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즐라탄' 지동원(20, 선덜랜드)이 한국 선수 중에서 역대 8번째 프리미어리거로 거듭났습니다. 전남 드래곤즈가 22일 오후 자신의 선덜랜드 이적 및 3년 계약을 공식 발표했죠. 다가오는 새 시즌에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 지동원(선덜랜드)이 '세계 최고의 리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한국 축구의 저력을 떨칠 예정입니다.
지동원 선덜랜드 이적은 모두에게 반가운 일입니다. 한국 축구팬들은 지동원의 프리미어리그 활약상을 지켜보며 유럽 축구를 즐길 흥밋거리가 늘었고, 조광래호-홍명보호는 지동원이 선덜랜드에서 실력을 갈고 닦으면서 팀 공격의 파괴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기대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동원은 세계 최고의 리그를 주름잡는 동기부여를 얻었고, 선덜랜드는 '지동원 효과'로 공격력 강화를 벼를 것이며, 전남은 지동원을 떠나보낸 조건으로 이적료 350만 달러(약 38억원)를 얻으며 바이아웃 75만 달러(약 8억 500만원)의 몇배를 뛰어넘는 금액을 얻게 됐습니다.
지동원, 기안과 공존해야 EPL에서 살아남는다
분명한 것은, 지동원은 선덜랜드의 즉시 전력감 입니다. 자신의 선덜랜드 이적설이 처음으로 제기될 때는 여론에서 바이아웃을 놓고 '헐값 논란'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동원은 샬케04, PSV 에인트호벤 같은 독일과 네덜란드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몸값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선덜랜드는 당초 전남에 제시했던 이적료를 높게 책정하면서 350만 달러로 결정했습니다. 만약 선덜랜드가 이적료를 올리지 않았다면 지동원 영입 의사가 없었거나 또는 관심이 미미했겠죠. 선덜랜드가 지동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적료가 껑충 올랐습니다.
지동원을 영입한 선덜랜드의 문제점은 공격진입니다. 대런 벤트가 지난 1월 애스턴 빌라로 이적했고 대니 웰백이 원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임대 복귀 되면서 공격진의 파괴력이 약해졌죠. 백업 공격수였던 프레이저 캠벨은 장기간 부상으로 실전 감각이 저하됐습니다. 왼쪽 윙어 스티드 말브랑크는 경기 내용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두 시즌 연속 골이 없었으며 내년이면 32세로서 윙어로서의 운동 신경이 저하 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올해 35세였던 부데바인 젠덴은 선덜랜드와의 계약이 종료됐죠. 오른쪽 윙어 아메드 엘모하마디는 최근 선덜랜드 완전 이적에 성공했지만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36경기 2도움에 그쳤습니다.
선덜랜드는 2010/11시즌 중반까지 프리미어리그 7위를 질주하며 볼턴과 함께 중상위권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시즌 막판 10위로 주저 앉으면서 다음 시즌을 위한 전력 보강이 불가피 했습니다. 그래서 지동원 같은 공격 옵션을 원했죠. 최근에는 리버풀의 '미완의 대기' 다비드 은고그 영입을 추진하며 공격력 보강에 열을 올렸습니다. 특히 지동원은 공격수, 왼쪽 윙어를 동시에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로서 다른 공격 옵션들에 비해 활용가치가 큽니다.
다만, 지동원의 왼쪽 윙어 포진은 개인적으로 비관적입니다. 말브랑크-엘모하마디 같은 좌우 윙어들이 2010/11시즌 무득점에 그친 이유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덜랜드는 선 수비-후 역습을 펼치며 좌우 윙어들의 돌파력을 공격 전술의 근간으로 삼습니다. 말브랑크-엘모하마디는 수비진 앞에서 존 디펜스를 유지하면서 공수 전환이 바뀔때는 돌파를 시도하는 성향이죠. 그래서 수비 가담이 많습니다. 그나마 웰백은 공격수를 오가면서 득점력을 키웠지만 이제는 선덜랜드 소속이 아닙니다. 공격 성향이 짙으면서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템포를 익히지 않은 지동원이 왼쪽 윙어로 자리잡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브루스 감독은 4-4-2를 선호하는 지도자입니다. 구조적으로 윙어들의 수비 가담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지동원이 각급 대표팀 및 전남에서 맡았던 4-2-3-1과 4-3-3에서 왼쪽 윙어로 뛸 때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왼쪽 수비 공간을 커버링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4-4-2는 중앙 미드필더들의 활동 폭이 넓기 때문에 윙어들의 수비 전환 속도가 빨라야 합니다. 또한 지동원은 전문 윙어가 아닌 공격수이며, 측면 미드필더는 세컨드 포지션 입니다.
결국, 지동원이 선덜랜드의 주전으로 자리잡으려면 기안의 투톱 파트너로 거듭나야 합니다. 기안은 2010/11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31경기 10골 4도움을 기록하며 잉글랜드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지난 7일 전주에서 열린 A매치 한국-가나전에서 증명했듯, 박스에서 상대 수비수를 몰아붙이면서 순도 높은 골 결정력을 자랑하는 타겟맨입니다. 만약 정성룡의 몇 차례 선방이 없었다면 기안이 1~2골 더 넣을 수 있는 상황이었을 정도로 슈팅이 강력합니다. 올 시즌 전반기 벤트와 호흡할때는 2선과 최전방 사이의 공간을 쇄도하는 탄력이 인상적이었죠. 기교를 자랑하는 지동원과는 다른 유형의 공격수 입니다.
지동원이 선덜랜드에서 성공하려면 기안과의 공존이 중요합니다. 기안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연결하면서 골 기회를 돕거나, 또는 박스쪽으로 침투하는 기안의 패스를 받아 골을 노리는 상호 작용이 선덜랜드의 공격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지동원은 187cm 장신에 비해 피지컬이 약한 것이 약점이지만, 기안이 탄력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 사이를 파고들면 근처에서 골 기회를 포착하며 선덜랜드의 득점력을 높이는 틈이 있습니다. 기안처럼 전형적인 타겟맨은 아니지만 박스쪽에서 상대 수비가 예측하지 못하는 골 기회에 강했던 것이 지동원의 또 다른 장점이죠.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전 이란전, 지난 7일 A매치 가나전이 그 예 였습니다.
그리고 지동원은 기안에게 패스를 내줄때의 볼 처리가 빨라야 합니다. 선덜랜드의 공격 방향은 직선적이고 템포가 빠릅니다. 그 리듬이 박스쪽에서 끊어지지 않으려면 공격수가 볼을 잘 다루어야 합니다. 지동원은 시야를 넓히면서 동료 선수의 패스 방향을 읽고, 볼을 터치하는 공간을 미리 선점하며, 상대 수비 위치에 따라 2차 패스-침투-슈팅을 노릴때의 판단 속도를 높이며 팀 공격의 빠른 템포를 살려야 할 것입니다. K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활동 무대를 옮기기 때문에 낯선 무대에 금새 적응할지가 관건이지만, 기안과 호흡을 맞추고 또 맞추면서 프리미어리그 성공의 자신감을 얻는 날이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