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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주전 빠져도 승리하는 맨유의 챔피언 본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토트넘전 승리는 '챔피언과 강팀의 클래스 차이' 였습니다. 두 팀은 프리미어리그 빅6에 포함되지만 똑같은 강팀은 아닙니다. 맨유가 두꺼운 선수층의 힘으로 일부 주전 선수가 빠졌던 공백을 메우며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팸피언의 저력을 발휘했다면, 토트넘은 특정 선수 빈 자리가 아쉬웠습니다. 팀으로서 뭉치는 조직력은 역시 맨유가 우위였죠. 지난 시즌 경기력 저하 속에서도 승점 3점을 꾸역꾸역 챙기며 챔피언을 달성했던 맨유의 저력이 올 시즌 초반에도 나타났습니다.

[사진=토트넘전 3-0 승리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맨유는 23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된 2011/1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토트넘전에서 3-0으로 승리했습니다. 후반 16분 대니 웰백이 골문 안쪽에서 톰 클래버리의 오른쪽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시켰고, 후반 31분에는 안데르손이 문전 쇄도 과정에서 웰백과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왼발로 골을 넣었습니다. 후반 42분에는 웨인 루니가 라이언 긱스의 오른쪽 로빙패스를 골문 중앙에서 헤딩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후반에 3골을 터뜨린 맨유는 토트넘전 25경기 연속 무패(19승6무)의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박지성은 후반 36분에 교체투입하여 올 시즌 첫 출전을 했습니다.

'1골 1도움' 웰백, 퍼거슨 감독 믿음에 부응했다

후반전이 시작하면서 저의 머릿속에 스쳤던 생각은 이랬습니다. '웰백과 클레버리를 교체했어야 하는데...' 라고 말입니다. 토트넘이 워커를 빼고 촐루카를 교체 투입하여 오른쪽 수비를 보강했다면 맨유는 어느 누구도 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토트넘이 크라우치-모드리치의 결장 속에서도 전반전에는 맨유와 팽팽한 접전을 펼쳤고, 그 과정에서 맨유의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웰백은 타겟맨으로서 동료 선수와의 호흡이 안맞았고 상대 수비와 맞닥드릴때 볼 키핑이 불안했습니다. 이때까지는 에르난데스 공백을 못메웠습니다. 클레버리는 평소와 달리 볼 배급에 활발히 관여하지 못하면서 스콜스(은퇴)-캐릭(결장) 공백을 메우는데 한계가 드러난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만약 맨유 사령탑이 1승에 목을 메는 감독이었다면 웰백-클레버리는 조기 교체되었을지 모릅니다. 실수를 하는 선수들이 위험하죠.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달랐습니다. 맨유의 리빌딩을 위해서는 웰백-클레버리를 비롯해서 존스-에반스-스몰링-데 헤아 같은 영건들을 믿어야 합니다. 젊은 선수들은 경기 출전 자체가 축구 선수로 성공하는데 있어서 피와 살이 됩니다. 웰백-클레버리가 지난 시즌 선덜랜드-위건에 임대된 것도 이 때문이죠. 나니-안데르손이 유망주 레벨에서 벗어났던 것은 수많은 실전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동안 실수가 많기로 유명했지만 결국에는 그것도 경험이 됐습니다. 이제는 이 선수들이 맨유의 영건을 이끌어주는 단계에 올랐습니다.

전반전에 부진했던 웰백-클레버리는 후반 16분 결승골을 합작했습니다. 클레버리의 오른쪽 크로스가 웰백의 헤딩골로 이어졌죠. 토트넘 수비와 맞부딪치면서 때로는 힘겨웠지만 끝까지 골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웰백의 집념이 돋보였습니다. 클레버리의 크로스 낙하 지점을 읽으며 헤딩 슈팅을 준비했던 판단력이 좋았죠. 도움을 기록했던 클레버리의 재치도 빛났습니다. 스몰링에게 짧은 패스를 밀어줬을때 웰백-루니-애슐리 영이 박스 안에서 공중볼을 기다렸던 것을 알아차리자 다시 볼을 받아 얼리 크로스를 넘겼죠. 그래서 도슨이 웰백을 놓치면서 실점의 빌미가 됐습니다.

첫번째 골에 힘을 얻은 웰백은 박스 중앙에서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후반 22분 오른발 오버헤드킥을 시도했고 1분 뒤에는 동료 선수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리바운드 슈팅을 날리며 토트넘 골문을 위협했습니다. 후반 31분에는 박스쪽으로 쇄도하는 안데르손에게 볼을 받아 다시 힐패스로 넘기면서 맨유 두번째 골에 관여했죠. 1골 1도움을 완성시킨 순간입니다. 지금까지 측면 미드필더 및 쉐도우를 맡으면서 박스 바깥에서의 움직임이 많았던 유형이었지만 토트넘전을 기점으로 박스 안에서 활동하는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본인의 노력으로 에르난데스의 빈 자리를 채웠던 결과죠. 전반전에는 볼 관리가 서툴렀지만 의기소침하지 않으며 열의를 쏟았습니다.

웰백의 1골 1도움은 맨유와 토트넘의 차이를 말해줬습니다. 승부를 결정지을 선수의 존재감 유무였죠. 맨유에는 웰백이 있었지만 토트넘은 디포-판 데르 파르트 투톱의 폼이 경기 내내 좋지 않았습니다. 공격수를 뒷받침하는 선수들의 클래스 차이였죠. 전반전에는 양팀 선수들이 팽팽히 맞붙는 흐름이었지만 후반전에는 맨유의 우세로 바뀌었습니다. 맨유는 애슐리 영-루니-안데르손-나니가 2선에서 패스와 돌파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상대 수비를 흔드는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토트넘은 모드리치 대체자로 기용되었던 크란차르의 패스가 후반들어 임펙트가 떨어지면서 베일의 공격 부담이 많아졌고 레넌의 돌파까지 무뎌졌습니다. 후반 29분에 중앙 미드필더 두 명(크란차르-리버모어)을 교체한 것은 맨유 선수들에게 페이스에서 밀렸음을 뜻합니다.

토트넘의 모드리치 공백 메우기 실패는 앞날이 우려됩니다. 크란차르는 모드리치와 더불어 플레이메이커를 맡을 수 있지만 성향이 다릅니다. 모드리치는 중앙에서 잔패스에 관여하면서 때로는 단독 돌파를 시도하며 공격 템포를 스스로 끌어올리는 기질이 있습니다. 크란차르도 모드리치처럼 패싱력이 좋지만 그 이상의 임펙트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백업 멤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만약 모드리치의 첼시 이적이 성사되면 토트넘에게 전력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팔라시오스-지나스-허들스톤의 폼도 예전보다 떨어졌죠. 맨체스터 시티 공격수 아데바요르 임대를 앞두면서 판 데르 파르트를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야겠지만, 그를 미드필더로 활용하기에는 크라우치가 발목 부상으로 빠지고 디포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것이 다소 찝찝합니다.

맨유도 전술적인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애슐리 영과 나니의 콘셉트가 여전히 겹쳤습니다. 두 윙어는 돌파를 줄기차게 시도했지만 상대 수비에게 읽히는 공격을 일관했죠. 토트넘이 측면에서 협력 수비로 대응하면서 야수-에코토, 워커가 오버래핑을 자제했습니다. 전반전에는 중앙 미드필더를 맡았던 안데르손-클레버리가 크란차르-리버모어와 경합하면서 맨유의 공격이 측면쪽으로 쏠리는 단조로움이 있었죠. 후반전에는 토트넘의 공격적인 페이스가 힘에 부치면서 맨유의 공격이 힘을 얻었지만, 애슐리 영-나니의 역할 중복은 리그 개막전이었던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도 나타났던 약점입니다. 두 선수의 개인 활약상은 좋았지만 오히려 팀 공격의 밸런스가 약해졌죠. 이래서 박지성이 맨유 전력에 필요합니다.

후반 36분에는 영-웰백-클레버리가 교체되고 박지성-에르난데스-긱스가 투입했습니다. 지난 시즌 주전으로 뛰었던 3명의 선수가 팀이 2-0으로 앞서면서 실전 감각 회복에 나섰습니다. 영-웰백-클레버리의 교체는 '맨유는 주전이 빠져도 승리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심어줬죠. 박지성-에르난데스-긱스가 주전에서 탈락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영-웰백-클레버리가 이적생 및 임대 복귀 선수로서 맨유 경기력에 적응하도록 시즌 초반에 많은 출전 시간을 제공했습니다. 맨유의 주전 경쟁이 앞으로 치열하게 전개 될 것으로 보입니다. 퍼디난드-비디치-하파엘 부상 공백을 메웠던 존스-에반스-스몰링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죠. 오는 29일 라이벌 아스널전 전망이 밝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