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은 세스크 파브레가스에 이어 사미르 나스리와 작별하면서 전력 약화가 불가피 합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까지 1무1패에 그치면서 빅4 탈락 가능성이 대두되는 현실입니다. 2007년 여름 티에리 앙리가 팀을 떠난 이후에 '빅4 잔류가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의 반응을 뒤로하고 지금까지 4위권을 지켰지만, 지난 뉴캐슬-리버풀전 경기력으로는 버거운 감이 있습니다. 이적시장 막판에 대형 선수를 영입하고 싶어도 많은 돈을 지출할지, 이적생이 팀 전력에 보탬을 줄지는 의문입니다. 앞으로 며칠뒤면 이적시장이 종료 됩니다.
특히 파브레가스 공백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뉴캐슬전에서 애런 램지가 미숙한 연계 플레이로 동료 선수와 호흡이 맞지 않았다면, 리버풀전에서는 램지-나스리가 4-1-4-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으나 공격의 짜임새가 떨어졌습니다. 두 경기 모두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골이 없었죠. 로빈 판 페르시는 파브레가스가 떠난 이후 이렇다할 공격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고립되는 현실입니다. 기존 스쿼드에서는 파브레가스를 대체할 선수가 없습니다. 지난 시즌 아스널의 신성으로 떠올랐던 잭 윌셔는 부상으로 신음 중입니다. 그런 아스널은 또 다른 위기와 직면할지 모릅니다.
[사진=사미르 나스리의 맨체스터 시티 이적 합의를 공식 발표한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C) arsenal.com]
아스널에게 찾아올지 모를 첫번째 위기는 오는 29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원정 입니다. 만약 맨유전에서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하면 리그 3경기에서 단 1승도 얻지 못합니다. 사람들에게 '빅4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줄지 모릅니다. 그 분위기가 9월초 A매치 데이에 따른 프리미어리그 휴식기까지 이어지면서 위기론이 힘을 얻을 수 있죠. 9월에는 스완지 시티-블랙번-볼턴 같은 약팀들과 상대하면서 승점을 회복할 수 있지만,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시즌 초반 부진의 중압감을 이겨낼지 의문입니다.
그런데 아스널은 맨유 원정에 약합니다. 지난 2006년 9월 17일 1-0 승리 이후 거의 5년 동안 맨유 원정에서 승리가 없었죠. 그 이후 각종 대회를 포함해서 맨유 원정 7연속 무승(1무6패)에 빠졌습니다. 2002/03시즌 FA컵 2-0 승리 이후에는 1골 이상 넣었던 경기가 없었죠. 2010/11시즌이었던 지난 5월 1일 맨유와의 홈 경기에서는 1-0으로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맨유는 주중 샬케04 원정을 치르느라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이번에는 아스널이 체력상 열세 입니다. 맨유가 주중 경기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아스널은 25일 우디네세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최종 예선 2차전 원정을 치러야 합니다.
아스널은 선수들의 체력이 시즌 초반부터 낭비되는 현실입니다. 다른 강팀과 달리 챔피언스리그 최종 예선을 병행 중입니다. 지난 리버풀전에서 나스리 출전을 강행할 정도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모두 활용중이죠. 앞으로 치를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승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합니다. 하지만 부상자 및 징계 선수들이 있다보니 경험 부족한 영건들이 중용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영건 중에서도 19세 유망주 엠마뉘엘 프림퐁처럼 팀 전력을 그르칠 수 있죠. 프림퐁은 리버풀전에서 서툰 경기력을 일관한 끝에 퇴장 당했습니다. 이러한 불안함을 안고 맨유 원정에 나서야 하는 현실입니다.
두번째 위기는 '부상 병동'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그동안 부상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과거에 비해 스쿼드가 두꺼워졌지만 여전히 부상 선수가 속출하는 현실이죠. 특히 수비수들이 줄부상에 시달렸습니다. 코시엘니-스킬라치-깁스-주루가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리버풀전에서는 코시엘니가 전반 15분 허리 부상으로 교체 되면서 18세 유망주 이그나시 미켈이 투입됐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미켈, 지난 시즌 장기간 부상에 시달렸던 베르마엘렌이 남은 시간 센터백을 맡았고 당분간 이 체제는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윌셔-로시츠키 같은 미드필더들도 부상으로 신음중입니다. 파브레가스가 없는 상황에서 두 명의 이탈은 아스널의 맨유전 전망을 어렵게 합니다.
'유리몸' 판 페르시가 한동안 부상을 당하지 않은 것도 우려됩니다. 더 이상 부상이 없으면 선수로서, 팀으로서 좋은 일이지만 항상 어느 순간에는 예상치 못한 부상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판 페르시는 2004년 여름 아스널 입단 이후 한 시즌이라도 프리미어리그 30경기 이상 뛰지 못했습니다. 샤막-벤트너를 판 페르시 대체자로 활용할 수 있지만 실전 감각이 떨어졌죠. 특히 벤트너는 유망주 레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굳이 판 페르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동안 부상 선수가 즐비한 만큼 또 다른 선수가 몸이 아파 경기에 뛰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위기는 믿음직한 리더가 없습니다. 아스널이 6시즌 연속 무관에 그쳤던 원인 중에 하나가 리더 부재 였습니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아스널을 하나로 결집시켜 실전에서 응집력을 끌어주는 선수가 없습니다. 특히 앙리가 떠나면서 리더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죠. 윌리엄 갈라스는 2008년 2월 버밍엄 시티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허용했던 가엘 클리시를 향해 화를 냈고, 그해 11월 나스리와의 갈등을 폭로하며 주장직을 박탈 당했습니다. 그 이후에 캡틴이 된 파브레가스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나이 때문인지 리더십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죠. 특히 지난 시즌 후반에는 아스널 성적이 곤두박질치고 말았습니다. 파브레가스가 팀을 결집시키지 못했다는 혹자의 지적이 일리 있습니다.
아스널의 현 주장은 판 페르시 입니다. 하지만 판 페르시는 잦은 부상 때문에 거의 매 경기 뛰지 못한다고 봐야 합니다. 파브레가스 이적 이후에는 미드필더진에서 활발한 패스 공급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은 끝에 최전방에서 고립 되었습니다. 주장 구실을 하기에는 지속성이 부족하죠. 판 페르시가 결장하면 아르샤빈-베르마엘렌-사냐-로시츠키 같은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 선수들이 주장을 맡을 수 있습니다. 영건들이 즐비한 팀을 무난하게 이끌지는 의문이죠. 특히 우승 레이스가 절정에 치닫는 시즌 막판에는 팀 결속력이 중요합니다. 판 페르시 또는 누군가의 리더십이 통하지 않으면 아스널 앞날이 어려워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반전은 있습니다. 이적시장 막판 빅 사이닝 성사를 통해서 파브레가스를 비롯한 주요 선수의 이탈 공백을 메우고, 판 페르시가 부상없이 시즌을 마무리하며 젊은 선수들의 분발을 유도하고, 영건들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빅6 범주에 있는 강팀들의 행보가 좋지 않으면 아스널에게 호재로 작용합니다. 축구가 이변이 많은 스포츠임을 상기하면 맨유 원정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입장입니다. 아직 이적시장은 마감되지 않았으며 파브레가스-나스리 이적을 통해서 두둑한 자금을 얻게 됐습니다. 오는 29일 맨유 원정과 맞물려 프리미어리그의 8월말을 화려하게 장식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