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효 감독이 이끄는 수원은 최근 K리그에서 6경기 연속 승리가 없습니다. 지난 4월 15일 강원전 2-0 승리 이후 6경기에서 1무5패에 그치면서 12위로 추락했습니다. 5월 29일 인천 원정에서는 1-2로 패하면서, 팀 역사상 처음으로 인천 원정에서 패배의 쓴맛을 보고 말았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8강에 진출하면서 '아시아 제패'에 나섰지만 K리그에서는 3시즌 연속 실망스런 나날을 보내는 현실입니다. 특히 윤성효 감독을 향한 수원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수원은 6월에 분발해야 합니다. '일단' 6월 초순은 A매치 휴식 기간을 이용하여 강원도 고성 전지훈련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11일 제주 원정에서는 어떻게든 기사회생해야 하는 입장이죠. 제주가 지난 1~2년 동안 유독 홈에 강했음을 상기하면 수원의 승리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최근 제주전 5연패 및 마토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는 어려움까지 견뎌내야 합니다. 제주 원정에 이어 15일 FA컵 16강 '수원 더비' 수원 시청전, 18일 대구전, 25일 대전전도 중요한 일전입니다. K리그 빅 클럽으로서 체면을 지키기 위해 원기를 회복하는 것이 수원의 6월 목표죠.
6월 뿐만은 아닙니다. 7~8월도 중요합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2차전 조바한(이란)전이 9월에 있기 때문에 그 이전까지는 K리그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만약 조바한전까지 성적 부진으로 고전하면 3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 탈락을 걱정하는 현실에 부딪힐지 모릅니다. 윤성효 감독이 수원팬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6~8월 K리그 성적이 기준점이 될 것입니다. 3-4-3, 4-1-4-1 포메이션을 비롯한 팀 전술이 상대팀들에게 읽힌 현 시점에서는 변화가 절실합니다.
하지만 6월을 맞이한 수원은 한 가지의 딜레마를 안고 있습니다. 조광래호 주전 미드필더 이용래가 3일 세르비아전, 7일 가나전에서 총 178분 뛰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했습니다. 대부분의 수원 선수들이 고성에서 잦은 경기에 따른 피로를 회복하면서 몸을 단련했다면 이용래는 다른 경우입니다. 그런 이용래는 아시안컵 및 2월 A매치 터키 원정 출전, 수원에서 K리그-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병행하며 체력적인 과부하에 시달렸습니다. 앞으로 많은 경기를 뛸 예정이어서 체력 소모가 불가피 합니다.
문제는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무더위 혹은 열대야에 시달리며 경기를 치렀습니다. 지난해 여름 K리그 경기장 관전을 즐기셨던 분들이라면 일부 선수들이 경기 종료 직전 탈진하거나, 다리가 풀리거나 쥐가 나는 풍경에 익숙할 것입니다. 대표팀과 소속팀을 병행하며, 박스 투 박스로서 많이 뛰는 플레이를 콘셉트로 삼는 이용래가 지칠 염려에 있습니다. 수원이 12위 부진 및 AFC 챔피언스리그가 휴식기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는 주력 선수들의 분발을 바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용래는 체력적인 배려가 필요하지만 수원이 로테이션을 활용하기에는 경기력 유지에 부담이 따릅니다. 매 경기 승리에 배고파야 하는 수원이 말입니다.
이용래 딜레마는 체력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수원이 이용래 활용을 못하고 있습니다. 동료 미드필더(오장은)와 부조화에 시달리며 패스 전개가 늦어지고 수비적인 역할에 치우치는 수원의 이용래, 기성용-김정우와 중원에서 일심동체하여 대표팀 공격 전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포어 체킹 및 수비 가담까지 열성적인 조광래호의 공격형 미드필더 이용래는 서로 다른 인물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박스 투 박스 성향의 이용래는 조광래호 전술에 맞는 선수입니다. 공교롭게도 이용래는 경남 시절 조광래 감독의 조련을 받으며 연봉 1,200만원 번외지명 선수에서 수원의 억대 연봉자로 거듭났던 인물입니다. 조광래 감독 전술 이해도에 밝은 선수죠.
그런 이용래는 수원과 조광래호에서 수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하지만 퀄리티가 다릅니다. 수원에서는 센터백들의 느린 주력(마토-황재원)이 상대팀들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되면서 오장은과 더불어 활동 반경이 후방쪽으로 처집니다. 3-4-3에서 오장은과 함께 중앙을 도맡기 때문에 공격진과 폭을 좁히기에는 활동 부담이 큽니다. 수원의 패스 축구가 살아나지 못했던 기초적 배경입니다. 반면 조광래호에서는 달랐습니다. 기성용이 4-1-4-1의 원 볼란치로서 공수 밸런스를 잡아주면서 활동량에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김정우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과 경기 상황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패스를 전개하며 조광래호의 든든한 엔진 역할을 했습니다.
수원은 한때 4-1-4-1을 시도했습니다. 윤성효 감독이 숭실대 사령탑 시절에 즐겨 구사했던 포메이션이죠. 하지만 4-1-4-1이 실패하면서 다시 3-4-3으로 회귀했습니다. 이용래-오장은으로 짜인 공격형 미드필더를 뒤에서 받춰줄 수비형 미드필더가 마땅치 못했습니다. 오범석이 지난 4월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했으나 가시마전에서 잦은 패스를 범하면서 수원의 밸런스가 무너졌고, 측면에서 살림꾼 역할을 도맡았던 홍순학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용래 또는 오장은이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도맡기에는 수비쪽에서 활동 공간에 제약받는 단점이 있었죠. 두 선수는 박스 투 박스로서 공간을 넓히며 플레이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그 특징이 서로의 역할 중복으로 이어지면서 끝내 부조화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수원은 이용래-오장은 이외에는 중원에 믿고 활용할 옵션이 부족합니다. 윤성효-김진우-김남일-조원희로 연결되는 역대 살림꾼 계보를 이어받을 수비형 미드필더가 존재하지 않으며, 이관우-백지훈-김두현 같은 마땅한 플레이메이커가 없습니다. 아직 수원 소속인 백지훈은 장기간 부상에 시달렸습니다. 이상호-홍순학은 중원보다는 측면에서의 역할에 최적화된 선수들입니다. 두 선수는 본래 공격형 미드필더였으나 수원에서 잦은 부상 및 측면 활용이 많아지면서 중원 감각이 떨어졌습니다. 신인 조지훈은 얼마전 피로 골절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언제 실전에 복귀할지 알 수 없습니다. 중원에 선수층이 빈약한 특징 때문에 여전히 이용래-오장은 조합을 활용하는 현실이며, 이용래가 어색한 역할을 맡으면서 체력을 소모하고 있습니다.
수원이 이용래 딜레마 및 중원 문제를 풀려면 여름 이적시장에서 중앙 미드필더 영입을 해야 합니다. 플레이메이커, 홀딩맨에 최적화된 선수 말입니다. 그러면서 이용래의 체력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오는 9월 조바한전을 치르기 위해 머나먼 이란 원정을 다녀오고, 4강 진출시 또 다른 중동팀(세파한 또는 알사드, 각각 이란-카타르 클럽)과 홈&어웨이를 치르는 체력적인 리스크가 큽니다. 이용래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수원에게 중요합니다.