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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스널vs리버풀, 약점이 난무했던 빅 매치

 

아스널과 리버풀의 맞대결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빅4의 패권을 가늠하는 빅 매치 였습니다. 아스널이 빅4 탈락 위기에 몰렸다면 리버풀은 빅4 재진입을 벼르는 입장입니다. 특히 아스널은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FC 바르셀로나 이적 공백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리버풀은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을 기존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선수 영입 및 이적에 울고 웃었던 팀들끼리의 경기였죠.

결국 리버풀이 승리했습니다. 20일 저녁 8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1/1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아스널 원정에서 2-0으로 이기면서 올 시즌 첫 승을 따냈습니다. 후반 33분 아스널 애런 램지가 자책골을 허용했고 후반 45분에는 루이스 수아레스가 골을 터뜨렸습니다. 아스널은 전반 15분 로랑 코시엘니가 허리 부상으로 교체 되었으며 후반 24분에는 에마누엘 프림퐁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는 불운에 빠진 끝에 리그 1무1패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두 팀의 경기는 전술적으로 짚고 넘어갈 약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진=리버풀전 0-2 패배를 발표한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C) arsenal.com]

아스널, 파브레가스 공백 어찌할꼬

아스널은 리그 개막전이었던 뉴캐슬전에서 파브레가스 공백을 메우지 못했습니다. 램지가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연계 플레이에서 이렇다할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아스널 공격 옵션들이 부조화에 시달렸죠. 그동안 파브레가스와 척척 맞는 호흡을 과시했던 판 페르시는 부지런한 움직임이 끝내 헛수고가 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뉴캐슬전에 출전했던 제르비뉴가 퇴장당했고, 송 빌롱까지 추가 징계를 당했습니다. 주중 우디네세전에서는 깁스-주루-로시츠키가 줄 부상에 빠졌죠. 뉴캐슬전 미드필더 5명 중에 3명이 이탈하면서 아르샤빈-램지만 남게 됐습니다. 문제는 두 선수의 뉴캐슬전 폼이 안좋았죠. 리버풀전에서는 새로운 미드필더들과 호흡을 맞춰야 했습니다.

그런 아스널은 리버풀전에서 4-1-4-1로 나섰습니다. 아르샤빈-램지-나스리-월컷을 2선 미드필더로 기용하면서 프림퐁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했습니다. 램지-나스리가 공격 진영에서 동일 선상을 유지하면서 파브레가스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1명으로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2명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해야했죠. 하지만 두 선수의 뒷 공간이 문제였습니다. 4-1-4-1은 공격형-수비형 미드필더의 뒷 공간이 벌어지기 쉬운 약점이 있습니다. 중앙에서 빠른 타이밍의 종패스를 활용했던 리버풀에게 단번에 공략당했죠. 램지-나스리가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했지만 리버풀의 볼 배급 속도에 뒤쳐졌습니다. 동료 선수와의 호흡까지 맞지 않으면서 파브레가스 있을때와 같은 짜임새 넘치는 공격이 전개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프림퐁의 수비형 미드필더 전환은 실패작 입니다. 물론 아스널의 프림퐁 기용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뉴캐슬전에서 4-2-3-1의 더블 볼란치를 맡았던 송 빌롱-로시츠키가 모두 빠졌고, 윌셔까지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19세 유망주 프림퐁이 대안으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프림퐁의 경기 태도부터 잘못됐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라면 상대팀 선수와 맞닥드릴때 과격한 동작을 자제하고 안정된 상태로 볼을 빼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프림퐁은 불필요하게 몸을 내던지며 위태롭게 경기를 풀었습니다. 서툰 경기를 펼쳤죠. 후반 24분에는 루카스가 소유한 볼을 빼앗기 위해 왼발을 높게 들었지만 상대 선수의 정강이를 가격하며 경고를 받았고, 이전 상황 경고와 맞물리며 퇴장 당했습니다.

아스널의 나스리 선발 출전은 의외였습니다. 맨체스터 시티 이적을 앞두면서 아스널 선수들과 하나로 융합될지 의문이었죠. 전반 34분과 46분에 중거리 슈팅을 날리며 리버풀 골문을 노렸고 공수에서 폭 넓게 움직였지만 끝내 동료 선수와의 호흡이 안맞았습니다. 차라리 측면에서 경기를 풀었다면 적어도 아스날이 아르샤빈 부진은 대체했을 겁니다. 월컷도 돌파력에서는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죠. 아스널 중앙에 이탈자가 많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운데를 맡았습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판 페르시의 고립 입니다. 후방에서 이렇다할 공격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죠. 아스널이 파브레가스 공백을 메우기 전까지는 판 페르시가 힘든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리버풀, 캐롤에 의존하는 공격-미드필더 호흡이 아쉬웠다

리버풀의 문제점은 컨셉트가 중복되는 미드필더들 입니다. 다우닝-아담-핸더슨-루카스는 볼을 배급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루카스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이적생이죠. 아스널전에서는 다우닝이 4-4-1-1의 쉐도우를 맡았고(본래 미드필더), 카위트-아담-루카스-헨더슨이 미드필더진을 구성하면서 원톱 캐롤을 보조했습니다. 패스를 밀어주는 선수들이 즐비하면서 캐롤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을 나타냈습니다. 아스널 미드필더 뒷 공간을 가르는 종패스를 시도하거나, 선수들이 볼을 돌리다가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며 캐롤의 헤딩 슈팅을 겨냥했습니다. 전체적인 패스 방향이 캐롤쪽으로 쏠리는 형태였죠. 캐롤의 포스트 플레이가 상대 수비진을 압도했음에도 골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물론 리버풀은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램지가 자책골을 헌납하기 이전의 공격력은 코시엘니가 부상으로 빠진 아스널 수비가 읽기 쉬웠을 정도로 임펙트가 약했습니다. 캐롤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를 몰아붙이는 경기 운영까지는 좋았지만 그 이후의 공격 전개가 끊어졌습니다. 아스널 포백의 라인 컨트롤이 촘촘했기 때문입니다. 코시엘니 대신에 교체 투입된 이그나시 미켈이라는 19세 센터백이 나이답지 않게 침착한 경기를 펼치며 리버풀의 공격 작업을 더 어렵게 했죠. 그럼에도 리버풀 선수 중에서 누군가 아스널 진영을 과감히 파고들며 슈팅을 노렸다면 캐롤에 의존하는 문제점을 해소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아스널전에 선발 출전했던 다우닝-아담-핸더슨 같은 이적생들이 주전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지난 시즌 달글리시 체제를 빛냈던 수아레스-메이렐레스-막시가 아스널전에서 선발 제외되었기 때문이죠. 만약 리버풀이 세 명의 이적생 대신에 수아레스-메이렐레스-막시를 아스널전에 선발 투입시켰다면 경기 양상은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시즌 초반에는 이적생들의 팀 적응을 도와야하기 때문에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하는 현실이었죠. 기존 선수와 호흡이 맞지 않거나 역할이 중복되는 아쉬움을 차근차근 개선해야 하지만, 유럽 대항전에 참가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선수들이 실전에서 발을 맞출 시간은 한정 됐습니다. 그래도 선수 영입 후유증을 이겨내야 합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제라드 부상 복귀 이후 입니다. 사타구니 부상으로 신음했던 제라드는 9월에 복귀할 예정입니다. 제라드가 출전하면 캐롤에 치우치는 공격력을 해소하고, 공격에 중심을 잡아줄 플레이메이커가 등장하면서 지금의 미드필더 부조화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라드가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을수록 누군가는 벤치로 내려가야 합니다. 유럽 대항전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로테이션이 다소 경직됐죠. 기량이 출중한 백업 멤버라도 적지 않은 출전 기회를 통해 실전 경험을 키워야 합니다. 달글리시 감독이 선수들의 역할 분담을 통해서 리버풀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꾸준하게 심어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