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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점점 깊어지는 중앙 MF 취약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2010/11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FC 바르셀로나에게 1-3으로 패했습니다. 여러가지 패배 요인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사비-이니에스타 공격력을 묶어 줄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 마땅치 못했던 것이 3실점의 근본적 원인 이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부진했던 라이언 긱스는 중원에서 탄탄한 수비력을 기대하기에는 콘셉트가 안맞았고, 후보 명단에 있던 대런 플래처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죠. 그래서 박지성-발렌시아-캐릭 같은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루니-에르난데스 투톱과의 공존이 유기적이지 못하면서 공수 밸런스가 무너졌습니다.

얼마전에는 폴 스콜스가 은퇴하면서 중앙 미드필더진의 퀄리티가 떨어졌습니다.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2연패 및 유럽 제패를 위해서는 스콜스 은퇴 공백 및 취약한 중원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 방법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같은 걸출한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하거나, 둘째는 두꺼운 선수층을 활용한 로테이션의 힘을 믿어야 합니다. 물론 두 가지 방법을 모두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까지 중원 옵션들 어느 누구도 로테이션을 피해가지 못했죠. 애초부터 중원에서 붙박이 주전이라는 개념은 없었습니다.

[사진=맨유가 영입하려는 루카 모드리치. 하지만 모드리치 소속팀 토트넘이 이적 반대에 나섰으며 첼시까지 영입전에 나섰습니다.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하지만 맨유가 모드리치 또는 스네이더르를 영입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모드리치는 첼시로 떠나길 희망했으나 토트넘 반대에 부딪혔으며 얼마전에는 첼시의 이적료 2200만 파운드(약 381억원) 제의까지 거절했습니다. 아무리 토트넘이 모드리치 이적에 찬성해도 첼시의 존재감이 맨유에게 결코 반갑지 않습니다. 스네이더르는 일찌감치 인터 밀란 잔류를 선언한 상황이죠. 인터 밀란도 스네이더르를 이적시킬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맨유가 두 선수를 모두 놓칠지 모를 일입니다.

사실, 스네이더르는 맨유가 영입하기에는 수비력이 떨어집니다. 맨유 4-4-2의 중앙 미드필더는 걸출한 공격력 만큼의 수비력이 요구됩니다. 아무리 창조적인 패싱력을 자랑하는 긱스라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는 수비력 약점에 시달리며 팀 패배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스네이더르는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템포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두 시즌 동안 인터 밀란의 에이스로 명성을 떨쳤던 스네이더르 입장에서는 굳이 맨유에 도전할 명분이 떨어지죠. 인터 밀란이 AC밀란에게 세리에A 우승 트로피를 내준 현 상황에서는 잔류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반면 모드리치는 스네이더르와 다릅니다. 토트넘에서의 활약을 통해 프리미어리그에서 철처히 검증되었고, 2010/11시즌 중앙 미드필더로서 성공적인 변신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수비력이 강해졌습니다. 중앙에서 활동 폭을 넓히면서 수비 가담이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 상대가 소유한 볼을 빼앗거나 줄기차게 태클을 시도하며 토트넘의 중원 불안을 해결했습니다. 173cm의 작은 체격에도 불구하고 몸싸움이 부쩍 좋아졌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전에는 플레이메이커로서 수비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토트넘에서의 3시즌 경험을 통해 기량이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그런 맨유 입장에서는 첼시가 모드리치 영입을 벼르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 입니다. 만약 두 팀의 모드리치 영입전이 가열되면 맨유가 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필 존스, 애슐리 영 영입에 3200만 파운드(약 554억원)를 쏟은 상황에서 모드리치까지 데려오려면 엄청난 자금 부담에 시달려야 합니다. 막대한 재정난을 안고 있는 현실에서는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자금줄에 힘을 얻는 첼시에게 밀립니다. 반면 첼시는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감독을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선수 영입에 나설 전망입니다. 또한 스네이더르-모드리치와 더불어 맨유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던 잭 로드웰(에버턴)도 팀 잔류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 영입이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맨유가 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기존 선수를 다른 팀에 넘기면서 이적료를 충당하는 것입니다.

맨유는 스콜스가 은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 미드필더들이 즐비합니다. 선덜랜드 이적설에 직면한 깁슨-오셰이를 논외하더라도, 캐릭-안데르손-플래처-긱스-클레버리가 중앙 미드필더 옵션에 속합니다. 하지만 어느 한 명이라도 믿음직한 존재가 없습니다. 캐릭은 올 시즌 후반 재계약 성사 이후에는 선전했지만 그 이전까지 기량 저하가 뚜렷했고, 안데르손은 여전히 유망주 단계에서 정체되었고, 플래처는 실전 감각이 저하되었고, 긱스는 내년이면 39세이자 스캔들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클레버리는 유망주 레벨 이상의 힘을 보여줄지 관건입니다. 아무리 로테이션을 활용해도 마땅한 스페셜 리스트가 없습니다.

타 포지션에서는 박지성, 애슐리 영, 존스를 중앙 미드필더로 가용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애슐리 영은 왼쪽 윙어, 존스는 센터백이 원 포지션이며 중앙 미드필더가 세컨드 포지션인 공통점이 있습니다. 박지성-존스가 중앙 미드필더로서 압박에 강한 이미지라면 애슐리 영은 킬러 패스를 활용한 공격력을 강점으로 내세웁니다. 박지성의 경우에는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 4-4-2의 중앙 미드필더를 소화하며 전술적인 매리트가 커졌죠. 하지만 세 선수가 중앙 미드필더로 완전히 전환할지는 의문입니다. 왼쪽 윙어 및 센터백으로서 더 많은 역량을 보여줄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팀 전력을 꾸준히 지탱할 중앙 미드필더가 마땅치 않은 맨유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