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에 올해 첫 폭염 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날씨가 초여름에서 벗어나 불볕더위가 우리들을 맞이하게 됐죠. 야외에서 활동하는데 있어서 찜통더위는 사람들을 지치게 합니다. 운동 신경이 발달된 사람도 오랫동안 야외에서 뛰면 자칫 탈진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폭염 주의보 발령시 건설 현장에서 오후 2시~5시 사이에 휴식을 적용하고, 학교 야외 수업을 지양하면서 단축 수업을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저는 그 소식을 들으면서 지난 11일 서울 노원구에 소재한 용원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현대자동차 2011 KFA 유소년 클럽리그'(이하 유소년 클럽리그) 서울 북동리그 3경기를 떠올렸습니다. 땡볕에서 축구하는 어린이 선수들이 여전히 머릿속에 생생히 떠오릅니다. 경기를 지켜보는 저의 입장에서도 날씨가 덥게 느껴졌지만, 어린이 선수들은 경기를 보는 사람들보다 더 힘들었을 겁니다.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그라운드를 뛰었기 때문이죠. 전반전이 끝나면 상체를 숙이며 힘들어하는 어린이, 경기 중에 활동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어린이, 경기 종료 후 물을 마시기 위해 모여드는 어린이팀의 일원이 떠올랐습니다. 체력 소모가 많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진=지난 11일 용원초등학교에서 진행된 '현대자동차 2011 KFA 유소년 클럽리그' 위더스 FC(하얀색) FC 썸즈-업(노란색) 경기 장면 (C) 효리사랑]
당시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28.7도 였습니다. 30도를 넘는 지금에 비하면 약간 낮은 온도지만 초여름치고는 더웠습니다. 그리고 유소년 클럽리그는 인조잔디 축구장에서 진행됩니다. 인조잔디는 천연잔디와 달리 합성 섬유 같은 화학적 소재로 제작됐습니다. 뜨거운 열을 흡수하지 못하면서 더위를 느끼기 쉽습니다. 프로야구에서 대구 구장의 날씨가 무덥기로 유명한 것은 대구가 분지 지형인 이유도 있지만 그라운드가 인조잔디 입니다. 유소년 클럽리그에서 뛰었던 어린이들은 체감적으로 날씨가 덥게 느껴질 수 밖에 없죠.
특히 사람의 살갗이 인조잔디에 닿으면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어느 모 축구장에서 유소년 클럽리그가 끝난 뒤 엠뷸런스에서 왼쪽 무릎 상처를 치료하는 어린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상처 부위가 뻘겋게 부풀어 올랐던 어린이의 모습을 보니까 안타까웠죠. 저의 추측으로는 인조잔디 때문에 다리 피부에 상처가 생긴것이 아닌가 짐작됩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유소년 클럽리그는 그라운드와 가까운 곳에 엠뷸런스를 대기하면서 경기를 진행합니다. 어린이 선수들의 안전을 고려해서 말입니다. 대회 운영에서 어린이를 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무더위 속에서 경기가 진행되는 것은 유소년 클럽리그가 여름 일정을 이겨내는 중대한 고민로 여겨집니다. 물론 8월 초순과 중순에는 여름방학 및 피서철 때문인지 평소보다 경기 숫자가 적습니다. 7~8월 경기 일정이 없는 곳도 있죠. 하지만 여름은 6월 부터 9월 중순까지 이어집니다. 어린이들이 무더운 날씨 속에서 경기에 뛰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죠.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이 찜통더위에 지치지 않고 즐겁게 축구에 임하며 유소년 클럽리그를 빛낼지 고민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정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지난 11일 용원 초등학교에서 경기했던 FC 썸즈-업의 경우, 학부모님들이 물병이 담긴 아이스박스를 직접 들고 와서 어린이들의 수분 공급을 도와주는 열성을 발휘했습니다. 더위에 지친 어린이 선수들은 물을 마시면서 갈증을 풀고 쾌적한 분위기를 느꼈겠죠. 어린이 선수들은 나머지 팀들이 다음 경기를 할 때는 그라운드 바깥에 있는 놀이기구에서 즐겁게 놀았습니다. 그 날 경기에서 이겼는지 몰라도 모두들 지친 기색을 나타내지 않고 또래들과 함께 놀이기구에서 기분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른 팀 어린이 선수들도 각자 물을 마시면서 더위를 이겨냈지만, 결국에는 어린이 선수들을 보살피는 마음이 유소년 클럽리그를 아껴주고 사랑하며 대회의 내실이 탄탄해지는 계기가 됩니다.
대회 운영에서도 여름 일정을 배려한 흔적이 보입니다. 남양주 A리그는 7월 17일까지 오후 4시~7시에 경기를 치르지만, 7월 29일-8월 11일-8월 18일에는 저녁 6시~9시에 진행합니다. 9월 부터는 오후 4시~7시 시간대로 운영되죠. 하루 중에서 가장 무더운 오후 시간대 경기를 피하고 낮에 비해 공기가 선선한 저녁을 택했습니다. 어린이 선수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낮 경기가 진행되는 곳이 있지만, 가족들과 함께하는 주말에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학부모님들이 자녀분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죠. 어린이 선수들은 부모님들의 관심을 받으며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분발할지 모르죠. 그렇다고 너무 의욕을 발휘하며 무리하게 뛰는 것은 좋지 않지만요.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아이디어는 여럿 제시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경기장에서의 화목한 분위기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어린이들이 힘든 조건에서 행복하게 축구에 임할 수 있도록 주위에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코치님과 학부모님들이 어린이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을 수 있고, 저를 비롯한 일반 관람객들도 긍정적인 메시지의 소리를 지르며 현장 분위기 조성에 한 몫을 할 수 있죠. 누군가의 지원 및 육성에 의해서만 한국 유소년 축구가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 노력은 결코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정을 나눌 수 있는 '현대자동차 2011 KFA 유소년 클럽리그'가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면서 창대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