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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선수 영입 종료, 현실을 택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추가 선수 영입을 포기할 전망입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선수 영입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이 순간부터 추가 영입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찾던 선수를 데려올 수 없게 됐다. 그래서 현재의 선수들에 만족한다"며 더 이상 빅 사이닝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맨유의 선수 영입 종료는 '현실'을 택했습니다.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상황에서 필 존스-애슐리 영-다비드 데 헤아 영입에 4900만 파운드(약 844억원)를 쏟았습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이번 시즌부터 파이낸셜 페어 플레이 룰(FFP)를 시행하면서 맨유가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얼마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영입을 부인했던 것과 밀접하죠.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사미르 나스리(아스널) 영입에도 적잖은 돈을 써야 합니다. 세 명 모두 중앙 미드필더 활용이 가능한 옵션으로서 폴 스콜스 은퇴 공백을 메울 대체자로 주목 받았습니다.

[사진=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선수 영입 종료를 선언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 (C) manutd.com]

사실, 맨유의 여름 이적시장 최우선 과제는 중앙 미드필더 영입 이었습니다. 스콜스처럼 자로잰듯한 패싱력으로 팀 공격을 지휘하거나 과거의 로이 킨 처럼 탁월한 홀딩을 자랑하는 미드필더의 보강이 필요했죠. 두 유형은 지금의 맨유 미드필더 콘셉트와 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달성했으나 중원이 늘 불안 요소였고,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FC 바르셀로나전에서는 중원 수비력 부재에 발목 잡혀 유럽 챔피언 등극에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스네이더르-모드리치-나스리 영입설이 끊이지 않았고 잭 로드웰(에버턴) 악셀 비첼(벤피카)도 후보군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악동' 조이 바튼(뉴캐슬)까지 맨유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을 정도로 중앙 미드필더 문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죠.

하지만 맨유는 중앙 미드필더 영입을 원치 않았습니다. 스네이더르-나스리는 맨유가 활용하는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뛰기에는 수비력이 부족하며, 모드리치는 본인 스스로 첼시행을 원하면서 토트넘과 대립중입니다. 또한 스네이더르-모드리치-나스리의 몸값이 비싼편이죠. 맨유가 당장에 쉽게 영입할 수 있는 선수들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적 시장 막판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스네이더르가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의 3-4-3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베르바토프-모드리치 트레이드가 성사되거나, 아스널이 이적료 충당을 위해서 나스리를 풀어준다는 전제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현실적인 시나리오들은 아닙니다.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 영입 작업이 만만찮다는 뜻입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맨유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가용할 자원이 풍부합니다. 선덜랜드 이적이 불발된 대런 깁슨을 제외해도 최대 8명까지 활용할 수 있죠. 캐릭-플래처-안데르손 같은 전문 중앙 미드필더들을 비롯 긱스까지 가세하게 됩니다. 박지성-애슐리 영-클레버리-존스 같은 멀티 플레이어들도 중앙을 소화할 수 있죠. 특히 박지성은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프리시즌 3경기 중에 2경기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습니다. 맨유가 장기적 관점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죠. 만약 스네이더르 같은 대형 선수를 영입했다면 중앙 공격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으나 중원 선수층이 과포화되는 문제점에 직면합니다.

맨유의 중원에는 스콜스처럼 공격적인 장점이 풍부하고, 로이 킨 처럼 수비력이 출중한 스페셜리스트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중원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캐릭은 지난 두 시즌 동안 부진했지만 올해 봄 재계약 성사 이후부터 폼을 회복했고, 내년이면 39세가 되는 긱스는 측면보다는 중앙에서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옵션입니다. 박지성도 중앙 미드필더 기용 횟수가 많아질 것이고, 지난 시즌 위건으로 임대되었던 클레버리는 잠재적인 스콜스 후계자로 기대할 수 있으며, 최근 영입된 애슐리 영-존스는 중앙 미드필더 전환이 가능합니다. 플래처-안데르손의 각성까지 더해지면 맨유 특유의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이 탄력을 얻으며 중앙 미드필더들의 퀄리티가 향상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2년 전이 좋은 예 입니다. 맨유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공백을 메울 대체자 영입을 안했습니다. 호날두 자리에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보강했으나 두 선수는 서로 유형이 다릅니다. 당시의 발렌시아는 위건에서 호날두처럼 출중한 득점력을 자랑했던 선수가 아니며 이타적인 공격력이 발달되었던 선수였습니다. 또한 발렌시아는 호날두가 올드 트래포드에 존재하던 시절부터 퍼거슨 감독이 원했던 선수였죠. 이전 시즌에 비해 공격의 파괴력이 반감된 아쉬움이 있었고 2009/10시즌 첼시에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등극을 허용했지만 다음 시즌에 다시 되찾았습니다. 호날두 없이도 팀 플레이로 No.1이 될 수 있음을 과시했죠.

물론 반전의 여지는 있습니다. 데이비드 길 단장은 26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선수 영입에 아무런 일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특정 포지션이나 2~3명의 선수 영입을 염두했으나 어느건도 임박한 것은 없다. 하지만 8월에 움직일 수도 있다. 구체적인 작업은 아니지만 맨체스터로 돌아오면 상황이 신속하게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선수 영입 종료가 일시적임을 내비쳤죠. 이적시장 마감까지 앞으로 한 달 남았기 때문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누구도 모릅니다. 첼시의 페르난도 토레스, 리버풀의 앤디 캐롤 영입이 갑작스럽게 벌어졌던 것 처럼 말입니다.

과거에 그런 전례가 있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2007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세 명의 선수를 영입하겠다"고 말한 뒤 나니-안데르손-하그리브스 영입을 성사했습니다. 그런데 한참 뒤에 테베스를 임대하며 추가 선수 보강을 했습니다. 2010년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선수 영입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얼마뒤에 카를로스 퀘이로스 전 맨유 수석코치의 추천을 받아 베베(현 베식타스 임대)를 수혈했습니다. 즉, 맨유의 선수 영입 종료는 유효기간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당분간 맨유발 영입 소식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