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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시티 발로텔리, 악동 기질은 이제 그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당시 20세였던 이탈리아 공격수 마리오 발로텔리를 이적료 2250만 파운드(약 386억원)에 영입했습니다. 전 소속팀 인터 밀란에서 촉망받는 유망주였으나 디에고 밀리토-사뮈엘 에토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20세에 불과했던 나이를 감안해도 이적료가 지나치게 비쌌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른 또래 선수들에 비해 천부적인 잠재력을 자랑하지만 맨시티가 2250만 파운드를 쏟을 가치가 있는지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발로텔리를 먹튀로 단정짓기에는 이릅니다. 페르난도 토레스(첼시) 에딘 제코(맨시티)처럼 극심하게 부진한 것도 아니었고 나이가 어린 선수입니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현 시점에서는 향후 프리미어리그에 출전할 기회가 무궁무진 합니다. 27경기 9골을 기록했던 지난 시즌 활약상을 넘어설 역량이 있습니다. 카를로스 테베스, 다비드 실바, 야야 투레 같은 고액 이적료를 기록한 공격 옵션들에 비해 자신만의 개성이 부족하지만 왼쪽 윙어 및 원톱을 오가며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사진=마리오 발로텔리 (C) 맨시티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cfc.co.uk)]

하지만 발로텔리의 문제는 실력 때문이 아닙니다. 악동 기질 때문입니다. 발로텔리의 구설수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맨시티 이적 이후 여러가지 사건들이 있었죠. 팀 동료와 훈련 도중 난투극을 벌이거나, 유소년 선수에게 다트를 던지거나, 그라운드에서 리오 퍼니난드(맨체스터 유나이니드)에게 윙크를 하며 상대팀 선수를 자극하고,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잭 윌셔(아스널)에게 불필요한 독설을 내뱉으며,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 디나모 키예프전에서는 일명 쿵푸킥을 날리며 퇴장을 받고 팀의 탈락을 초래했으며, 운전 도중 이탈리아 여성 교도소 난입을 시도하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잦았죠. 인터 밀란 시절에도 비슷한 사건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5일 미국에서 진행된 LA갤럭시와의 친선 경기에서 또 악동 기질이 도졌습니다. 골문 가까이에서 상대 수비수 견제를 받지 않으면서 쉽게 골을 넣을 수 있었으나, 갑자기 몸을 돌리며 뒤꿈치로 힘없이 슈팅을 날린것이 골대 바깥으로 향했습니다. 근처에 있던 제코가 두 손을 들며 어이없다는 제스쳐를 취할 정도로 허무하게 골 기회를 놓쳤죠. 그래서 전반 31분 조기 교체 되었으나 만치니 감독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고, 벤치에서 물병을 던지는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아직 인간으로서 성숙하지 못했지만 좀처럼 악동의 모습을 지우지 못하는 것이 그의 단점이자 자신의 실력적인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습니다.

발로텔리의 멘탈은 인터 밀란 시절 조세 무리뉴 감독(현 레알 마드리드)이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유명했습니다. 성의 없는 훈련 태도, 동료 선수를 자극하여 말썽을 피우거나, 지역 라이벌 AC밀란 유니폼을 입고 방송에 출연하거나, 밀라노 시내에서 모형 총 놀이를 했고, 무리뉴 감독에게 대드는 안좋은 모습들을 보였습니다. 국내 축구계 같았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건들이었죠. 물론 유럽 축구에서는 슈퍼 스타들이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즐비하지만 아직 20대 초반인 발로텔리의 악행은 도를 넘었습니다.

문제는 발로텔리의 말썽이 팀 내에서 꾸준히 불거지고 있습니다. 인터 밀란 및 맨시티에서 동료 선수에게 민폐를 끼치거나 그라운드에서는 쿵푸킥 및 불필요한 뒤꿈치 슈팅으로 팀 사기에 안좋은 영향을 끼쳤죠. 특히 LA 갤럭시전에서의 뒤꿈치 슈팅은 제코가 어이없다는 반응을 내비친 것을 봐도 동료 선수들의 힘을 빠지게 합니다. 멘탈이 개선되지 않으면 향후 비슷한 문제가 다발적으로 벌어질지 모릅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및 UEFA 챔피언스리그 선전을 꿈꾸는 맨시티의 대표적인 불안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발로텔리의 구설수는 '악마의 재능'으로 불리는 안토니오 카사노(AC밀란)를 떠올리게 합니다. 카사노는 이탈리아 세리에A를 휘어잡는 공격력을 소유했음에도 문란한 사생활과 끊이지 않는 악동 모드로 실력이 과소 평가되었던 선수입니다. 올해 초 AC밀란 이적 이후에는 팀의 세리에A 우승에 일조하며 특별히 문제를 일으킨 사건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언제 폭발할지 알 수 없습니다. 전 소속팀 삼프도리아에서 방출된 것도 구단주와의 언쟁 때문에 불거진 일입니다. 발로텔리가 카사노를 닮아가면 맨시티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발로텔리는 향수병을 의심받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중반 잉글랜드 현지 언론에서 자신의 향수병을 제기한 것이 발단입니다. 지난해 여름 이탈리아를 떠나 잉글랜드 무대로 옮겼지만 어린 나이의 선수가 타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잉글랜드 날씨는 우중충하기로 유명하죠. 더욱이 팀에 민폐를 끼치는 행동을 범하면서 새로운 무대에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것이 아닌지 의문입니다. 맨시티가 발로텔리 영입으로 최상의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쌓였습니다. 선수 스스로 개과천선 의지가 확고하지 못한 것이 앞날의 불안함을 지울 수 없게 합니다.

발로텔리는 타고난 재능을 자랑하는 공격수 입니다. 하지만 인터 밀란 시절부터 갖가지 사건을 일으키는 멘탈을 개선하지 못했습니다. 팀을 위해 솔선수범하거나 사람들의 귀감이 되는 캐릭터 였다면 지금쯤 메시에 필적한 축구 레벨을 자랑했을지 모릅니다. 축구 기량 이전에 인간으로서 더 많이 배우고 깨우쳐야 합니다. 그의 악동 기질이 씁쓸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