한 지금의 첼시 전력은 '숙성'을 요구하게 됩니다. 지난 시즌 초반 약팀과의 5연전을 모두 이기면서 21골 1실점을 기록했던 때와 다릅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의 적응기를 감안할 때죠. 그래서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을 맞이한 첼시의 조용한 변화가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